여행 111일차 (18. 8. 20)
마드리드에서의 일정은 단 1박이었다. 그것도 축구를 보기 위함이었다.
전 날 엄청 피곤했던 상태에서 자정 넘은 시간까지 축구를 봤고 숙소에 돌아오니 이미 새벽 1시가 넘었다.
체크아웃 시간과 기차 시간의 여유를 2시간 정도 잡아놔서 마드리드에서 점심을 먹고 발렌시아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숙소는 Atocha 역 주변에 있었는데, 아토차역 주변에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 있다. 3년 전에는 들려서 게르니카를 봤었으나 이번에는 패스.
레이나 소피아역 주변에 있는 Mas Al Sur라는 음식점이었는데 감바스는 맛있었고 밑에 있는 돼지고기 음식은 별로였다.
장조림과 감자칩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장조림처럼 되어있는 돼지고기였는데 맛이 그냥 그랬다. 감바스만 맛있게 먹고 나왔다. 감바스에 마늘까지 듬뿍있어서 더 맛있게 먹었던 기억.
마드리드의 Madrid-Puerta de Atocha 역에서는 렌페가 출발한다. 오후 2시 10분에 Valencia J. Sorolla 로 떠나는 열차를 확인했다.
(정확히는 Valencia Joaquin Sorolla역)
점심까지 먹고 호스텔에 맡겨둔 짐을 찾고 열차 출발하기 20분도 더 전에 역에 도착했다.
유럽에서 웬만한 기차역, 버스터미널에선 간단한 보안검사를 한다. 유럽에서의 테러는 요즘 수그러들었지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선 항상 보안검사를 하는 편이다.
발렌시아에서 마드리드의 거리는 엄청 먼 편은 아니다. 그래도 차로 350km 정도 가야하는 길이지만. 렌페 고속열차를 타면 2시간만에 발렌시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발렌시아에 도착하니 마드리드보다 더 강렬한 햇빛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정말 찌는듯한 더위.
거기에 배낭하고 캐리어까지 들고 있으니 땀이 줄줄 흘렀다. 빨리 호스텔로 가고 싶었는데 버스도 제대로 오지 않았고 발렌시아 중심 거리 일부분은 도로 공사를 해서 버스가 내 생각대로도 가지 않았다.
Home Youth Hostel Valencia라고 발렌시아 중앙시장 앞에 있는 호스텔을 예약했는데 그냥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무난한 호스텔이었다.
2층까지 짐을 가지고 올라가야 하는 번잡함은 있지만 다행히도 내 방은 2층보다 더 올라가진 않았다.
가격도 무난하고 시설도 무난하고 딱 호스텔 같은 느낌. 저녁에는 호스텔 투숙객들끼리 저녁 먹는 이벤트도 있다. 물론 참여는 안함.
저녁에 각종 이벤트도 하고 자체 투어도 있고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만한 곳이다.
발렌시아에 간다니까 발렌시아 골수팬인 지인에게 혹시 100주년 기념 유니폼 구할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었다.
사진에 보이는 것 처럼 황금으로 마킹된 유니폼인데, 사진에 있는건 아동용 유니폼이다.
성인용 유니폼은 예약을 해도 2달 뒤에나 받을 수 있는 한정판이었는데 이 날 말고 다음 날 정말 운 좋게 구할 수 있었다.
이 썰도 나중에 한번 풀어볼까 한다.
그 발렌시아 골수팬 지인이 나왔던 풋볼N토크, 49분 30초 정도 부터 나온다. 저기 입고 있는 황금색 유니폼이 18/19 한정판 유니폼인데 내가 운 좋게 구한 유니폼이다.
하여튼 나도 발렌시아 유니폼 하나 살까 하고 메가스토어를 방문했다.
18/19 발렌시아 홈 유니폼. 흰색 + 검정색
18/19 발렌시아 어웨이 유니폼. 남색에 가로줄 + 주황색
발렌시아 CF의 상징은 오렌지 색과 박쥐다.
왜 발렌시아 축구팀의 상징이 박쥐냐? 하고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아주 좋은 블로그 글이 있으니 하나 소개해드릴까 한다.
[Los Ches, Valencia C.F ~왜 발렌시아는 '박쥐군단'일까?~]
2층 규모로 되어있고 2층에는 이렇게 마킹하는 공간이 따로 있다.
마킹은 밑에서 신청하고 알파벳 글자수랑 숫자 수에 따라 돈을 추가로 내야한다.
내가 마킹한건 34번 칸진리..
KANG IN인데 스페인 사람들은 강인이라고 부르는거 보다 칸진에 가깝게 부른다.
내가 마킹할 당시에만 해도 이강인 선수가 엄청 눈에 띄진 않았는데..
이번 국왕컵에서의 활약도 그렇고 지금 발렌시아에 가면 칸진리 모르는 사람 없을 듯 하다.
그리고 1군 정식 계약을 하면서 16번으로 백넘버가 바뀌었다.
(스페인 축구리그 규정상 1군 정식 멤버는 백넘버를 25번 내에서 정해야 한다.)
이강인 선수 마킹이 된 유니폼을 입고 발렌시아 CF의 홈구장 메스타야로 가는 길.
지난 시즌 라리가를 4위로 마치면서 아주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고,
라리가 1라운드 개막전 역시 전통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홈 경기여서 굉장히 많은 인파가 있었다.
발렌시아는 라리가에서 6회 우승한 이력이 있는데 이는 라리가 팀들 중에 다섯 번째에 해당한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슬레틱 빌바오, 발렌시아 순)
가장 최근 우승한 이력은 03/04시즌.
왜 해외축구는 03/04시즌 이렇게 표기하냐면, 우리나라 축구 K리그는 한 해에 리그가 다 끝나는데
유럽 축구 리그는 해당년도 8월에 리그가 시작돼서 다음 해 5월 즈음에 리그가 끝난다.
예를 들어서 이번 시즌은 2018년도 8월에 시작해서 2019년도 5월에 리그가 끝나니 18/19 시즌이라고 표기하는 것.
아, 그리고 우리나라는 성남 FC, FC 서울 처럼 FC라고 부르는데 발렌시아는 왜 CF냐.
FC는 Football Club의 약자다.
CF는 좀 다른데 스페인어로 Club de fútbol 이여서 CF라고 부른다.
그래서 발렌시아가 발렌시아 C.F. 라고 부른다.
메스타야가 49,500명을 수용하는 구장인데 이번 시즌 시즌권이 4만장 넘게 팔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시즌권은 말 그대로 그 해에 홈 구장에서 경기하는 경기 티켓을 연회권으로 사는 개념)
발렌시아 유니폼을 입고 혼자서 셀카. 2층 사이드에 위치하고 있어서 꽤나 좋은 자리였다.
발렌시아 경기는 티켓을 구할 수가 없어서 Viagogo를 통해서 구매했는데 167.93유로로 구매했다.
Viagogo 말도 많은데, 내 경우에는 별일 없었다.
경기 시작 전에 선수들이 간단하게 몸을 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자는 내 상징이라서 계속 쓰고 다니지만 당연히 경기 중에는 벗어둔다..
경기 화면에 안 잡히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
생긴 것 처럼 경기장에서도 막 선수들한테 소리 치고 물병 던지는듯한 모션 취하고.. 실제로도 무서운 감독이다.
이 아저씨다. 딱 봐도 무섭게 생기지 않았는가?
경기 시작하기 전에 서로 악수 하는 모습.
여기서 찍은 렌즈 역시 50mm 화각으로 실제로 경기장에 가서 보면 이 정도로 보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하면 정말 탄탄한 수비조직으로 유명한데 두줄 수비라는 개념이 있다.
4-4-2, 즉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4명씩 두고 공격수를 2명 두는 전술인데,
수비 때는 4-4-2에서 4-4의 두줄이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여야한다.
사진에 보면 하늘색 유니폼 입은 선수들이 어떻게 서있나를 보면 얼마나 수비가 탄탄한지 어림짐작 할 수 있다.
경기 중에 쉬는 타임이 있었나.. 아니면 누구 부상 때문에 쉬었던건가..
선수들이 잠시 물 마시면서 시메오네 감독의 지시를 받고 있는 장면
여기서도 느껴지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두 줄 수비
경기는 전체적으로 발렌시아가 끌어갔는데 아쉽게도 1-1 무승부로 비겼다.
이번 시즌 발렌시아가 무렌시아로 등극하게 된 서막이 바로 이 경기..
발렌시아는 이번 시즌 19. 2. 5 기준 6승 12무 4패로 라리가에서 가장 많은 무승부를 기록하고 있다.
이강인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발렌시아의 홈 구장 메스타야에서 경기를 본 것도 참 좋은 추억이다.
애초에 아스날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관심을 갖게 된 구단도 발렌시아였고 충분히 매력이 넘치는 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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