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바스크 지방의 열정, 붉은색으로 물든 아틀레틱 빌바오의 산 마메스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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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18일차 (18. 8. 27)


스페인은 땅 덩어리가 꽤나 넓은 나라다. 

우리나라 크게는 북한까지 친다면 조선 8도라고 불리면서 8개의 도가 있었는데.. (경기도, 경상도 같은..)


또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보면 전라도 쪽을 호남지방.. 이렇게도 부르는데 (호남의 호가 무슨 호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금강을 뜻한다.)

스페인에서도 이렇게 여러 개의 주를 묶어서 "ㅇㅇ지역" 이런 식으로 부른다. 


스페인은 지금에서야 하나의 나라지, 지금의 땅 덩어리는 예전엔 여러 개의 나라로 나뉘어져있었다.

그래서 현재에 와서도 민족성이 강한 두 지역이 발생하는데 하나는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 지방, 하나는 빌바오가 있는 바스크 지방이다.


바스크 지방은 카탈루냐 지방에 비해선 일반적으로 덜 알려져있는 곳이지만,

바스크 역시 바스크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고 스페인 정부와 지속적인 마찰이 있는 지역이다. 바스크 지방은 자치권을 인정 받았으나 지속적으로 독립을 요구하고 있고, 2006년에는 마드리드 공항에서 폭탄 테러를 강행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이번에 갈곳은 바스크 지방에 위치한 중심도시 빌바오다. 



빌바오에 가야겠단 생각이 들자마자 바르셀로나에서 빌바오로 다녀오는 왕복 비행기를 예매했다. 2박 3일 짜리 일정으로 부엘링 항공을 타고 다녀왔다. 바르셀로나 코인 락커에 3일 동안 짐을 맡겨두고 정말 백팩 하나 들고 빌바오에 다녀왔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출발했다. 


빌바오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딱 2가지.


-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 아틀레틱 빌바오(축구팀)의 홈 경기 직관


이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 다녀온 이야기는 공을 더 써야 하는 일이 때문에 나중에 쓰도록 하고, 오늘 풀 이야기는 아틀레틱 빌바오의 홈 경기를 다녀온 이야기다.    



바르셀로나 공항 면세 구역에 들어오니 하겐다즈가 있었다. 순간 하겐다즈가 너무 먹고 싶다가도 괜한 돈을 쓰는거 같아서 지나치려고 했었다.


근데 갑자기 돈 아끼자고 먹고 싶은거 참고 안 먹고 지나가면 뭔가 내가 초라해질거 같아서 가던 길을 뒤돌았고.. 정신 차리니 내 손에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쥐어져있었다. 


좀 비싸긴 하지만 얼마나 한다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빌바오까지는 국내선이기도 하고 거리도 멀지 않기 때문에 비행기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기차 노선이 없기 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버스로 가야한다. 그러면 돈은 적게 드는 대신에 대략 9시간 정도를 버스 안에서 있어야 하고, 쿨하게 비행기를 탔다.  




공항버스를 타고 오면서 드디어 마주친 이 녀석.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보자마자 아주 심장이 쿵쾅거렸다. 내일 제대로 보길 기대하며 오늘은 그냥 지나갔다.



아까 얘기했던 것 처럼 빌바오가 있는 바스크 지방은 민족성이 굉장히 강한 지역이고, 그래서 자신들의 축구팀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도 더 각별한 느낌이다. 아틀레틱 빌바오의 홈 구장 산 마메스. 



경기장의 파사드도 꽤나 이쁘게 만들어놨고 밤이 되면 경기장은 다양한 빛으로 물든다.


경기장에 위치한 스토어가 저녁 7시까지 하는 줄 알고 늦을 것 같아서 헐레벌떡 뛰어왔는데 뛰어오니까 경기 날에는.. 경기 끝날 때 까진 오픈한다고 하더라. 이럴거면 왜 뛰었나..



아스날 유니폼,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 발렌시아 유니폼에 이어서 4번째로 구매한 유니폼. 


아틀레틱 빌바오의 유니폼으로 마킹은 빌바오의 레전드 20번 아리츠 아두리스로 했다. 이 유니폼이 좀 각별한게 저걸 입고 다니니까 빌바오의 사람들이 나를 보며 너무나도 좋아해줬다. 



경기 시작 전에 주변에 있는 술집에선 핀초(바스크 지방에서 먹는 꼬치? 간단한 안주 같은)와 맥주를 먹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역시 경기 날에는 이런 북적거림이 반갑다. 



저런 산 중턱에도 집들이 꽤나 많이 모여있었다. 뷰 하나는 끝내줄 것 같은데..



경기가 저녁 10시 시작이라 그런지 9시 좀 안된 시각에는 해도 뉘엿 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유럽의 여름은 해가 참 늦게 진다.


아름다운 풍경과는 별개로 경기장 입장할 때 좀 소동이 있었는데.. 


일단 처음에는 음료수를 가지고 들어가는건 안된다고 해서 거기서 파워에이드 500ml 있던걸 원샷 때리고 다시 갔다.

(버리긴 아까워서..)


그 때 내가 호스텔에 들리지 않고 바로 경기장으로 가서 배낭에 카메라부터 시작해서 2박 3일 동안 필요한 짐들이 다 있었는데 이걸 경기장에 반입할 수가 없다고 하는거다.


근데 거기 서있던 보안관 2명 중 젊은 축에 속하는 한명이 나한테 막 화난 얼굴로 뭐라고 하는거다. 스페인어로 말하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있어야지. 옆에 있던 나이 좀 있으신 분은 영어도 좀 할 줄 알아서 경기장 돌아가면 짐 보관소가 있으니 거기에 가서 맡기고 오라고 해서 그 쪽으로 갔다.


짐 보관소에 가보니까 여기는 짐 보관소이긴 한데 무슨 오토바이 헬멧만 보관해주는 곳이라나? 그래서 내 가방은 맡길 수가 없단다.


결국 어쩔까 하다가.. 내가 처음에 들어갔던 곳이 7번 게이트였는데 내 티켓은 7,8,9번 게이트를 통해서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고.. 에라이 드러운 놈. 내가 7번으로는 안간다 하고 9번으로 갔다.


가방 열어 주면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나 이렇게 짐이 한 가득인데 들어갈 수 있냐? 하니까 별 신경 안쓰고 패스 시켜주더라. 딱 들어오면서 생각한건.. 아니 이렇게 쉽게 보내줄 수도 있는건데 아까 그 놈은 왜 그렇게 신경질적인거야?



오늘의 경기는 아틀레틱 빌바오와 올해 승격한 우에스카와의 경기.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경기장에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찬다.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색 경기장에 붉은 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서있다.

나도 그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 중에 하나였다. 



아틀레틱 빌바오 축구팀에 또 재밌는 사실을 하나 얘기해주자면, 선수단 구성에 엄청난 제한을 두는데..


- 바스크 지방에서 태어났거나

- 조상이 바스크인인 경우

- 바스크 지방 연고 축구팀의 유소년 출신인 경우


의 1개 이상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선수단으로 인정을 한다. 그들의 민족성이 축구팀에서도 나타난다. 






가운데 치고 들어오는 선수는 아틀레틱 빌바오의 에이스 '이냐키 윌리엄스'. 흑인 선수이지만 바스크 지방 태생이기 때문에 빌바오의 선수단 정책에 부합한 선수였다.  



아틀레틱 빌바오의 산 마메스는 내가 지금까지 다녀본 경기장 중에서 정말 최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었다. 정말 열광적이고 저 하얀색과 붉은색의 유니폼 덕분에 더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경기는 빌바오가 2-0으로 리드하면서 홈이 아주 열광적인 분위기로 이어졌으나.. 후반전 끝에 내리 2골을 연속으로 먹히면서 무승부로 끝나게 되었다. 아니, 승격팀인 우에스카 한테 도대체 왜 비기는거야..



전반전 끝나고 뒤에 앉아있는 분에게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아주 강하게 Si~~~ 라면서  (si가 스페인어로 Yes다.) 사진을 찍어주셨다.



마무리는 당시 찍어뒀던 동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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