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엄청 많이 온 날이었다.
수풍석 박물관을 먼저 들리려고 했었지만, 비가 많이 왔던 관계로 1달 전에 예약해뒀던 투어는 이미 취소가 되었다.
비오토피아 측에서 환불 관련 전화가 와서 본태박물관은 정상적으로 운영중인가요? 하는 질문을 했었는데 운영 중이지만 오는 길에 안개가 정말 많이 끼어있으니 조심히 오시라는 얘기를 들었다.
얘기하신대로 넘어오는 길에 안개가 자욱해서 정말이지 영화 미스트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안도 다다오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 건축가다.
그의 건축물에는 여러 특징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도드라져 보이고 알기 쉬운건 노출콘크리트의 사용이다.
말 그대로 건축물의 구조체가 되는 콘크리트를 노출시킴으로써 구조로 사용되면서도 마감재로도 쓰이는건데 이런 박물관은 그렇다쳐도 우리나라 기후에선 사용하기 어려운 공법이다.
(주택에 사용된다 치면 결로로 인한 하자들이 발생한다.)
그러면 콘크리트 면이 보이는건데 그거 완전 꺼끌꺼끌해서 별로인거 아니예요? 하는 의문점이 생길 수가 있다.
근데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에 사용된 노출콘크리트면을 만져보면 정말이지 부드럽다.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한 건축물은 꽤 많이 봤지만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처럼 부드럽게 마감하여 시공의 완성도를 높이는 곳들은 거의 못 봤다.
안도 다다오에 대해서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초기작인 스미요시 나가야 같은 건축물은 집 안에서도 비를 맞으면서 이동해야하는데, 자기 작품을 만든다고 그 집에서 살 사람들은 생각을 안하는게 건축가의 자질로써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도 봤었다. 어느정도 맞는 얘기긴 하다.)
난 대체적으로 그의 건축물을 꽤 좋아하는 축에 속한다.
비가 많이 왔다가 그친지 얼마 안돼서 일단 우산은 하나만 들고 오게 되었다.
본태박물관의 매표소로 올라가는 통로.
계단 앞에 사람들이 왜 이렇게 서 계시나 했는데, 그 옆에 바로 화장실이 있었다.
본태박물관에서 관람 순서를 얘기해줄 때 5관부터 시작해서 1관까지 역순으로 보라고 얘기해주는데, 사실 5관에서 4관까지는 사진도 별로 안 찍었다.
일단 본태박물관은 1,2관이 안도 다다오가 최초로 설계한 건물이고 3~5관은 이후 증축으로 지어진건데 4관과 5관은 진짜 볼 것이 없어도 너무 없다.
전시품이야 볼 것이 있지만 건축물 자체로 봤을 때 너무 격이 떨어진다. 외관은 그럴싸하게 지어놨다고 해도 내부 마감 수준은 정말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 호박을 아시는 분들도 더러 있으실 텐데, 쿠사마 야요이라고 일본의 설치미술가이다. 본태박물관 기념품 샵에 호박 모형이 있길래 보니까 50만원이 넘어가더라. 헐~~
보니까 3관은 입구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는데 무한의 거울방에 들어가려는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에 한 팀씩만 들어가서 2분 동안 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 우리도 기다려서 잠깐 구경하고 나왔다.
3관의 무한의 거울방까지 본 후로 동선은 2관으로 오게 된다.
어떤 미술품이 전시되어있냐 보다 어떤 건축물인지 구경하고 싶어하는 나이기에 2관부터가 좀 구경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2관 입구로 들어오면 높은 층고의 홀이 관람객을 반기면서 시작한다.
계단을 보니까 마감이 딱 깔끔하게 들어가있는 것 같아서 찍어놨다.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으로 '금붕어를 위한 소나티네' 라는데 난 처음에 금붕어가 영상인줄 알았다.
근데 보니까 진짜 금붕어더라?
뭔가 측은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2관 2층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의 모형과 스케치들이 전시되어있다.
위쪽에 보이는게 2관이고 아래쪽에 보이는 모형이 1관이다.
1관의 모형을 보면 그가 건축물에서 자주 쓰는 중정의 형태도 보인다.
2관을 나와 1관으로 가는 길은 한국의 전통담을 따라 가게 되는데 노출콘크리트로 짜여진 프레임을 통과해서 간다.
가는 길에 노출콘크리트의 벽과 한국 전통담이 맞물려있다.
1관도 역시 안도 다다오가 최초로 설계할 때 지어진 건물이라 그런지 나름 신경 쓴 구석들이 많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
나한테 여행에 있어서 각 지역의 건축물을 구경한다는 것은 최고의 재미 중 하나다.
제주도에 와서 보고 싶었던 건축물은 수풍석 박물관이 1순위이었지만, 그래도 본태박물관을 본 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다음 날 비가 언제 왔냐는 듯 푸른 하늘이 펼쳐지길래 왜 우리가 가려던 날에만 비가 그렇게 온거야.. 라고 투털거리긴 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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