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유동룡 건축가에 대해선 한국 이름보다 이타미 준으로 많이들 알곤 하는데,
이 분은 재일 한국인으로써 끝까지 일본 귀화를 하시지 않고 한국 국적을 가지고 계셨기에 유동룡이라는 한국 이름을 먼저 소개하고 그 뒤에 이타미 준이라 쓰는게 옳다고 생각했다.
본태박물관 다녀온 이야기에서 언급하였듯이, 사실 제주도에 온 가장 큰 목적은 수풍석 박물관을 들리기 위함이었다.
수풍석 박물관은 유동룡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인데 그 외에도 제주도에는 포도호텔과 두손미술관,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건축물인 방주교회가 있다.
방주는 우리가 흔히 아는 노아의 방주를 얘기하는 듯 하다.
나는 종교에 대한 특별한 믿음이나 신앙도 없을 뿐더러, 성경을 읽어보지도 않았지만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대해선 어렸을 적 들어본 기억이 난다.
그 만큼 방주라는 것이 가진 종교의 의미가 클텐데, 유동룡 건축가는 제주도의 교회를 설계하면서 방주에서 영감을 얻은 듯 하다.
방주교회는 포도호텔이나 수풍석 박물관과 다르게 누구든지 둘러볼 수 있는 곳에 있다.
수풍석 박물관은 지금은 예약을 통해서 투어로만 방문할 수 있고, 포도호텔은 당연히 투숙객만 방문할 수 있다.
(둘 다 언제 가볼진 모르겠다만 여자친구의 소원이 포도호텔에서 하루 묵어보는 것이라 했으니 정말 언젠간 가볼 듯 하다. 1박에 60~70만원이 넘어가는게 문제이겠지만!)
입구로 한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물 위를 건너야 입구로 가는 길로 도달 할 수 있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이런 구성은 안과 밖의 경계를 명확하게 해서 다른 공간으로 넘어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곤 한다.
뒤돌아서 걸어왔던 길을 보면 내가 이런 길을 걸어왔나? 하는 전혀 색다른 느낌이 들곤 한다.
아까 건축물의 외관을 보면 가운데 툭 튀어나와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 공간을 통해서 자연광을 유입시키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못 보고 지나갈 뻔 했는데 꽤 재미난 부분이다.
외관에서도 보이는 나무 프레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촘촘히 배치 되어있고 예배당 안에서도 바깥에 있는 풍광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십자가가 걸려있는 방향으로 갈 수록 살짝 올라가서 그런지 공간이 더 넓어보이는 느낌도 든다.
조용히 사진을 남기고 나도 뒤에서 잠시 기도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다.
종교에 대한 믿음은 없지만 성당이나 교회 등을 간다면 기도는 드리는 편이다.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내뱉으면서 나름대로 마음의 안정을 얻는 기분이랄까.
기도를 드리고 나와서 방주교회 외관 한바퀴를 쭉 둘러보기로 했다.
들어가는 문이 하나 더 있는 듯 하지만 사용되지는 않았다.
방주교회도 보니까 소유권(?) 문제가 있어서 그런지 한동안 방문객들이 내부를 볼 수 없던 때가 있는거 같은데 최근엔 어떻게 해결됐는지 모르겠다.
내가 방문 했을 땐 잠시 들리기에 제한 사항은 없었다.
가운데를 기준으로 비스듬하게 올라가는 모습
그리고 지붕에 들어가있는 모자이크 형태의 삼각형 패널들이 또 방주교회의 특징이다.
지붕에 저런식으로 표현을 하신건 중세 교회등의 모자이크를 모티브로 한건가?
방주 교회는 워낙 유명한 곳이기도 해서, 굳이 건축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거나 교회를 다니시지 않는 분들이더라도 들려보면 좋은 곳이다.
뭐랄까, 마주하였을 때 존재감은 분명히 있지만 자신의 모습을 과시하지 않고 푸근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그런 느낌.
편안한 기분이 드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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