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건축설계사무소 1년 다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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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사무소


나는 건축설계사무소(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이제 2년차가 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제목을 건축설계사무소 1년 다니고 나서 쓰는 후기로 할까 하다가 너무 길어서 줄였다.

- 1년 다닌 후기라고 하니까 1년 다니고 그만 둔거 같다는 뉘앙스도 있어서.. -


실제 고년차이신 건축업계 선배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1년 다니고 뭘 알겠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항상 이런 글을 쓸 때면 1년을 다니고 나서 내가 1년 동안 느꼈던걸 쓰기엔 지금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글을 남긴다.


이 글은 내가 다니고 있는 건축설계사무소에 대한 장, 단점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건축설계사무소에 다니면서 학교에서 설계하던 것과는 이런 것이 차이가 있구나 라는 내용을 쓰기 위함을 미리 밝힌다.


1. 건축설계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 와서 느낀 것 첫번째. '건축설계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대부분의 회사 업무에 해당하는 얘기다.

많은 일들이 혼자 처리할 수는 없겠지만 학교에서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교수님의 크리틱과 함께 본인이 혼자서 프로젝트의 처음과 끝을 다 해야했다.

(물론 나도 선배들을 도와주고 내 후배들이 내 프로젝트를 도와주는 경우는 있지만.)


하나의 프로젝트를 같이 머리를 맞대어서 하는건 학교 다니면서 딱 한번 있었다.

파빌리온(조형물 정도로 생각하면 됨.)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는데 그 때 이후로 설계 자체를 팀 프로젝트로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물론 맡은 일이야 내가 하는 것이지만 설계사무소에 오니까 일단 기본적으로 모든 프로젝트는 팀 단위로 돌아가는 것이고,

건축설계 말고도 구조, 설비, 조경, CG 등 다양한 협력업체들과 일을 해야한다는걸 느꼈다.


2. 퍼즐 맞추기와 디자인



내가 학교 다니면서 들었던 얘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가 하나 있다.

4학년 때 지도 교수님이 한 학기가 끝나고 마지막 시간에 한 명씩 연구실로 불러서 한 마다씩 해주셨다. 

그 때 교수님이 나한테 해주신 얘기는,


 "ㅇㅇ아, 너는 설계를 너무 수학 문제 풀듯이 보는거 같아." 라고 하셨다.


사실 난 학교 때도 내가 그렇게 설계한다는걸 알고 있긴 했다. 여기엔 뭐가 들어가야하고, 이 정도 공간에서 폭은 얼마정도 나왔으면 좋겠고.

학교에서 설계할 때 잘 안풀리면 복도에 나가서 바닥 타일에 그어져있는 줄로 거리감을 보고 설계하기도 하고 했다. 

이 말을 다른 사람한테 듣고 나니까 오히려 컴플렉스가 되기도 했다. 


근데 설계사무소 들어오고 나선 이런 부분이 더 득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계획설계를 하는 부분에 있어선 오히려 실용적으로 계획을 잡아놓고 나중에 다듬어가는 과정이나 건축물의 입면을 디자인하면서 아이디어를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오히려 난 그래서 설계사무소에 들어오고 나서 학교 다닐 때 보다 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설계를 하고 있다. 


3. 실제로 지어진다는 것과 현실적인 제약



학교에서 설계할 때 다른 애들이 너무 고민에 빠져있으면 우스갯소리로 했던 얘기가 하나 있는데,

"야, 어차피 이거 지어질 것도 아닌데 일단 넘겨~" 였다.


근데 이제 건축설계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이거 지어질 것도 아닌데' 라는 얘기는 할 수 없다. 실제로 지어지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난 아직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완공까지 된 프로젝트는 없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대충하면 안되겠단 생각은 갖고 있다.


그리고 설계사무소가 돌아가려면 일이 있어야 하는데 그 일은 누가 줄까?

바로 건축주가 준다. 내가 있는 설계사무소에선 건축주라 하면 대부분 시행사를 얘기하는데, 결국에 건축주가 원하는 조건과 방향이 어떤 것인지를 듣고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학교와는 다른 점이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공사비.

실제로 지어지기 때문에 마냥 내가 이쁘다고 디자인을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지어질 때 공사비 문제도 많이 들었다. 건축물을 떠나서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쓰는데 있어서 '저비용 고효율'을 원하기 때문에 건축설계를 하는데 있어서도 이런 현실적인 제약을 피할 수 없다.


4. 학교에서 생각하는 것 처럼 건축설계사무소가 그렇게 팍팍하진 않았다.



먼저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내가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됨을 미리 말한다. 

일단 난 5학년 때 졸업설계를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들과 내가 재능이 없나?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라는 생각 때문에 건축설계사무소를 안 오려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1년 동안 휴학하고 돈 벌고 여행하면서 돌아가면 건축설계사무소 말고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또한 대학교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보면 야근 많이하고 철야하고 일에 치여 살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내가 설계사무소를 가서 행복할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내가 지난 1년 동안 마냥 스트레스 없이 지낸 것도 아니지만 내가 우려했던 상황들보다 설계사무소가 그렇게 팍팍하진 않더라.

건축업계의 모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을 봐도 아직도 건축설계사무소들은 낮은 급여를 주면서도 일은 시킬대로 시키는 곳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사무소는 다닐만 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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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현업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 보다는 앞으로 건축설계사무소에 취업할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쓰는 글이고 나 또한 가볍게 쓴 글이기에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이며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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