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순천여행] 우리나라 1호 어린이도서관, 순천 기적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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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건축이야기를 쓴다.

지금 순천여행기를 쓰고 있기도 하고 건축이야기도 오랜만에 쓸 겸 시작해본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건축물 관련된 포스팅이 뜸한건 그 만큼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료 조사하고 찾아보고.. 내가 쓰는 이야기가 맞는지 확인해보고..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사실 순천 가기 전에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순천 갔다 온 친구들이 얘기해줘서


'아! 순천에 기적의 도서관이 있었지!' 하며 공부를 시작했다.



한 15년 전이었나, 내가 초등학교 때 MBC에서 굉장히 유행했던 예능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느낌표였다.

러브하우스하고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느낌표에서 했던 프로그램인데..


거기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도 정말 센세이션 했던 예능이다.

시민들이 숨겨져 있는 책꽂이에서 황금 열쇠인가..? 를 찾으면 책을 기부하기도 했고..

어렸을 때 정말 재밌게 봤는데, 이 때 이 프로그램에서 했던 프로젝트가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도서관을 짓는 프로젝트였는데, 순천이 1호가 되었고..


이 작품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기용 건축가의 작품이다.

무주프로젝트 같은 공공 건축물 프로젝트로 이름을 날리시기도 했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남쪽으로는 공원, 북쪽으로는 동명초등학교와 마주보고 있고, 주거단지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순천역에서 버스를 타고 인근까지 올 수 있었다.


정기용 건축가는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하면서 아이들이 6년 동안 바라보게 될 건물이란 점을 생각하면서..

어떤 형태와 어떤 모습이 좋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단지 건축을 바라보는 것고 건축물을 사용하는 일이라며..



"얘들아, 나는 책을 먹고 사는 건물이다. 내 얼굴을 봐라, 책꽂이 같이 생기지 않았니?"



북측 초등학교를 바라보고 있는 곳에는 직사각형 매스와 다르게 원통형의 매스 3개가 붙어있다.

건축에서 매스는 뜻 그대로 덩어리를 의미한다.


즉, 형태나 볼륨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매주 월요일은 오후 1시부터 개관하고, 매월 첫째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어린이 도서관이라고 해서 못 들어가나 했는데 출입에 제한은 없었다.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하면서 기능적으로 생각했던 부분 중 하나.


1. 도서관 입구에 세면대를 배치하는 것.


어린이들이 밖에서 흙을 만지며 놀다가 들어와서 책을 만지면 책이 금방 헤지기 때문에 세면대를 뒀다고 한다.


2. 신발을 벗고 사용할건지 신을 신고 들어오는 도서관을 할건지.


신을 벗고 들어가면서 난방 방식을 결정했다는거보니..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바닥 난방 시스템을 설치한 것 같고,

또한 신발이 내는 소음을 차단하고 아이들로 하여금 집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도서관다운 시원한 느낌을 주기 위해 기둥이 없는 공간, 즉 무주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고

일반적인 구조라면 밑부분에 기둥이 박혀야 하지만, 


도서관 2층 부분을 철골 프레임을 통해서 구조적 문제를 해결했다.



도서관 2층으로 올라가는 길. 전체적으로 층고나 공간감, 다양한 인테리어 등에서 어른의 공간이 아니라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라는게 많이 느껴진다.


이건 말로 설명되는 부분이 아니라 가보면 아, 이건 내가 평소에 경험하던 공간이 아니구나!

뭔가 작게 느껴지는데? 하는 기분이 든다.



2층 올라가는 계단 부분에는 천창이 나있어서 자연광을 유입시키고 아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공간을 체험하게 한다.



아까 얘기했던 철골조 부분.

오른쪽에 보이는 기둥에서 시작돼서 2층 복도 부분이 천장에 매달리는 형식이 되었다.


1층에 서고는 1m 20cm 높이로 되어있어 아이들이 책을 꺼내기 쉽게 하면서도,

어른들이 아이들을 확인하기에 적당한 높이로 계획되었다.



별나라 여행이라고 아까 도서관 입구에서 보이는 원통형의 공간이다.

정기용 건축가는 아이들이 먼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모습을 담은 공간에서..

어느 한 나라의 국민이기 이전에 국경 없는 자유로운 '세계인'이 되길 바라며 이런 공간도 만들었다 하였다.



기적의 도서관의 옥상 부분에는 비밀의 정원이라고 미로 형태의 재밌는 공간이 있는데,

주말에 연다고 써져있었지만 비가 와서 그런가 관리가 안될 것을 우려해 개방하지 않고 있었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부분.

벽에 얇게 나있는 창과 천장 부분.



움푹 파인 공간은 아이들이 뛰노는 장소가 되기도 했는데..

사실 도서관 내부에서 뛰어다니면 안된다.


남자애들 2명이 엄청 시끄럽게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여기서 책을 읽던 여자아이가..


야! 너희들 도서관에서 떠들면 안돼!!

도서관은 책 읽는 공간이고 너희들만 쓰는 것도 아닌데 조용히 해야하지 않겠니?? 


라면서 얘기했지만 뛰놀던 아이들은 서로 야~야~ 조용히 하래~~ 하면서 조용히 해야되나? 하면서 계속 놀던..


딱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기적의 도서관은 아이들이 자유로운 자세로 독서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고정된 자세에서 읽는 방법도 기르기 위해 이렇게 의자에 앉아서 읽는 공간들도 마련되어있다.




아이들을 위한.. 여기를 꾹 눌러줘~



변기도 귀여운 사이즈로 들어가있다.



벌써 만들어진지 15년이 넘어간 건물이지만 여전히 순천 시민들, 마을 주민들, 아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건축물이었다.

동네에 이런 도서관이 있다는건 정말 큰 행운이 아닐까?


그래서 생각해본다.. 이제 건축업계에 첫 발을 내딛은 내가..

누군가에게 건축으로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으로썬 묵묵히 갈 길을 가보는게 답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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