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도시는 더 집약적으로 이루어져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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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도시는 더 집약적으로 이루어져야할까?


작년 7월에 베를린에서 카우치서핑을 통해서 독일 유학생으로 있는 한국 형님의 집에서 머물게 되었다.

그 때 플랫 메이트 중에 게리트라는 나이가 70이 넘었나? 하는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어느 일요일 오후, 게리트와 그 주택에 사는 사람들하고 1층 마당에서 얘기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같은 곳 사는 사람들 끼리 

일요일 오후에 커피 한잔 하면서 얘기한 적은 없는거 같다. 


독일어가 안되는 나는 짧은 영어로나마 대화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내가 건축 공부한다는 얘기를 해서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게리트가 나한테 물었다.


"위니, 그러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베를린이 지금 상태로 있는게 좋은거 같아?

아니면 높은 건물들이 더 들어와야 하는거 같아?"


순간 멍해졌다.


뭐라고 대답해야하지? 그냥 생각해서 한국말로 답해도 어려운데 이걸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하나..


그 때 내 생각은 베를린은 지금 모습 그대로 있는게 낫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사실 난 이방인이기도 했고 베를린이란 도시에 대해서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베를린이 지금 모습 그대로 있는게 낫지 않겠어? 라고 했다.



<르 꼬르뷔제의 유니테 다비다시옹에서 찍은 베를린의 모습>


게리트의 말은 달랐다.


"난 말이야, 베를린에 좀 더 높은 빌딩이 들어오는게 좋을거 같아.

베를린에 더 높은 아파트가 들어와서 더 많은 사람들이 중심가에 들어와서 살고,

남은 공간들을 공원이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주면 베를린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라고..


사실 이런 생각은 건축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르 꼬르 뷔지에의 '빛나는 도시' 라는 이론에서도 나온다.

- 그가 이 이론을 보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건진 모르겠지만 - 


낮은 빌딩이 넓게 배치되어있는게 아니라,

좀 더 높은 빌딩을 지어서 그 안에 사람들이 모이게 하고,

빌딩 주변의 남은 공간들을 열린 공간(OPEN SPACE)로 만들면 사람들은 좀 더 다채로운 생활을 하지 않을까?   



<르 꼬르뷔지에가 설계한 공동주택 - 유니테 다비타시옹>


그렇게 하나의 집이 한명이 사는게 아니라,

하나의 집에 여러명이 사는 지금은 흔하디 흔한,


그리고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우리집 아파트,

아파트란 개념을 처음 구체화 시킨 것도 르 꼬르뷔지에였다.


르 꼬르 뷔지에가 제안한 빛나는 도시는 이런 아파트들이 여러 채가 있고,

나머지 공간은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 도시를 얘기한 것이었지만..


우리나라는 빛나는 도시에서 오픈 스페이스의 개념은 없어지고 고층 건물, 아파트만 잔뜩 들어선 모습이다.


아파트들은 공원형 아파트라고 해서 아파트 단지 사이 사이에 공원처럼 꾸며서

입주민들이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과연 그건 오픈 스페이스일까? 아니면 더 폐쇄적인 공간일까?


입주민들을 위해선 열린 공간이겠지만 도시 전체적인 맥락으로 봐선

아파트 단지를 더 요새화 시키는게 아닐까?



게리트와 이야기 한걸 시작으로 그러면 '서울은 더 집약적으로 이루어져야할까?' 라는 생각을 한켠에 두고 있었다.

요즘도 이런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만약 서울이 지금보다 더 높고 널널한 도시였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낮은 건물들은 없이 롯데 타워 같은 고층 건물들이 듬성 듬성 들어가있고,

대신에 수 없이 넓은 공원들과 한강 주변으로 펼쳐진 자연 환경들을 누리면서 사는게 더 좋았을까?


뭐, 내가 지금의 서울을 보고 지내서 그런가 난 지금의 서울의 모습이 좋은거 같다.

도시가 하나의 모습을 보여주는거 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게 좋지 않나?


난 개인적으로 하나의 도시 자체가 중심부는 꽉 차있으면서 나머지가 여유로운 것 보다,

지금의 대한민국처럼 서울 같은 도시들이 꽉 차있고 나머지 도시들이 여유로운 모습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고?

오히려 모든 도시들이 똑같은 밀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너무 지겹지 않을까?


---


롯데타워라는 정말 초고층 건물이 서울의 이미지를 대폭 바꾸었고,

아직도 저런 높은 빌딩이 서울에 있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오히려 저런 높은 빌딩이 더 들어오면 롯데타워도 어색하지 않고

또 다른 서울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올해 상하이를 다녀오면서 상하이 푸둥신구의 고층 건물들이 모여있는걸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우리나라에 저런 건물이 하나만 덩그러니 있으면 정말 이상했을거 같은데

(ex. 롯데타워)


아예 지들끼리 모여있으니까 그래도 낫네? 라고..


그래서 나 또한 잠실 한전부지에 지어지는 현대자동차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거기에 들어오는 마천루와 여러 시설들이 서울의 전체적인 이미지,

그리고 좁게는 삼성역 주변의 모습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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