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건축답사] 스페인 발렌시아의 예술과 과학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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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묵혀뒀던 포스팅을 한다.

1년 넘게 안 쓰고 있던건데 딱히 안 쓰려던건 아니었지만, 건축물 답사 포스팅은 항상 부담스럽다.


오늘 갑자기 사진들을 보다가 지금 안 쓰면 끝까지 안 쓸 것 같아서 시작을 해본다.

작년 여행 중 발렌시아 역시 즉흥적으로 간 도시 중 하나였다.


발렌시아 대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18/19 라리가 1R를 보러 들어간건데,

발렌시아에서 볼만한 것 중에 예술과 과학의 도시가 있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사실 발렌시아 자체는 관광할만한 거리가 많은 도시는 아니다.

 빠에야의 고장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여기서 먹었던 빠에야는 왜 이렇게 그냥 그랬는지..

내가 이상한 집만 골라서 간 것 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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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좀 추상적인 얘기를 한번 해보자.

여러분들은 '미(美)'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름다울 '미'


아름답다는 표현은 누구나 안다.

그녀는 아름답다. 이런 표현을 많이 보잖나?

미녀.


꼭 사람에만 표현되는 것도 아니다.

풍경이 아름답다!


그러면 아름다움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이건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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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뼈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내가 걷고 살아있고 움직이기 위해선 뼈가 있어야 한다.

근데 내가 지금 앉아서 글을 쓰고 있을 때의 뼈의 전체적인 형태와,

서있을 때 뼈의 형태는 다르잖아!


아니면 다리를 벌리고 서있을 때와 그냥 서있을 때의 모습이 다르다.

어? 근데 다리의 모양이 달라도 서있을 수가 있네?


그러면 서있으면서 어떤 모습을 띄고 있어야 아름다워 보일까?

마치 발레리노가 균형을 잡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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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뼈대가 필요하듯 구조는 건축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만약 아파트 같은 건물이 초등학교 시절 조회 시간에 차렷! 하는 자세로 꼿꼿이 버티고 있는 자세라면

발레리노의 춤 동작은 이런 차렷 자세와는 정반대의 선을 띄고 있는데, 결국에 둘 다 버틸 수 있지 않나?


건축물이 서있기 위한 구조를 어떻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가 건축에서 얘기하는 것이 구조적인 아름다움이다.


구조의 아름다움. 구조미


이렇게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구조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스페인의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는 이곳.


예술과 과학의 도시를 설계하게 된다.



발렌시아 구 시가지에서 버스를 타고 한 20분 정도 타고 가서 예술과 과학의 도시 앞 정류장에 내릴 수 있었다.

걸어가면 한 40분 정도 걸리겠지만 발렌시아의 날씨는 여름에 40도를 넘기는 무자비한 더위를 내뿜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걸어갔다면 땀을 뻘뻘 흘리고선 탈진 했을 것이다.


(이 날 매점의 음료수가 3유로나 하길래 너무 비싸다며 안 먹고 버티다가 이렇게 가단 쓰러질거 같아서 결국에 사고 원샷하다시피 마셨다.)



예술과 과학의 도시의 스페인어 정식 명칙은 Ciudad de las Artes y las Ciencias.

1998년 4월 1일에 개관해서 연간 270만명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발렌시아 구 시가지에서 좀 떨어져있긴 하지만 도시의 랜드마크적인 역할도 한다.



원래 초기 예산은 3억 유로였는데 실제로 공사 하면서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그러면 거의 1조 가까이 되는 공사비용이 발생한 것이다.


1조라..

(참고로 서울에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공사비용이 5000억 정도로 알려져있다.)



예술과 과학의 도시는 1998년에 영화관이 첫번째 건물로 개관한 이후로 2009년까지 총 7개의 건물로 나뉘어져있다.

이 사진은 팔라우 드 레 아트 레이나 소피아로 레이나 소피아 예술궁전으로 얘기하면 되겠다.


이 건물은 2005년에 개관했다.

현재는 심포니 콘서트나 오페라 등의 공연을 하고 있다.



다리 밑 부분의 유선형의 구조 처리.



이 건물은 L' Hemisferic으로 아이맥스 영화관이다.

1998년에 개관한 건물로 예술과 과학의 도시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건물이다.


건축물은 물로 둘러쌓여있고 내부로 들어가면 1층이 아니라 지하 1층이 주된 층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갈 수 있었다.


위에서 보면 사람의 눈 모양 같이 생겼는데 지식의 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멀리서 본 레이나 소피아 예술 궁전.



공연장, 영화관에 이어서 이곳은 과학 박물관이다.

펠리페 왕자 과학 박물관이다.


전체적인 형상은 마치 고래의 골격과 같다는 얘기를 한다.

아까 내가 사람의 뼈대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실제로 건축가들은 구조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자연에서 온 형태나 동물의 형태에서 힌트를 얻곤 한다.


역시나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도 잎사귀 속에 뻗어져있는 섬유구조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자연의 형태에서 건물의 컨셉을 잡곤 한다.



1층과 지하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



과학 박물관 전시관으로 들어가보진 않았다.

거기서부턴 입장료가 필요했는데 굳이 궁금하진 않았다.



전시관과는 별개로 있는 공간.

현재는 아무것도 쓰지 않는 곳이었다.



과학 박물관 답게 DNA 형태를 본딴것 같은 전시품도 있었다.

건축물 외부의 프레임은 뼈대 같이 붙어있으면서도 살짝 굴곡이 있다.



세레리아 다리라고 불리는 사장교.

현수교하고 사장교는 비슷해보이지만 차이가 있는데


일단 현수교는 ㅣㅜㅜㅜㅣ 이런 형태로 큰 기둥과 기둥 사이에 메인 케이블이 뻗어나오고 

그 밑에 보조케이블들이 붙어서 직선으로 내려가는 형식이라면


사장교는 사진에 보이는 것 처럼 큰 기둥에서 여러갈래의 케이블이 뻗어나가는 형식이다.

더 이상의 구조 설명은 내 지식의 한계로 생략하고..


사장교는 한자대로 뜻 풀이 하자면 비스듬하게 당긴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날 찍은 사진 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사진.

이곳이 가진 구조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물에 살짝 비친 반영까지..



아까 그 사장교는 반대서 보면 이런 모습이다.

칼라트라바는 이 다리를 세레리아 다리라고 이름 붙혔다. 


구조물의 높이가 125m인데 다리의 가장 높은 부분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란다.



이건 2003년에 개관한 수족관이다.

수련 형태로 지어진 유선형의 건물인데 칼라트라바가 아닌 펠릭스 칸델라의 설계로 지어진 작품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족관이라고.



실제 입장객이 아니면 건물 내부로도 들어갈 수 없었기에 내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까지만 보고 나왔다.

와, 근데 어떻게 저렇게 구조를 얇게 처리하지?


이렇게 보니까 놀랍다.



계단이 있어서 올라갈 수 있나 했더니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다. 



중간에 물이 있어서 그런가 더 후덥지근한 기분도 든다.




좀 더 가까이서 본 모습.



이 산책길은 L' Umbracle 이라고 해서 발렌시아 지방의 식물들이 있는 산책로다.

산책로와 식물들 이외에도 내부에는 현대 예술가들의 조각품이 있다.

야자수와 오렌지 나무가 심어져있다고.


실제로 발렌시아가 어딘진 몰라도 발렌시아 오렌지는 알듯이 이곳은 오렌지로 유명한 곳이다.



하나의 건축물이 아니라 복합 단지고, 여러 해에 걸쳐서 건축물이 지어져있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 둘러봐도 다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날씨가 너무 더워서 정말 땀을 뻘뻘 흘렸는데 그 때문인지 더 오래 있을 순 없었고, 

이 날 다른 도시로도 이동해야 했기에 내부를 다 들어가보진 않았다.


누가 발렌시아에 간다면 한번 가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추천할만한 곳이다.

왜냐하면.. 발렌시아에는 그렇게 볼만한게 많은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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