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유럽여행하면서 만났던 외국인 친구를 한국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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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친구 카일을 처음 만난건 리투아니아에서였다.

일단 리투아니아가 어딘지 부터 살짝 얘기해볼까?



저 위에 폴란드와 벨로루시와.. 라트비아와 붙어있고 발트해와 붙어있는 나라가 리투아니아다.

나는 발트 3국 여행을 에스토니아부터 시작해서 라트비아를 거쳐서 리투아니아로 갔다.


리투아니아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발트 3국을 여행하거나 여행에 좀 관심 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기독교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들어본 나라다.

리투아니아에서 유명한 곳 중에 십자가 언덕이란 곳이 있는데 난 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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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을 처음 만난건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라고 바닷가에 붙어있는 도시였다.

호스텔 로비에서 이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호스텔에 있던 외국애가 내 카메라를 보더니


"오~ 소니 카메라네?"

하면서 카메라 얘기를 잠깐 했다. 그 때 통성명을 했다.

카일이고 미국에서 왔다고.


클라이페다 호스텔에서 만난건 그게 전부였는데 시간이 며칠 흘러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니우스에 도착했을 때

리투아니아의 호스텔, 같은 방에서 카일을 딱 만나게 되었다!


호스텔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서 봤는데 어디서 낯이 익은 사람이 있길래 얘기했는데,

그게 카일이었다.


카일하고는 빌니우스 근교에 있는 트라카이도 한번 다녀왔었다.


호숫가의 아름다운 성, 발트3국 리투아니아 근교 트라카이성 


카일하고 유럽에서 만난건 리투아니아에서가 마지막이었다.

시간이 흘러.... 거진 1년 되는 시점에 카일을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카일은 일본을 한 달 동안 여행하고 한국으로 넘어오는 여행 일정을 짜고 있었고,

한국에 들어오면 꼭 보자고 얘기를 했다.


여행하면서 만났던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들어와서 만나는 것도 나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중에 더 특별했던건 우리 가족 고기 구워먹는 모임에 카일을 초대한 것이었다.



부모님은 집 주변에 주말농장을 하고 계신데,

그 쪽에 고기 구워먹을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거기에 자리를 만들었고 카일을 우리 가족 모임에 초대했다.


호스텔이 홍대 쪽에 있어서 우리 집 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그래도 1번만 갈아타면 돼서 오기는 쉽다고 했다.

사진은 아버지가 자기가 기르고 있는 것들을 보여주신다고 해서 셋이 가서 구경했다.


아버지가 얘기하면 나는 이건 뭐라고 영어로 얘기해주고..

사실 나도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라서 단어가 생각이 안나면 좀 찾아보고 얘기하는 편이다.


일단 카일을 초대해서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가는 것도 조금 걱정이었는데 내 걱정과는 다르게 이 날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

다들 재미있어했고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을 것이다. 물론 나에겐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고.



카일은 미국인으로 LA에 사는 친구인데, 영화 영상 관련된 일을 한다고 했다.

난 안 궁금해 했었는데 그 미국인 친구는 몇살이냐? 라고 하길래 페이스북을 찾아보니 나보다 9살 많았나..


여행 다니면서는 나이도 잘 안 물어보게 되는 듯 하다.



주말 농장에서 따온 채소들 하고 집에서 가져온 반찬하고 세팅하고..

코스트코에서 고기며 술이며 잔뜩 사왔다.


(역시 코스트코 고기는 단체로 먹을 때 사와야.. 

동생이 항상 하는 말이 코스트코에서 냉장 고기 사와서 다 못 먹고 얼려놓으면 그게 무슨 냉장이냐고..)



고기하고 소시지하고 양갈비하고.. 정말 푸짐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영어로 대화하고 잘 하진 못해도 다들 조금의 영어 단어들은 다 쓸 수 있으니까..


정말 기분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서 좋았고,

이런 가족 모임에 외국인 친구를 초대한 것도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나 있을지.. 


카일이랑 한국에선 총 3번 만났다.


처음에는 따로 만나서 반나절 정도를 같이 보냈고, 

하루는 가족 모임에 초대해서 점심을 먹고 그 후에 야구를 보러 갔고,

한번은 강남에서 만나서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잠깐 얘기를 했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오니까 무엇을 소개해줘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면서 찾아봤는데,

딱히 나오는 정보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한국에 온 미국인 친구 카일이랑 했던 것.. 



첫 날은 창덕궁 후원에 갔었다.

창덕궁 후원은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데, 여기도 소개할만한 곳이라 생각했다.


창덕궁도 한번 둘러보고 후원도 보고.

그리고 후원은 특정 기간을 제외하곤 가이드투어로만 다닐 수 있는데 영어 가이드 투어가 있기 때문에 그걸 들었다.


영어 가이드 투어는 외국인이 동행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데, 나도 이번에 처음 들어봤는데 괜찮았다.

설명도 잘 해주시고.. 




창덕궁 후원에서 나와선 아래쪽으로 좀 걸어가서 익선동 골목을 둘러봤다.

익선동은 저번에 여자친구랑 한번 갔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어질 어질 했는데 이번에도 여전했다.


익선동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둘러보진 못하고 중간에 카일이 한옥 스타일의 카페에 관심을 갖아서

거기서 잠깐 타르트와 음료를 먹고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원래 청계천도 잠깐 들려서 산책을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사진은 딱히 찍지 못했다.


청계천을 좀 걷고 나서는 광장시장으로 가서 시장 구경도 좀 했다.



그리고 하남돼지집에 가서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었다.

삼겹살도 외국인들이 한국에 온다고 하면 한번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음식이다.


삼겹살이야 외국에서는 취급을 잘 안하는 부위긴 한데,

우리나라 삼겹살 집에서 먹는 삼겹살이 참 맛있긴 하다.


여기서도 명이나물을 먹어봤는데, 카일도 명이나물 맛이 괜찮다며..

(명이나물을 뭐라고 설명해줘야 하나 찾아봤었는데 산마늘이라고 나와서 mountain garlic 이라고 얘기했었다.)



카일이 한국에서 야구를 보러 갈 수 있냐고 물어봐서, 오랜만에 나도 야구장에 갔었다.

외국인은 한국에서 인터넷 예매를 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내가 대신 예매해서 경기를 보러 갔고,


카일이 묵는 게스트하우스의 독일인 친구까지 해서 셋이 경기를 봤다.

이 날 두산 서포터석인 1루 쪽에 앉았는데 두산은 1점도 내지 못하고 졌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치어리딩 문화를 좋아하더라.

그래, 나도 좋아한다.

(서현숙 최고다!!)



카일이 떠나기 전 마지막 날 저녁에는 나도 출근을 했던 날이었고, 

퇴근하고 나서 강남에서 저녁을 먹고, 저녁을 먹고 나선 카페에서 잠깐 얘기를 하면서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카일이 이 날 한국을 기억할만한 티셔츠를 구매하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녔는데..

강남역에 있는 옷 브랜드들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을 법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티셔츠는 구하지 못했다.


아마 두산 베어스 경기 보러 갔을 때 거기서 사는게 제일이었겠지만!


하여튼..


유럽여행하면서 만났던 외국인 친구를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는 건 정말 설레면서도 신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여행하면서 만난 한국인들을 다시 한국에 와서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


다음번에는 내가 LA로 갈테니까 거기서 만나자! 라고 얘기했는데,

그게 언제가 될진 장담을 못하겠다.


이래서 인연이 소중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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