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5일차 (18. 6 .5)
탈린 숙소에서 만났던 누님들을 빌니우스 숙소에서 우연찮게 마주쳤다. 빌뉴스에 들어오신건 알았는데 같은 숙소인진 몰랐다가 전 날 저녁에 라면 끓여 먹으려고 같더니 주방에 계시더라.. 인연은 참 신기하다.
덕분에 아침 식사를 먹을 수 있었다. 아침을 먹은게 여행 시작하고나서 거의 처음이라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아침은 거의 안 먹고 점심부터 먹는 나인데 이 날은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또 하나의 인연이 있다면 클라이페다 호스텔에서 마주친 미국인 친구와 빌뉴스 호스텔 같은 방에서 다시 마주쳤다. 발트3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또 만나는게 빈번한 일이다. 생각보다 좁은 동네다.
미국인 친구 이름은 카일인데 하루 정도는 트라카이를 간다고 했고 나도 갈 예정이라 같이 오게 되었다. 트라카이 가는 방법은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방법과 기차를 타고 오는 방법이 있는데 기차를 타고 35분 정도면 도착하고 편도로 1.8유로다.
기차의 장점은 편하고 가격이 조금 저렴하다는건데 하루에 가는 열차가 많이 없다. 카일과 나는 12시 32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탔다.
트라카이는 반나절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여유있게 점심 즈음에 출발했다.
트라카이 역에 내려서 성이 있는 호숫가 까지는 대략 30분 정도를 걸어들어가야한다. 지나가면서 들린 성당.
성스러운 그림을 새겨놓은 기념 카드가 있었는데 카일은 할머니에게 선물한다고 몇 개를 집었다. 나는 구경만 했다.
트라카이 다녀오는 날은 날씨가 너무 추웠다. 바람막이를 가져와서 다행이지 카일은 반팔, 반바지 입고 왔는데 완전히 실수 했다며 추워 죽겠다고 했다.
백조의 호수.. 랄까 사진 찍기 괜찮은 타이밍 까지 기다렸다가 남겼다. 카일도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친구라 서로 죽이 잘 맞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 1994라고 써져있는걸 봐선 1994년에 만들어진 것 같은데 정확히 뭔진 모르겠다.
트라카이 가는 열차 안에서 옆 자리에 한국인 여행객분들이 계셨는데 이 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근데 사진찍어 달라는걸 나한테 부탁안하시고 카일한테 익스큐즈 미? 하면서 물어보시더라. 아무래도 내가 한국인처럼 안보이나보다..
사실 여행하면서 만나는 많은 여행객들이 열에 아홉은 일본인이냐고 물어본다.
트라카이성은 그 역사가 15세기 초 부터 시작한다. 1430년에 준공이 되었는데 17세기에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과 모스크바 대공국 간의 전투 중에 대부분이 손실되었다.
거의 새로 짓는 정도의 복원이 이루어졌는데 사진에서 보면 기존에 있던 벽돌과 새로 쌓은 벽돌의 색깔 차이가 명확하다.
성은 크게 2 구역으로 나뉘어져있는데 이 다리를 건너야 넘어갈 수 있다. 카일이 내부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성곽 구경을 하자고 했다. (나는 안에 들어가볼 생각이여서 나중에 꼬시려고 했다.)
다리 건너편에서 본 트라카이 성의 모습. 정말 기가 막힌다. 참고로 호숫가에서 배를 타고 성을 둘러볼 수도 있다. 가격도 꽤 저렴한 편이다. 날씨가 좋으면 호숫가에서 수영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오늘 날씨는 너무 추웠다.
리투아니아의 전통 음식 중에 키비나이라는게 있는데 거의 만두와 같다. 만두인데 얇은 피 대신 빵이 있는 만두랄까.. 온김에 맥주부터 마시기로 했다. Svyturys는 클라이페다의 맥주이다.
치킨 키비나이와 시금치에 치즈가 들어간 키비나이를 시켰다. 맥주까지 해서 7.3유로나왔다.
키비나이는 포크, 나이프 없이 손으로 들고 먹는게 전통이라나.. 나야 손으로 먹는게 더 편하다. 피자도 손으로 먹는게 더 편한것 처럼. 꽤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2개 정도 먹으면 딱인듯 하다.
트라카이 자체가 성 말고는 볼 것도 없어서 성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남은 시간도 너무 많고 카일을 꼬셔서 성 안으로 들어왔다. 학생 요금으로 성 입장료와 사진촬영까지 해서 5유로를 냈다.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구역은 대부분 이런 품목들을 전시 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지도의 변천사를 전시하는 곳도 있고 꽤 볼만하다.
트라카이 성 내부의 모습. 여기저기 보수한 흔적이 가득하다.
트라카이 성의 모델. 여기서 보면 왼쪽 구역과 오른쪽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성으로 들어오면 왼쪽 구역을 보고 다리를 건너서 오른쪽으로 가는 방식이다. 아쉽게도 오른쪽 구역에 호숫가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없더라.
이렇게 박제한 동물들을 전시한 곳도 있는데 헌팅 트로피를 보면 썩 기분이 좋진 않다.
파이프를 전시한 곳도 있다. 이쪽 구역은 그냥 일정한 테마가 아니라 굉장히 여러 개의 전시를 한다. 미술관에서 초상화 보는 것 보단 더 재밌는 편이었다.
요즘 시대에 파이프 쓰는 분은 딱 한분 봤는데 우리 학교 교수님 중에 파이프를 쓰시는 분이 있다. 우리 과는 아니고 다른 과 교수님. 복도에서 들고 다니시는걸 꽤 봤다.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 공작궁으로 넘어갈 수 있다.
트라카이 성 공작궁(내가 얘기했던 오른쪽 구역)의 목조 회랑. 중정 안에 계단이 나무로 되어있는데 전시 동선이 생각보다 불편하다. 아쉽게도 공작궁 내부에서 호숫가를 바라볼만한 곳이 없었다. 그거만 있으면 최고였을텐데.
이전 구역이 트라카이 왕국의 수집품을 전시했다면 공작궁 내부에선 트라카이 성의 역사를 중심적으로 전시한다.
트라카이 성을 보면서 호숫가 건너편에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들이 있는걸 보고 카일과 함께 가보기로 했다.
한 20분 정도를 돌아 건물 앞까지 왔지만 여기까지 와서도 무슨 용도인지 몰랐다.
완전 버려진 건물인데 도대체 용도가 무엇인지.. 또 건물 위에서 나무들은 어떻게 나고 있는지 궁금했다.
누군가 와서 그래피티를 해놨는데 Free-Wifi라고 써져있는 것도 있었다. 혹시나 해서 와이파이를 켜봤는데 실제로 와이파이가 있긴 있었다. 정말 되는지 확인은 못해봤지만.
이 날 찍었던 사진 중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 호숫가 옆에 돌에서 나무가 하나 올라오고 있었는데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곤 한다.
우리가 관심을 보인 호숫가에 있는 건물은 아니고 그 옆에 있는 건물. 아마 이 건물은 사유지라고 들어오지 말라는 것 같다.
누가 나무를 옮겨 심은건지 건물 위에서 나무가 나고 있었다. 여기까지 걸어오는 사람도 없거니와 신기한 곳이었다. 혼자 찾아왔으면 조금 무서울뻔 했다.
트라카이 역으로 걸어가면서 iki 에서 크림치즈 + 초콜릿이 섞인걸 하나 사먹었다. 카일이 전 날에 먹었는데 맛있다고 추천해줬는데 꽤 괜찮았다.
트라카이를 다 보고 났는데도 시간이 꽤 남았다. 카일하고 기차를 타고 돌아갈까 하다가 기차 시간까지도 너무 남았고 기차역에서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 버스터미널로 갔더니 버스가 있었다.
트라카이에서 빌뉴스로 가는 버스는 성인 2유로, 학생이면 1유로다. 1유로인데 5유로 내니까 기사 양반이 막 화내는 듯이 뭐라고 하더라. 알고 보니까 리투아니아어로 1유로 동전 있냐고 물어보는거였다. 없으니까 지폐 냈겠지.. 이런거 당하면 진짜 짜증난다.
트라카이를 같이 갔다온 미국인 친구 카일. 카일이랑 동행은 꽤나 의미 있는 일이었다. 나는 여행 중에 외국인 친구들과 얘기를 하고 간단히 숙소에서 술 마시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하루를 같이 한 적은 없었는데..
싫은게 아니라 내가 하루 종일 영어를 쓰면서 대화를 하는게 약간 두려웠기 때문이다. 카일하고는 재밌게 얘기할 수 있었다. 역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공유하며.. 나중에 LA 놀러오면 자기네 집에서 자란다. 언제 미국에 갈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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