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을 다닐 때 어떤 도시건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동 중에 하나는 그 도시에서의 일몰을 보는 것이다. 아무래도 하루 일정의 마무리를 일몰과 이어지는 야경을 보는 것으로 하면 기분이 참 좋았다.
근데 여행하면서 일몰이 아닌 일출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아침 잠이 많은 나는 여행을 다니면서 일출이랑 인연은 없었고 바라나시에서 철수가 끄는보트를 타면서 봤던게 내가 여행 중에 만난 유일한 일출인 것 같다.
여행에서도 일출을 안보기도 하고 한국에서도 일출을 안 보기는 매한가지이다. 더군다나 신년 맞이 해돋이를 그 추운 1월 1일에 보러 가는건 내 인생에 있어서 거의 없다고 봐야하는데 근 10년 동안 딱 한번 있다. 바로 2009년 송정에서 본 해돋이다.
딱히 송정에서 해돋이를 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보게 되었냐?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철도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들이고, 친구들이 하고 있는 철도 친목 커뮤니티에서 부산으로 신년 맞이 여행을 간다길래 나도 따라갔었다. 2009년 마지막 날을 부산으로 내려가서 여행을 하고 다음 날 새벽에 다 같이 일어나서 해돋이를 보는 일정이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이 때 부산에 내려가서 저녁으로 육곳간이라는 고기뷔페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 때 고기를 너무 많이 먹었는지 나는 엄청나게 체를 했고 결국엔 새벽에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서 엄청 토를 해서 해돋이를 볼 수 있을지 사람들이 많은 걱정을 했었다. 컨디션은 안 좋았지만 약을 먹고 나가서 2010년 첫 날 해돋이를 볼 수 있었다.
이 사진은 그 때 송정에서 찍은 2010년의 첫 해돋이 사진이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인데 당시 장갑도 안 끼고 있어서 추위에 벌벌 떨면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살면서 새해 첫 날 해돋이를 보러 가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빨간 날이라고 해가 중천에 뜰 때 까지 자고 있을 내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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