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성지순례날에 찾아 가버린 우크라이나 키예프 페체르스크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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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87일차 (18. 7. 27)



5일 정도 머물렀지만 키예프 여행기는 딱히 쓸 것이 없다. 

마땅히 한 것도 없고 얘기할 만한 것도 없고 그저 쉬면서 놀고 먹고 하면서 지냈다. 물가가 싸니까 들어가서 아무거나 먹어보면서 다녔다.



숙소 앞에 초밥집이 하나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먹는 초밥이 퀄리티가 좋은 편은 아니다만.. 그래도 가격도 저렴하고 괜찮은 편이라 자주 들려서 먹었다.



이건 구운 연어였나, 먹었는데 맛은 그럭저럭. 이 날은 체크아웃 하고 저녁에 오데사 가는 기차를 타는 날이라 점심을 먹고 페체르스크 수도원에 다녀올 예정이었다.



페체르스크 수도원까지 우버를 타고 가는 중. 우크라이나는 우버가 정말 싸다. 애초에 물가가 싼 것도 있어서 그런지 우버도 우리나라 택시비를 생각하면 1/3~1/4 정도다. 20분을 타고 가도 몇 천원 정도 나오니..



페체르스크 수도원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인데, 우버를 타고 올라가는 길이 막혀도 너무 막혔다.

유명한 곳이란건 알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나? 많아도 너무 많은 것 같았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어디가 입구인지도 찾지 못했다. 엄청 커다란 십자가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여기 도대체 뭐야..? 



어디가 수도원이고 어디가 동굴 예배당인지 알지를 못해서 한참을 걸어다녔다. 아무 생각 없이 수도원 안을 걷다보니까 사람들이 너무 없어진 것 같아 여기는 아니라고 판단 했고 다시 길을 올라갔다.


너무 더웠다. 사람들도 많고.

음료수라도 마시고 싶었는데 간이 매점에 파는 음료수는 다 나가고 아무 것도 없다.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거야?



드디어 찾은 입구. 원래는 입장료를 받는 곳 같은데 오늘은 입장료 없이 들어가나보다. 검표하는 사람들도 없어서 내부로 들어왔다.



이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걸 깨달았다. 구글 리뷰를 찾아봐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얘기는 아무 곳에도 없는데..


찾아보니까 오늘이 러시아 정교회 창립 1030주년 기념일이란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정교회 중에 가장 성스러운 장소인 페체르스크 수도원에 모든 사람들이 몰린거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에서 종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날에, 가장 중요한 장소에 내가 왔다는거지..


이제서야 이 수 많은 인파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내부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기도를 드리러 온 사람들의 행렬이 족히 2~3시간은 기다려야할 것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성당에 들어가려는 줄과 행사를 보고 있는 줄이 다 뒤엉켜서 인산인해다. 어떻게 이런 날을 딱 맞춰서 오다니.

솔직히 의미 있는 날에 왔다는 느낌보단 왜 이렇게 사람 많은 날이 왔나..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결국 수도원은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나왔다.

우크라이나 심 카드를 끼고 있는 덕에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한번 하면서 버스를 기다렸는데 이 놈의 버스는 도대체 올 생각을 안한다.


다시 우버를 타고 성 소피아 대성당으로 왔다.



성 소피아 대성당에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입장 시간이 이미 끝나서 들어갈 수가 없단다. 그래서 앞에 있는 종탑에만 올라가보기로 했다. 

종탑에서 내려다 본 성 소피아 대성당.


러시아 정교회,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건물들을 보면 우리가 흔히 쓰지 않는 색을 많이 사용한다.



종탑에서 보이는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



역시나 하늘색의 외관이 눈에 띈다. 저기는 우크라이나 친구와 잠시 들렸는데 크게 볼만한 건 없었다. 러시아 정교회 대부분의 사원이 외관은 화려하지만 내부는 좀 단조로운 느낌이 많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서 맡겨뒀던 캐리어와 배낭을 챙기고 오데사로 가는 기차를 탈 생각이었다.

성 소피아 대성당 주변에 있는 식당을 찾다가 Spotykach 라는 식당에 갔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식당을 가면 대부분 무뚝뚝하게 주문을 받는데 여기도 그렇더라. 


전에 마셔본 우크라이나 맥주는 너무 맛이 없어서 그냥 호가든을 시켰다.

신기하게 호가든하고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은 어딜가나 팔더라. 



맛은 그럭저럭. 팁도 줄까 말까 하다가 그냥 주고 나왔다. 음식이야 그래도 잘 먹었으니.

오랜만에 야간 열차를 타고 이제 오데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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