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발레의 고장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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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발레의 고장을 러시아라고 말한다. 온전히 맞는 얘기다.

우리가 흔히 아는 볼쇼이 극장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데 현재도 발레 공연을 하고 있고 나 역시 모스크바에 머무는 동안 볼쇼이 극장에서 발레 공연을 보려 했는데 가격대도 비싸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작품을 하길래 일찌감치 포기하게 되었다.

모스크바에 볼쇼이 극장이 있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마린스키 극장이 있는데 둘 다 발레 공연으로 굉장히 유명한 극장이다.


모스크바 다음 여행할 도시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게 되었는데, 우연찮게 마린스키 극장의 공연 스케쥴 중에 "백조의 호수"가 있다는걸 보고 자리를 확인했는데 가장 싼 좌석이 한국돈으로 대략 13만원이었다.

 - 이건 저렴한 좌석들이 다 팔린 경우고 일반적으로는 더 저렴한 좌석도 나옵니다.

13만원이면 내가 다니는 여행 상 3일에서 4일 정도 되는 생활비였는데 뭐에 홀린 듯이 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있었다.

그렇게 발레의 고장 러시아에서 백조의 호수를 보게 되었다. 

 내가 예매한 좌석은 2층 구역의 가장 중앙 부분인데 이 구역에는 총 30명이 앉아서 무대를 관람했다. 일단 발레 공연을 보러 가면 공연 특성상 남성은 정장? 이나 여성은 드레스와 같이 차려입고 가는게 정석인데 나는 옷도 없고 사면 짐이 돼서 평소 다니는 그대로 공연장으로 갔다.

공연은 저녁 7시에 시작해서 쉬는 시간 포함 3시간 정도 공연을 한다. 횡단열차에서 만난 정현이도 이 날 백조의 호수를 예매 해서 만나서 같이 극장에 가게 되었는데 우버가 한참을 안와서 공연 시작 3분 전에 도착해버렸다. 

 완전히 정시에 시작하진 않고 조금 여유를 두고 시작한다. 

마린스키 극장의 포인트 색은 초록색이다. 초록색 보다는 진한 초록색이다. 흔히 고전 영화에서 드레스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와서 공연을 보는 모습들을 생각하는데 정말 그대로였다.

<상기 이미지는 본인이 촬영하지 않았고 포스팅 내용 상 가져온 이미지입니다.>

일단 공연 도중에는 사진 촬영이나 동영상 촬영이 금지 되어있다. 무대가 다 끝나고 배우들이 마지막으로 인사할 때만 기념으로 사진을 남기고 공연 도중에는 사진 찍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들었는데 그만큼 완전히 무대에 몰입을 했다.

다만 내가 앉아 있는 구역에서 사진을 계속 찍는 사람들이 있었고 심지어 무대 도중에 핸드폰 플래시를 터트리는 경우도 생겨서 많이 짜증이 났다.

발레 공연장 자체가 앞 좌석과의 단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서 내가 앉아있는 구역에서도 앞에 앉아있는 분의 뒷통수를 보면서 무대를 봤다. 

 - 심지어 뒤에 앉아있는 사람(중국인?)은 나한테 머리 좀 내려달라고 했는데 내가 내 머리를 내리면 무대가 아예 안보였다..

백조의 호수 발레 얘기를 좀 하자면 진짜 대단했다. 이건 내가 지금까지 봤던 정통적인 공연 중에서 최고라 생각한다. 

애초에 발레 공연을 본게 처음이긴 하지만 정말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백조의 호수는 줄거리는 정말 유명한데, 간단히 얘기하자면 지그프리드 왕자가 호수에서 저주에 걸린 백조 오데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다.

공연은 제1막부터 제4막까지 나뉘어있는데, 제2막이 지그프리드 왕자가 사냥을 나갔다가 호수에서 오데트를 만나는 부분이다.

제2막이 시작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백조의 호수의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하는데 정말 눈가에 눈물이 안 맺힐 수가 없었다. 

(펑펑 울진 않고 살짝 맺힌 정도. 그만큼 감동이었다.)

Pyotr Tchaikovsky - Swan Lake 白鳥の湖 suite Op. 20a

백조의 호수의 음악은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했는데 작곡하고 처음 발레 무대를 했을 때는 아주 시원하게 망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차이코프스키가 충격에 빠졌다는 얘기가 있다. 이후의 안무가들이 안무를 재창작하고나서야 우리가 아는 백조의 호수의 명성이 시작된 것이다. 

제2막이 끝나고 30분 정도 쉬고 제3막이 끝나고 또 30분 정도 쉬면서 공연을 이어가서 오후 10시가 좀 넘은 시간에 극장을 나올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또 여행 기간에 마린스키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을 한다면 무조건 보시라고 추천한다. 이건 정말 비용을 떠나서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었고 또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이 글을 쓰면서 백조의 호수 음악을 틀어놓으니 이 때의 기분이 또 새록새록 떠오른다. 언제 또 이런 감동적인 공연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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