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9일차.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내려 모스크바 지하철을 타러 왔다. 숙소는 위치가 애매해서 파벨레츠카야역에서 내린 후에도 15분을 걸어가야했다.
횡단열차에서 러시아 글자 읽는 법이라도 배워둔게 꽤 도움이 되었다. 이거라도 안 됐으면 정말 까막눈으로 다닐 뻔 했다.
모스크바엔 강이 흐르고 있다. 이름도 참 쉽게 모스크바 강이다.
모스크바에 있는 Nice Hostel Paveltskaya 라는 곳인데 따로 포스팅을 하겠다. 호스텔이긴 한데 장기 투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행객들이 모이는 느낌이 아니었다.
호스텔에 도착해서 한참을 누워있다가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숙소에서 붉은 광장까지는 35분 정도 걸려서 걸어가긴 좀 애매했지만 첫 날이기도 해서 무작정 걸어가보기로 했다.
주변 거리 구경도 하면서 러시아라는 나라, 모스크바란 도시에 대해서 조금씩 적응했다. 멀리 성 바실리 성당이 보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5월 10일날 모스크바에 들어갔는데 어제인 5월 9일은 러시아의 엄청 큰 공휴일 중 하나인 전승기념일이라 어제까진 붉은 광장을 폐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붉은 광장에 있는 크렘린 궁의 시계탑 중에 가장 유명한 곳. 지금은 입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성 바실리 성당을 보니 참 기분이 좋았다. 어렸을 때 부터 생각만 하던 건축물을 본다는건 나에겐 엄청난 설렘, 떨림, 기쁨을 주는 일이다.
5월 9일만 폐쇄한게 아니라 그 전 부터 붉은 광장을 막아놓고 행사 준비를 했다고 한다. 행사가 끝나고 하나씩 철거 하고 있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선 움직이는 기차 안이기도 하고 삼각대를 쓸 일이 전혀 없었는데 이 때 처음으로 삼각대를 사용했다.
삼각대에 사진기 냅두고 혼자 사진 찍으려니까 그것도 좀 민망하더라.
붉은 광장 옆에는 러시아 최초의 백화점인 굼 백화점이 있다. 굼 백화점은 내부를 잘 꾸며놓기도 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하나의 50루블. 한국 돈으로 천원도 안하는 가격인데 꽤 맛있다. 굼 백화점에 오면 기념삼아 먹어볼만 하다.
이 아이스크림을 왜 먹었냐면 이 사진이 찍고 싶었다. 성 바실리 성당 보면서 아이스크림 파는 곳이 없나 했는데 굼 백화점 들어가서 찾았다.
굼 백화점은 딱히 살게 없더라도 한번 쭉 둘러볼만 하다. 일단 러시아 최초의 백화점이고 건물 자체는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본 백화점 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특히 1층 부분은 마치 놀이동산 같이 꾸며놔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3층 부분에선 보행 다리에 식당 테이블을 둔 것도 굉장히 특이하다. 물론 튼튼하겠지만 저기서 밥 먹으면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분이 들 것 같다.
굼 백화점의 뒤쪽은 니콜스카야 거리가 있는데 여기도 명품 가게들이 많이 있고 프랜차이즈 식당들도 많이 들어가있다.
거리 위에 장식을 해둬서 밤에 가면 훨씬 더 이쁘게 구경할 수 있다.
KFC 치곤 너무 분위기가 좋게 들어가있다. 여기만 그런게 아니라 모스크바 이곳 저곳에 이렇게 분위기 있는 패스트푸드점들이 많이 있었다.
전혀 몰랐던 곳 중에 내 눈길을 끄는 곳이 있었는데 붉은 광장 주변에 있는 공원이다. 붉은 광장을 따라 가고 있는데 건물들의 외형이 굉장히 특이하고 현대건축의 느낌이 강하게 나서 오게 되었다.
이곳은 Zaryadye 공원인데 원래 러시아 호텔이 (이름이 로씨야 호텔) 있던 자리에 공원을 새로 만든거로 굉장히 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국제공모가 열렸고 총 90개의 작품 중에 선정된 것이 지금의 계획안이다.
2017년에 개장을 한 따끈따끈한 작품이다.
워낙의 큰 규모의 작품이라 설계 회사들도 많은데 그나마 익숙한 이름은 Diller Scofidio + Renfro 였다. 잘은 몰라도 구글에 검색해보니 꽤나 눈에 익은 프로젝트들이 많이 보였다.
다양한 건물들도 공원의 계획안으로 들어가있는데 (전시관, 영상체험관, 과학관 등등) 조경으로도 하나의 컨셉이 아니라 다양한 식생을 조성해놨다. 굉장히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모스크바 강 위에서 전망을 볼 수 있는 데크도 있다. 삼각형으로 모양으로 크게 데크가 나와있는데 햇살을 받으며 잠시 쉬기도 했다.
이 날은 공원에서 일몰을 구경했다. 보니까 크렘린 궁전 쪽으로 해가 지기에 공원에서 성 바실리 성당 쪽을 바라보면 실루엣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여기서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꽤나 쌀쌀해서 바람막이를 입고 있어도 추웠다.
사진을 한참 찍다가 다시 숙소로 걸어갔다. 버스 타고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이 날은 뭐에 씌인건지 숙소에 갈 때도 굳이 걸어갔다.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봤던 BILLA가 러시아에도 있길래 너무 반가워서 잠시 구경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도 처리할겸 여기서 즉석 식품을 하나 사가봤는데 매우 매우 실망스러웠다. 사진은 거의 사기 수준이랄까.
모스크바 이야기부터는 어떻게 포스팅을 할지 좀 고민이 된다. 일단은 1일차 포스팅을 올리고 다시 생각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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