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에 온 목적은 오로지 알함브라 궁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다른 곳에 가볼 생각을 안했는데 오후 두시 정도에 마드리드로 넘어갈 버스를 탈 생각을 했고, 남은 시간 동안 그라나다 대성당을 구경하려고 했다.
처음에 그라나다 대성당인줄 알고 열심히 구경했던 곳이 대성당의 일부에 불과한 왕실 예배당이었다. 왕실 예배당도 규모가 좀 있는 편이고 사람들도 많이 찾는 편인데 입장료는 따로 없었고 들어가면서 자율 기부제로 되어있길래 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넣고 왔다.
대성당 주변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자기가 대성당이 잘 보이는 자리를 알고 있다고 따라 오라 하셨다. 조금 의심은 들었는데 일단 따라가보았다. 대성당 옆에 있는 갤러리의 3층이었는데 정말 아무 의도 없이 데려다주고는 본인 갈 길을 가셨다.
그라나다 대성당은 원래 모스크 있던 자리에 지어졌는데, 모스크를 일부 이용했던 세비야 대성당과 달리 모스크를 완전히 부수고 그 자리에 성당을 새로 지었고 양식은 고딕과 르네상스 양식이 혼합되어있다. 그라나다 대성당의 입장료는 4유로다.
성당의 규모도 굉장히 큰 편이고 둘러볼 것도 많다. 성당에서 가장 유심히 보는 곳은 바로 돔 부분인데 그라나다 대성당도 규모나 내부, 외부 모습 둘 다 볼만한 건물이었다. 사실 이 쯤 되면 유럽에서 보는 성당은 다 거기서 거기 같은 느낌도 들곤 한다.
스페인이 츄러스가 유명하다 해서 배를 채울 겸 지나가다가 시켜봤는데 여긴 츄러스를 만들어서 파는 곳이 아니라 뎁혀서 파는 곳이었다. 쇼콜라는 그나마 먹을만 했는데 츄러스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밀가루 덩어리는 정말 못 먹을 수준이었다.
숙소에서 ALSA 알사 앱을 통해서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승인이 나지 않아서 일단 시간표만 확인하고 그라나다 버스 터미널로 가게 되었다.
스페인 직원들은 정말 느긋하게 일을 해서 한참을 기다려서 티켓을 끊었는데 난 분명 14시 티켓을 달라고 했는데 티켓이 없다고 했고, 그 다음 티켓을 준다 했는데 직원이 오후 5시 티켓을 나에게 줬다. 직원이 14시를 오후 네시로 생각한 모양이다.
옆에 있는 무인 티켓 기계에 가서 표를 확인해보니 오후 두시 버스 티켓이 있었고, 이미 끊은 티켓을 환불하려고 하는데 다시 줄을 기다려야했다. 오후 두시는 점점 다가오고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앞에 서있는 아줌마에게 내 티켓 2개를 보여주며 Cancelacion 이라는 말만 반복했는데, 아줌마가 알아들으시더니 줄을 넘어서 바로 가라 했다.
직원도 너 줄로 돌아가야 된다고 하고, 앞에 서있던 아저씨도 나한테 막 뭐라고 그랬는데 옆에 있던 스페인 청년이 사람들이 다 먼저 지나가라했다고 스페인어로 얘기를 해주곤 나한테 괜찮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라 했다. 환불 수수료를 조금 떼고 환불을 하고 마지막으로 가기 전에 아줌마에게 90도 인사를 하면서 Gracias 를 연발하면서 하면서 가니까 엄마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빨리 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라나다에서 마드리드로 알사 버스를 타고 넘어가면 대략 5시간 정도가 걸리고, 버스 티켓 금액은 22.54유로를 지불했다.
마드리드로 넘어가는 버스에 타기 전에도 캐리어를 넣다가 머리를 엄청 쌔게 부딪히고, 이래저래 안 풀리는 날이었다. 버스타고 가다가 바깥 풍경을 보는데 소를 저렇게 풀어놓고 키우는 모습이 신기했다.
알사버스 후기 중에 캐리어 넣어두고 버스에 탔는데 도둑맞았다는 얘기도 있다. 정 불안하면 버스 출발하기 전까지 자기 캐리어를 가져가는 사람은 없는지 보다가 타도 된다.
오후 두시 쯤에 출발했는데 마드리드에 도착하니 다섯시간이 지나 오후 일곱시 정도였다. 마드리드 버스 정류장은 ESTACION SUR DE AUTOBUSES로 우리나라 말로 대충 하자면 마드리드 남부터미널이었다. 이곳에 있는 마드리드 지하철역은 Méndez Álvaro Estación Sur이다.
마드리드는 지하철이 잘 되어있어 시내 구경을 할 때 지하철을 타는게 편리하다. 버스 터미널에서 지하철은 바로 연결되어있고 쉽게 찾을 수 있다.
마드리드 호스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배도 고파서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마드리드 호스텔은 Hostel Era Alonso Martinez 곳이었는데 그럭저럭 잘만 했다. 샤워시설은 방에 없고 공용으로 있었는데 코골이 하는 사람이 있어서 잠에서 자주 깼던거 말곤 지낼만 했다.
숙소에서 그랑 비아 까지 걸어갈만한 거리라 한번 가봤는데 스페인 같은 분위기가 안 나고 우리나라 강남역 거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약간 스페인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서 재미가 없다고 해야하나, 마드리드에는 오래 있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수도에 번화가라 그런지 늦은 시간 까지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거의 열 시가 다 되어가길래 서둘러 숙소로 들어갔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이라 해도 외딴 곳에서 밤에 돌아다니면 괜스레 긴장이 되곤 한다. 이래저래 탈도 많았던 마드리드 오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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