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메트로폴 파라솔에서 시작된 행복했던 세비야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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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카사르 앞에서 엽서를 쓴 후에 메트로폴 파라솔에 가기로 했다. 세비야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그나마 다닌 것도 파코가 적어준 대로 괜찮아 보이는 곳만 찾아 다녔는데 딱 하나 아는 곳이 있었다. 바로 메트로폴 파라솔이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메트로폴 파라솔을 배경으로 한 광고가 있었다. 그래서 스페인에 저런 곳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세비야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여행 중에 한번 들려보기로 했다. 



 세비야 대성당에서 메트로폴 파라솔까진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메트로폴 파라솔에서 찍었던 사진을 올리며 건축적인 설명을 덧붙이겠다. 메트로폴 파라솔에 대한 내용은 Wikipedia 에서 참조 하였다. https://en.wikipedia.org/wiki/Metropol_Parasol



 메트로폴 파라솔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구조물이다. 약간 버섯 모양을 닮기도 했는데 이 구조물은 독일의 건축가 위르겐 마이어에 의해 계획되었다. 



 메트로폴 파라솔의 탄생 배경을 얘기하자면, 원래 이곳은 광장에 시장 건물이 들어서있던 곳인데 건물들이 철거 된 후 1990년 까지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는 대지로 남겨져 있었다. 이 때 세비야에서는 지하 주차장을 만들고 위의 대지를 시장으로 이용하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고대 로마 유적이 나왔고 계획은 중단되었다. 



 세비야는 결국 지하주차장에 대한 계획을 없던거로 하고 2004년 이 부지에 대한 국제 현상 공모를 열게 되고, 거기서 위르겐 마이어의 계획안이 당선된다. 계획까지는 괜찮았는데 2007년 즈음 시공하는 단계에서 엔지니어링 회사인 Arup는 이 프로젝트는 실현하기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세비야 시에 통보하게 되었고, 이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한다. 



 핀란드에서 수입한 자작나무를 재료로 하고, 접착제를 사용하여 구조적인 강화를 한 실현가능한 계획안이 2009년에 시작이 되었지만 공사비는 당초 5000만 유로에서 1억 유로로 두 배가 뛰었다고 한다. 



 따분한 건축 얘기는 그만 하고 이 날 있었던 얘기를 계속하겠다. 먼저 메트로폴 파라솔 전망대에 올라오려면 입장료를 3유로를 내야한다. 아까 히랄다 탑에서 봤던 전망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의 경치를 구경하고 있는데, 우연찮게 아까 투우 경기장에서 봤던 한국인 친구를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한국인 친구한테 아까 가려던 곳은 잘 다녀왔냐고 물어봤는데, 자전거를 타고 유적지 앞까지 갔는데 월요일이라 휴관을 해서 허무하게 다시 되돌아 왔다고 했다. 오늘 이 친구를 두 번째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는 아까 이사벨 2세 다리 주변에서 나를 봤었고 지금 본게 세 번째라고 했다. 



 한국인 친구 이름은 정승환이었는데 - 이 때 K-POP 스타에 나온 정승환이 유명했을 때라 이름 기억 하기가 쉬웠다. -  얘기하면서 나이를 물어보니 나 보다 동생이었다. 



 메트로폴 파라솔에서 봤던 세비야의 석양은 정말 대단했다. 진짜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오는 광경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일몰을 볼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메트로폴 파라솔에서 일몰 구경을 하며 승환이랑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가 걸어왔던 길에 한국인 처럼 보이는 여자분이 셀카를 찍고 있는게 보였다. 승환이한테 저 분 백 퍼센트 한국인이라고, 이쪽으로 걸어오면 내가 한번 인사하고 말 걸어보겠다고 하니까 승환이는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그 여자분이 지나갈 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더니 역시 한국인이었다. 정말 한국인일꺼라는 확신을 가지고 말을 걸긴 했다. 혼자 오신 분인가 하고 얘기를 나눴는데 여자분은 따로 일행들이랑 같이 오셨다는 얘기를 했다. 



 일행이 있다고 하시니 말을 더 걸기도 애매해서 간단히 인사만 하고 승환이와 다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여자분이 다시 우리한테 오셨다. 그리곤 일행들한테 물어볼테니 같이 저녁이라도 한 끼 하시겠냐고 제안하셨다.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승환이하고 나는 이 여자분에게 알겠다는 말을 안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인 여자분의 이름은 주현이었는데 나랑 동갑인 친구였다. 주현이의 일행은 한인 민박에서 하루 일정을 같이 하게 된 사람들끼리 네 명이었고 승환이와 나까지 총 여섯명이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LABULLA 라는 스페인 음식점이었고 우리는 스페인어를 몰라서 메뉴를 못시키다가 식당의 직원에게 여기서 가장 맛있는 메뉴 6개를 추천해서 달라고 했다. 음식점은 전체적으로 맛있었고 샹그리아도 맛있었다. 아까 낮에 먹은 밍밍한 샹그리아는 술도 아니었다. 여기서 마신게 진짜 맛있었다.  



 이 때 우리가 먹는 자리 옆에 한국인 부부도 오셨는데 그 분들도 메뉴를 어떤걸 고를지 고민하시길래 우리가 먹었던 메뉴 중에서 한국인 입맛에 가장 잘 맞는 메뉴 두 개를 추천해드렸는데 드시고 나가시면서 우리 덕분에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얘기해주시고 가셨다.


 - 남은 얘기에 실명을 쓸거 같아서 설명하자면 안경 쓴 내 정면부터 시계방향으로 주현이, 소희누나, 진욱형님, 승환이, 창현형님, 그리고 나 - 



 이 분들은 저녁에 플라멩고 공연을 보러 간다고 했고 나는 플라멩고 볼 생각이 없었는데 우연찮게 그 자리에 끼게 됐다. 민박집에서 플라멩고 공연을 연결해줘서 가는 방식이었고, 현금을 내야했는데 나한텐 당장 낼 돈이 없었다. 이 때 진욱형님이 지갑에서 100유로를 꺼내시더니 돈을 대신 내주셨고 나중에 계좌로 따로 돈을 보내드렸다. 



 소희누나하고 승환이는 플라멩고를 이미 봤다고 해서 오지 않았고, 이 날 공연은 EL ARENAL에서 봤는데 플라멩고는 지금까지 봤던 음악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귀로 듣는게 아니라 심장을 울린다고 해야하나? 굉장히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 세비야에 간다면 꼭 플라멩고 공연을 보길 바란다. 여기서는 45000원 정도 냈는데 Flamenco Museum에서 보면 더 저렴하게 볼 수 있다. 


 근데 진욱형님은 저녁 먹을 때 부터 샹그리아가 맛있다고 과음을 하셨는지 공연 내내 주무셨고 그 모습이 너무 재밌었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외국인 아줌마도 진욱형님이 꾸벅꾸벅 자는 모습을 보고 웃길래 "He listens flamenco in his heart." 한 마디 해주니 아줌마가 웃겨 죽을라 했다. 



 이 날 이들과 같은 민박 사람중에 론다 당일치기를 다녀온 수현누나도 함께 멤버에 끼게 되었고,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소희누나와 승환이를 불러서 술을 더 마시자고 했다. 어딜 갈까 하다가 내가 아침을 먹었던 BODEGUITA CASABLANCA에 갔고, 혼자 여행 온 한국인들만 일곱 명이 모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이 때 창현형님이 자기가 알아온 술이 있다고 '틴토 데 베라노' 라는 술을 시켰는데 샹그리아하고는 전혀 다른 레몬 맛이었지만 이것도 진짜 맛있었다. 샹그리아만 알다가 약간 신세계를 맛본 느낌이랄까? 이 때 한번 마신 이후로 한동안 샹그리아를 안 마시고 틴토 데 베라노를 마시고 다녔다. 



 이 날은 결국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술을 마시며 얘기했고, 진욱형님이 자기가 이 자리를 사겠다고 하셔서 생각치도 않게 얻어먹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다시 전한다. 


 너무나도 완벽했던 세비야에서의 하루였다. 누군가는 내 기도를 들었는지 "날씨 좋게 해주세요. 건강히 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 좋은 사람들 만나게 해주세요." 라고 얘기했던게 그대로 이루어졌던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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