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교토 홋코리에서 기모노 빌려입고 은각사와 난젠지 다녀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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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친구와 여행 계획을 잡을 때, 나는 오사카 여행을 한번 다녀왔기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오사카 여행 가면 가보고 싶은 곳이나 먹고 싶은 곳, 해보고 싶은걸 일단 다 말해보라고 했고 내가 생각하는 대략적인 여행 루트에 여자친구가 얘기했던걸 넣어보기로 했다. 2일차에는 교토에 다녀오기로 했는데 여자친구가 교토에 있는 홋코리에서 기모노를 입고 돌아다니고 싶다고 얘기해서 기모노 대여를 한번 해보기로 했다.


 홋코리는 교토에 있는 기모노 대여샵인데 예약을 하고 가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고 이쁜 기모노를 입으려면 아침 일찍 가야된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여자친구와 나는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왔다. 기차를 타러 역에 도착했을 때 즈음이 8시 반 정도였으니 8시 정도엔 오사카의 숙소에서 나왔었다.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 간단하게 아침도 먹을 겸 세븐일레븐에 들려서 빵을 하나 샀다. 바나나 모양 빵에 바나나라고 가타가나로 적혀있길래 안에는 크림이 들어가있는 빵인가보다 하고 한입을 베어 물었는데 크림의 식감이 아니라 무언가 물컹한 느낌이 들었다. 바나나 모양의 빵 안에 바나나가 들어가있었다. 정말 감탄했다. 나는 그냥 크림빵 먹으려고 산건데 이런 반전이 있었다. 일본의 편의점 음식의 퀄리티는 정말 괜찮다. 빵하고 쥬스 하나씩 사면서 324엔을 냈다.



 홋코리는 오사카에서 교토로 기차를 타고 갈 때 종점역인 가와라마치역보다 한 정거장 전인 가라스마역에 내려야 갈 수 있다. 가라스마역 14번 출구에서 내린 후에 13번 출구와 14번 출구 사이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서 건물 사이로 쭉 들어가면 홋코리 간판을 볼 수 있다. 찾아가는데 그렇게 어렵진 않다. 


 역시나 홋코리에 도착했을 땐 이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홋코리 가격은 여자는 머리 손질까지 합쳐서 3000엔, 남자는 2500엔이다. 여자는 1층에서 옷을 갈아입고 남자는 2층에서 갈아입게 되는데 워낙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아침 일찍 오는게 아니라면 홋코리에 오는건 비추천한다. 여기서 기모노 입겠다고 기다리다가 하루 일정이 다 꼬일 수 있다.   



 나는 들어간지 한 15분인가 만에 옷까지 다 갈아입고 이렇게 사진까지 찍었는데 여자쪽은 손이 많이 가서 그런지 한참 걸렸다. 2층에서 여자친구가 갈아입고 머리 손질 하는거 까지 끝나는거 기다리는데 1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일단 기모노입으니까 이쁘긴 한데 옷이 너무 꽉 쪼여서 그런가 걷는게 너무 힘들었다. 일반적인 보폭이 아니라 총총총총 걸어간다고 해야하나, 평상시 걷는거보다 반도 못 걸어가니 너무 힘들었다. 



 여자친구와 기모노도 다 갈아입고 어디를 갈까 하다가 먼저 은각사에 가보기로 했다. 은각사 올라가는 길에 300엔을 주고 맛차 슈를 하나 사 먹었다. 처음 동생이랑 교토에 왔을 때 먹었던 곳에서 다시 먹었다. 역시 교토에 오면 말차 디저트를 먹어야 여행하는 기분이 난다.  



 오랜만에 찾은 은각사는 여전히 차분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은각사와 금각사를 비교한다면 압도적으로 은각사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금각사를 간다고 하면 금각사 보다는 그 옆에 있는 료안지에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사실 금각사는 금색으로 된 건물이 있다는 것 뿐이지 크게 매력은 없는데 은각사와 료안지는 둘 다 매력있는 곳이었다. 



 정말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저런 이끼들도 그냥 생긴게 아니라 다 정원의 조경계획에 의해 심은건데 일본 정원의 퀄리티로 봤을 때 은각사 정도면 높은 수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 사진 찍은 건 없고 여자친구 사진을 실컷 찍다가 왔다. 홋코리 후기 같은거 찾아보면 분홍색 기모노가 이뻤다는 얘기가 많은데 여자친구가 입은 기모노도 디자인이 이쁜 편이었다.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일찍 간 보람은 있다. 여행기 정리하면서 기모노 입었던 사진을 보니 한국에서 한복 입고 데이트 하려다가 일 생겨서 못했던 기억이 난다. 안 그래도 그 생각이 나서 조만간 한복 입고 데이트 하자는 얘기를 했다.  



 어제와 똑같이 오늘도 날씨는 꽤나 흐렸다. 아마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날씨운은 계속 안 따라줄 것 같았다. 그래도 비 안오는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이렇게 우중충한 날씨여도 비만 안오면 장땡이다.  



 아마 다음에 교토에 다시 올 일이 있다면 은각사는 한번 더 방문할 의사가 있는 곳이다. 그만큼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다. 



 기모노 입은 여자친구 사진 중에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사진이다. 여자친구한테 AnalogTokyo 앱으로 보정해서 줬는데 한동안 이거로 프로필 사진을 해놓고 다녔다. 이 사진은 아직도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는 여자친구 사진 중에 가장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진이다. 


 은각사를 보고 나서는 철학의 길을 따라 좀 걸어보기로 했다. 원래는 철학의 길을 쭉 따라서 걷다가 그 끝 즈음에 있는 난젠지에 가려고 했는데 이게 기모노가 너무 불편해서 그만큼의 거리를 걷는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서 중간에 버스를 타고 난젠지 주변까지 가기로 했다. 어차피 간사이 쓰루 패스를 쓰고 교토에 왔었기 때문에 버스를 타는건 추가 요금이 들어가지 않았다. 


 혹시나 간사이 쓰루패스를 쓰지 않고 교토 시내를 버스를 타고 돌아다닐 예정인 분이라면 버스 기사님에게 500엔을 내면 버스 1일 승차권을 살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면 된다.  



 난젠지는 일본의 사찰 중 하나인데, 내부의 배치나 조경이 정말 아름답게 꾸며져있다. 개인적으로는 단풍이 드는 가을에 왔으면 무척이나 이뻤을 것 같다. 우리는 여행을 겨울에 해서 나무에 나뭇잎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있었다. 사찰 내부도 은각사에 비하면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조용한 분위기에서 내부 감상을 할 수 있다. 이건 난젠지의 뒷산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난젠지는 들어갈 때 입장료로 600엔을 지불해야한다. 



 옷도 엄청 달라붙게 묶어 놔서 걸음걸이를 제대로 하기도 힘든데 거기에 게다(기모노를 입을 때 신는 나무 신발, 내가 신고 있는 슬리퍼 같은 것을 말한다.) 까지 신으니 더 불편했다. 원래는 기모노 반납 시간이 4시 반 정도여서 청수사를 돌아보거나 점심을 먹고 반납을 하려고 했는데 더 이상 이 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난젠지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바로 기모노를 반납하러 다시 홋코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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