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의 도움 요청이 왔다.
경복궁 생과방을 가고 싶은데, 본인이 예약을 실패 했다고 한다.
- 나중에 들어보니 오후 2시에 열리는데 오후 2시 15분 쯤에 들어가서 없다고 (...?) 실패.. 맞아..? -
나야 이것 저것 티켓 예매는 자주 하기도 하고 성공률도 꽤 높아서 오케이 내가 다음에 해볼께.
했는데 그 다음 번에 실패했다.
회사 컴퓨터에서 해서 그런가 크롬 팝업 차단 해제 해놓는거 생각 안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예약 확인 안돼서 실패했다.
예약이 1차부터 3차까지 3번에 나뉘어서 열렸는데 1차는 와이프가 놓침, 2차는 내가 실패. 3차 예약 열리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가 인터넷 창으로 들어간건 창이 꺼지고, 핸드폰 어플로 눌러두고 있던게 대기열이 운 좋게 딱 오후 2시에 맞춰 줄어들어서 달력에서 보이는 6월 아무 날짜나 하나 클릭하고 오후 1시 50분 타임으로 예약했다.
<예약 성공>
이렇게까지 힘들게 해야하니..?
근데 나중에 깨달은건데 2019년에 한복 데이트를 한다고 경복궁을 갔을 때 어떤 건물에 들어가서 다과 먹고 나왔는데 그게 생과방이었더라..? (띠용)
그때는 예약 안하고 운영할 때 인지 어쩌다보니 체험을 하게 되었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 연차를 쓰고 와이프는 반차를 쓰고 경복궁에 왔다.
동생이랑 점심 먹고 배가 아파서 화장실도 들렸다 오고 지하철도 눈 앞에서 놓치고 하다보니 오후 1시 50분 부터 들어갈 수 있는걸 오후 2시 넘어서야 생과방 앞에 도착했다.
경복궁에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가 돌아다니시면서 여긴 뭐하는 곳이냐, 들어갈 수 있냐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보였다.
현재는 예약제로만 1타임에 30명, 하루에 4타임을 운영하기 때문에 1일에 120명 정도만 이용할 수 있는건데..
이래서 그런가 예약이 쉽진 않았었다.
경복궁 생과방은 올해 기준으로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만 운영한다.
예약번호하고 신분증을 확인하고 들어가서 차하고 다과를 먼저 결제 하면 자리로 안내를 해주신다.
다과는 1인 1개까지 제한으로 2인이 방문한다면 세트로 치면 2세트를 주문할 수 있다.
어떻게 먹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일단 1세트 정도 시켜보고 낱개로도 주문하셔도 된다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날이 덥기도 하고 늦어서 좀 뛰기도 해서 그런가 따뜻한 차는 마시기 좀 부담스럽고 내가 원래 좋아하던 오미자차를 시키고 와이프는 제호차를 시켰다.
차 종류는 강계다음이라는 차가 5,000원인걸 제외하곤 전부 4,000원이고.
과자는 가장 비싼게 3,000원부터 1,000원까지 있다. 양은 많지 않다.
드시다 6종 세트라고 과자를 세트로 다 시키면 9천원인데 다 시킨다고 할인이 되는건 아니었다.
먼저 차와 함께 차패(?) 를 가져다 주셨다.
여기 일하시는 분들도 궁중 의상을 컨셉으로 입고 일하고 계신다.
차를 하나씩 가져다 주시면서 어떤 차인지 설명을 해주신다.
차는 얼음 담겨진 그릇에 한번 따랐다가 다시 잔에 따라 마시는걸 추천한다 하셨다.
드시다 6종 세트로 시켜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다과가 딱 이쁘게 자개 장식된 그릇에 담겨져 나오더라. 차 이름 적혀져있는 팻말 옆에는 과자 먹을 때 찍어먹으라고 같이 나온거다.
다과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주시는데 또 다른 나무 통에 담겨있는건 구선왕도고로 약초를 섞은 떡인데, 세종대왕이 즐겨드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와이프가 세종대왕이 고기만 편식해서 성인병이 있어서 뭐 음식도 이런 류로 만들어서 준거 같다.. 하길래 그런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하니까 예전에 최태성 선생님이 TV에 나와서 뭐 강의했던건가.. 아니면 한국사 공부한다고 인터넷 강의 들을 때였나.. 그 때 들었다고 한다.
역시 고운 빛깔의 (오)미자씨..
여름 돼서 더운 날씨에는 항상 오미자가 땡긴다.
고운 빛깔 처럼 맛도 맛있었다.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한 맛이다.
와이프가 시킨건 제호차라고 기본적으로 매실로 만든차라고 하더라.
먹어보니까 약간 매실 맛 보다.. 씁스름한 맛이 나던데.. 역시 으른 입맛 와이프 인가?
이건 구선왕도고가 담겨있는 그릇이었는데 이게 너무 이쁘더라.
이게 좀 탐나더라. 근데 막상 집에 있어도 쓸 일은 없어보이긴 하지만..
세트에는 1개씩 밖에 없는거라 과자는 구선왕도고랑 주악, 호두정과를 하나 씩 더 시켰다.
주악이 맛있더라. 찹쌀가루로 만들어졌다는데 사실상 그냥 찹쌀도넛이더라.
(이.. 찹쌀도넛이란게 말이죠.. 조선에서 온거거든요..?)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롭게 1시간 정도를 보낼 수 있었다.
궁궐 안이기도 하고 계속 궁중악기로 녹음된 음악을 틀어두고 있어서 참 좋더라.
3년 만에 다시 방문해서 그런가 그 때의 추억도 새록새록 나고 좋았다.
아,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비용은 무료고 와서 먹을 다과만 결제 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근데 경복궁 내부에 있는 건물이라 경복궁 들어오는 티켓은 구매 해야한다. 한복을 입고 오면 경복궁 자체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이게 인터넷 예약으로만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보니까 어르신들이 예약하기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런 고민이 든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만 60세 이상인 분들에게는 전화 예약도 받고 있었는데, 하루 일정 중에 아예 1타임 정도는 전화 예약으로만 진행되는 회차로 어르신들 위주로 오는 타임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방문 했으니 내년에는 예약 시도 해서 성공한다면 부모님 한번 같이 데이트 오시라고 하고 싶었다.
(예약자 본인 방문이 원칙이겠다만 직계가족에 한해서만 가족관계증명서, 예약자 신분증 사본 등으로 대신 방문하는게 가능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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