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서울 가로수길 건축답사, 쌈지길 컨셉의 가로골목
본문으로 바로가기
반응형

저번에 학교 동생이랑 가로수길에 저녁 먹으러 갔을 때 가로골목이라고 새로 지어진 건물이 있는걸 봤다.

지나가면서 다음번에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여자친구랑 내 생일날 가로수길로 저녁 먹으러 가면서

저녁 먹고 배도 꺼트릴 겸 가로골목을 가보기로 했다.


먼저 2가지만 얘기하고 들어가자.


1. 가로수길


가로수길의 시작은 화랑 관련 업종이나 패션 편집샵들이 들어서면서 거리를 이룬게 

부흥의 시초였는데,


역시나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듯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현상 때문에

기존에 있던 개성 넘치는 곳들은 없어지고 브랜드 샵들이 하나씩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 초점으로만 쉽게 얘기하면

낙후된 지역이 발전되니까 거기에 자본이 들어가고 기존에 있던 사람은 임대료 상승 등의 이유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사회적 현상을 말한다.)


2. 길


뉴욕 같은 도시는 Avenue 하고 Street 이란 개념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길이란 개념을 참 많이 쓴다.

경리단길, 가로수길, 망리단길, 샤로수길 등등 


길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런 길 주위로 상권이 발생하면 그 길 중에서도 가장 알짜인 곳은 1층이다.


이건 누구나 알만한 얘기다.

당연히 길에서 바로 들어올 수 있으니 접근도 쉽고 쇼윈도우는 본인들의 업장이나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역할도 한다.


다만 이런 장점을 갖고 있는 1층은 임대료가 가장 비싼 편이다.


---


또한 사람들은 1층 이상의 층으로는 본인이 흥미가 있거나 원해서 가지 않는 이상

올라가지 않는 편이다.


가로골목에서 일단 건축적으로 의미가 있는건 빽빽하게 차있는 가로수길에서 1층을 비워내고

그 공간을 통해서 사람들을 유입시키고 윗층에 배치된 점포까지 사람들을 이끌고 가겠단 컨셉이다.



길 건너편에서 본 가로골목.


가로골목은 인사동에 있는 쌈지길과 그 컨셉이 비슷하다.

쌈지길은 최문규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인데 인사동 길의 스케일을 가져다가 하나의 건축물 안에 넣고 그 길을 따라서

최상부층까지 사람들을 걷게 만든다.


외부의 길을 건축물로 가지고 들어오는 것이다.



2013년도 9월달에 방문했을 때 찍은 쌈지길의 사진이다.


 일단 쌈지길하고 가로골목이 이렇게 비슷한 컨셉이여도 괜찮은거야?

이거 따라한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두 건물의 접점을 얘기해드리자면,


인사동 쌈지길은 주인이 몇번 바뀌고 지금은 '이지스자산운용' 이라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고

지금 소개하고 있는 가로수길의 '가로골목' 역시 이지스자산운용에서 발주한 건물이다.


즉, 건축주가 동일한 셈이다.


가로골목에 대한 브런치 글을 읽으면서 본건 이 건물을 설계한 더 시스템 랩의 김찬중 건축가가

최문규 건축가의 제자라는 얘기가 있던데..


아마 김찬중 건축가가 한국에서 처음 다녔던 설계사무소가 한울건축이었는데

최문규 건축가 역시 한울건축에서 실무를 한 적이 있으니 거기서 나온 얘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단 가로골목은 가로수길에서 들어가는 입구가 2개다.


이곳은 2개의 필지를 가지고 만든 프로젝트인데 하나는 가로수길과 뒷골목을 연결해주는 땅,

하나는 앞에 건물이 있지만 좁게나마 가로수길과 연결되어있는 땅 2개를 합쳐서 만들었다.


가운데 들어가있는 20번 땅은 가로수길에 면해있지도 않고 뒷쪽 골목에도 면해있지 않아서

상가를 만들기도 애매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는 사람들 눈에 잘 안 보이는 1층 건물만 위치하고 있었다.



옆 쪽 작은 입구에서 들어가면서 보이는 픽셀 스타일의 귀여운 간판.

지하 1층 같은 경우는 살짝 가보니 LF 관련 상자들이 들어와있던데


LF 쪽 점포가 들어오는게 아닌지 추측해본다.



오른쪽 작은 입구에서 건물로 들어오는 입구.

양 옆으로 인접대지의 건물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 눈높이에서 시야를 차단해주면서 안쪽으로 들어오게끔 한다.


계단의 시작이 여기서 딱 보이게 된다.



안에 들어가면 보이는 건물 1층의 공터.

난 가장 재밌다고 느낀게 가로수길에서 1층을 비워내는 과감한 시도를 한 것이다.


이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냐면,

이 지역의 랜드마크적인 건물이 된다면 1층을 비워내도 사람들이 이 건축물 자체를 보기 위해 오기 때문에

그 위에 점포들이 있어도 성공할 수 있단 전제를 생각하고 계획한 것이다.



아래층에서 본 모습.

마감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하고 아닌 부분은 하지 않았다.



점포 사이에 만들어놓은 이 오픈된 공간은 대략 2.5~2.6m 정도로 보였다.



아까 말했듯이 길에 면한 점포가 잘 팔리기 때문에 가로수길의 점포들은 대부분 1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건물의 컨셉은 건축물 내부에 길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유입시키고


거기에 만들어진 길에 점포들을 붙혀서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한 바퀴 쭉 돌아서 옥상까지 올라가보기로 했다.



옥상에 위치한 루프탑.

일단 가로골목의 장점 중 하나는 가로수길을 이 정도 높이에서 내려다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게 꽤나 신선했다.


솔직히 가로수길 오면서 들어갔던 점포는 1층 이상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



여자친구는 사진 찍는 중.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건 

같이 건축을 하기 때문도 있겠지만, 내가 보고 싶은 건축물 보러 갈 때 같이 가준다는 점.



옥상 앉을 수 있게 해놓은 공간 밑에 콘센트를 박아놓은 센스에 감탄했다.

날씨 같은 조건을 따지면 과연 괜찮은가? 생각은 들지만


이미 스마트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현대사회의 사람들에게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가로골목을 쭉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일단 건축적으로 재밌는 시도를 많이 한 곳이긴 하다.

이래저래 신경쓴 구석도 많은데


쌈지길이랑 비교하자면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일단 비교적 협소한 대지 내에서 재밌게 풀었지만 쌈지길의 길 느낌을 여기에 가져오기엔

다소 좁은것 같은 기분이 든다.


쌈지길은 길을 걸으면서 재밌는 것들을 하나씩 보는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길을 걷는다기 보다 뺑글뺑글 도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 


---


그리고 점포가 완전히 분리 되어있는게 아니라

일부 점포들은 옆 점포와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같은 공간 안에 단차만 나고 점포가 2개 들어가있는 상황인데 그게 왠지 모르게 민망하더라.

들어간 내가 불편한 느낌?


---


평일 저녁에 갔을 땐 한바퀴 쭉 둘러보니까 점포에 있는 직원들의 80% 이상이 핸드폰 화면만 보고 있더라.

그 말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횟수가 많지 않다는 얘기.


나중에 주말에 한번 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재밌고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 시킬 수 있는 건축물임엔 틀림없다.


건축과 별개로 여기에 들어오는 점포들이 얼마나 잘 되는지 같은 데이터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