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모퉁이우 ripe, 김호윤 셰프의 한우 오마카세, 파인다이닝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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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お任せ)


요즘 들어 맛집을 찾아보면 오마카세라는 단어를 많이 봤다.

오마카세는 위에 적어놓은 대로 일본어인데, 


(음식점에서) 주방장 특선, 주문할 음식을 가게의 주방장에게 일임하는 것.


이라고 나온다.


말 그대로 오마카세는 그 날 가서 주인장을 믿고 주인장이 주는대로 먹겠어요! 라는건데

그러면 주인장은 당일 가장 좋은 재료를 가지고 본인의 생각대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정해진 메뉴 없이 오마카세식으로 운영되는 가게들이 있는데

모퉁이우 ripe는 파인다이닝코스와 오마카세 중간 지점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약과 가격 관련된 내용은 제일 아래 적어놓겠다.


김호윤 셰프


올리브 채널 같은 곳에서 본 적이 있던 김호윤 셰프는 원래 서래마을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스와니예'의 셰프였다.


스와니예에서도 유명했던 분인데 예전 청담동에 있던 모퉁이우가 삼성동으로 옮기고,

모퉁이우 ripe가 시작되면서 김호윤 셰프가 총주방장을 맡았다.


예전에 김소희 셰프님이 계신 비엔나 KIM 이후에 이름 있는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에 온건 오랜만이었다.



김호윤 셰프가 누군지 궁금하시는 분들을 위해 영상 하나를 첨부한다.



모퉁이우 ripe의 상징과도 같은 정문.

하나은행 PLACE1 건물 정문으로 들어가서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을 누르니까 

여기가 맞나? 하는 문이 떡하니 보였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니까 직원분이 맞이해주셨다.


여기서 직원분이 지문을 찍으면 이 문이 열리고 모퉁이우 ripe 로 들어간다.



모퉁이우는 여자친구랑 둘이 방문했고 3개월 전에 예약하고 갔다.

평균적으로 1개월 전에 예약하면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이 날 가자고 정하고 그냥 3개월을 기다렸다.


오후 6시에 방문했는데 먼저 온 손님들도 있었고, 코스 전체 즐기는데는 대략 3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자리에 올라와있는 오늘의 코스.

코스에 적혀있는거 말고도 그 날 재료에 따라서 나오는 메뉴들이 있다.


그래서 내가 이곳은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코스의 중간 지점이 아닐까? 라고 얘기한거다.


재료는 전부 국내산을 사용 중!



처음 오니까 웰컴 드링크라고 함양 사과로 만든 식초를 넣은 술을 주셨다.

식초로 만든거라 입에 조금 머금고 향을 즐기다가 넣으라고 하심.



원래 오기 전에 와인도 하나 먹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원분이 와인 보시냐는 얘기를 하셔서 추천을 받았다.


원래 와인은 잘 안마신다고 하니까 맥주 같은 느낌으로 마실 수 있게 샴페인을 추천해주셨다.


스파클링 샴페인인 폴 로저다. 병으로 마신건 아니고 한 잔씩 시켰는데 사진 찍겠다니까 병을 올려주셨다.



코스가 시작되기 전에 오늘 나올 고기들을 미리 보여주셨다.

저걸 다 먹는건 아니고 손님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나오는 고기들을 담아보았다고.


등심하고 치마살, 추리살이다. 정말 마블링 하나는 끝내준다.



샴페인 한잔 마시면서 오늘의 코스를 시작해본다.



처음 나온 요리!


일단 오른쪽 저 접시부터가 대박이었는데 권은영 작가가 만든 가시볼 그릇이다.

권은영 작가 검색해보니까 저렇게 가시볼을 하나 하나 붙히는게 트레이드 마크인듯.


오른쪽은 콩국물에 메론하고 오이를 넣어서 아삭한 맛을 더했다.

원래 콩국물 별로 안 좋아하는데 고소한 맛에 잘 먹었다.


가운데 있는건 한치하고 마하고 매실, 그리고 여기서 만든 쌈장이 약간 들어가있는데

찐득하고 담백한 맛에 저것도 맛있었고..  


뒤에는 코스에는 없는 요리인데,

단새우를 탕탕이처럼 만들어서 더 달게 만들고 그 위에 우니와 어란으로 올린 음식이었는데

진짜 단새우하고 우니 맛이 끝내줬다.


얼마 전에 성게 파스타 먹는다고 시켰다가 완전 맛탱이가 간 파스타 먹고 굉장히 실망했었는데,

여기서 먹었을 땐 정말 만족스러웠다.



이것도 메뉴에 없는 음식인데,

요즘 방어철이라 그런지 방어를 이용한 음식이었다.

방어와 1년 묵힌 백김치를 약간의 간장과 김과 함께 먹는거였는데 역시나 만족.



다음에 나온건 홍두깨살 육회.

이 음식은 김호윤 셰프님이 직접 설명해주셨는데,


본인이 평소에 육회와 막걸리를 같이 먹는걸 좋아해서 만들어본 요리라는데

육회와 함께 뒤쪽에 튀김은 막걸리 반죽으로 만들었단다.


기존 우리가 먹는 육회가 아닌 다른 식으로 해석해서 만들어봤고 위에 올라간 캐비어는 러시아산 12년 된 캐비어라고..



막걸리 반죽으로 만든 튀김 역시 맛있었다.

육회 먹고 튀김 먹고.

육회만 먹으면 식감이 질릴 수도 있으니 그 때 튀김 한번 먹어주면 바삭한 맛까지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나온 토마토.

메뉴에 토마토라고 되어있어서 토마토야 뭘까? 하면서 기다렸는데,


토마토하고 가운데는 토마토 젤리를 넣은 음식이었다.

옆에 있는 치즈하고 같이 먹으면 되는건데..



먹기 전에 액화질소를 딱 부어주신다.

약간 안개 낀 느낌과 함께 설명을 해주셨는데 기억이..

토마토 이건 진짜 괜찮았다.


맛도 그렇고 플레이팅이나 재미까지 더해준 음식.



처음으로 고기는 추리살.

고기는 당연히 맛있고..


와사비 옆에 있는게 신기하게 생겼는데,

저건 취나물 페스토다.


앞에 계신 직원분한테 물어보니까 이건 취나물 페스토인데 본인이 직접 빻아서 만들었다고.



추리살이 육향이 강한 부위라 중간에 백김치를 주셨다.

직접 담근 백김치인데 더 시원하게 드시라고 국물은 얼려서 이렇게 나온다.


곱게 갈은 얼음이라 입에 넣으면 국물 마시는것 처럼 녹는다.



훈연한 치마살 스테이크와 함께 나온 가니쉬.

치마살 스테이크와 소스 맛도 정말 끝내줬는데 가니쉬 하나 하나 다 맛있다.


1년 묵은 짚에다가 40일 숙성한 치마살을 훈연해서 이렇게 나온다.


양파도 끝내주고 저 감자도 그냥 보면 해쉬브라운인데 실제로 맛 보면 감자 겹이 30겹을 쌓아만든거라 그 식감이 좋았다.



진달래 식초와 고추면으로 만든 초계면.

초계면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하나?


고추면은 왜 고추면이에요? 고추가 들어가서 그런가요? 물어봤는데 그런건 아니란다.

저기 들어간 육수는 그냥 소가 아닌 칡소를 우려서 만들었다는데, 


이것 저것 실험해보다가 결국에 칡소로 우린 육수가 가장 낫다고 판단되어서 지금까지 계속 칡소만 고집한다고 한다.



윽, 개인적으로는 이 주전부리부터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사실 이 뒤에 나오는 음식들은 온전한 맛을 못 느꼈다.


왜 안 좋아졌을까.. 감기 기운 때문인가, 전 날 술을 마셔서 그런가.

저기에 신기하게도 안심 칩이라고 고기로 만든 스낵이 있는데 저거 먹을 때 뭔가 좀 기름진 느낌이 가득하더니

그 뒤로 모든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다음에 먹은 등심.

내가 여기서 느꼈는데 이 날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나랑 트러플이 안 맞는지 트러플의 향이 강하다 못해

내 뇌를 뚫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이 날 개인적으로는 먹기 좀 힘들었다.


친절하게도 여자친구 썰어주는 등심은 먹기 쉬우라고 반으로 나눠주셨다.

하나는 트러플을 올린거, 하나는 화이트 트러플, 하나는 그냥 먹게 세조각을 주셨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이 디저트가 대박이었는데 한번 입가심을 하기 위한 클렌져로 

유자 샤베트하고 우유 소금 아이스크림이 나왔는데 이거 진짜 대박이었다.


너무 너무 너무 맛있다.

말이 필요 없을 정도의 상큼함과 우유 아이스크림의 조화.



그리고 모퉁이우에서 유명한 메뉴 하나를 고르자면 바로 가츠산도다.

꾸준히 내 글을 읽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자친구는 마요네즈를 못 먹는다.


예약 당일 날에 문자로 연락이 와서 못 드시는거나 알러지 있는 음식이 있다면 미리 말해 달라고 했는데,

동행이 마요네즈를 못 먹는다고 하니까 여자친구한테 간 가츠산도는 다른 소스를 넣어서 만들어주셨다.


가운데 있는건 트러플 마요네즈소스.

근데 레어로 구운 스테이크는 살짝 질긴 느낌이 있는데 이건 그냥 녹았다.


근데 트러플 향이 쌔서 그런가 이 맛있다는 가츠산도를 좀 남겼다.

아쉽지만 먹다가 탈 나는 일은 없도록..



가츠산도까지 먹고 나면 식사 메뉴(?)가 나온다.

불고기와 나주식 곰탕이 나온다.


불고기는 원샷을 찍지 못했는데, 곰탕 뒤에 보면 살짝 보인다.

불고기도 괜찮고 나주식 곰탕은 국물이 정말 진하긴 진한데,


여자친구는 오히려 국물이 너무 진해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약간 먹었을 때 진한 느낌이 정말 강하게 온달까? 입 안에 달라붙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리고 이곳에서 반찬으로 나오는 5가지 김치.

하나 하나 여기서 직접 담군거라고 한다.



불고기와 곰탕과 같이 먹을 밥은 솥밥이다.

저걸 다 먹는건 아니고 솥밥에 들어간 것들을 잘 비벼서 한 그릇씩 나눠주시는데,

이것도 김호윤 셰프님이 직접 담아서 주시더라.


여자친구는 솥밥에서 정말 대만족했다.

여자친구는 '밥' 먹는걸 정말 좋아하는데 밥이 나와서 먹다보니까 뭔가 배부르던 것도 잊고 더 먹게 된다고.



솥밥과 곰탕, 불고기까지 먹고 나면 이제 디저트 메뉴로 넘어간다.

카라멜 라이즈드 시킨 초콜릿과 크럼블 그리고 안에는 복숭아 아이스크림이 들어가있는데,


특이하게 옆에 있는 부케를 손으로 비비고 나서 그 향과 함께 맛보라고 하셨다.

이것도 디저트도 재밌고 맛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김호윤 셰프님이 직접 선보여주신 디저트로,

사인 머스캣과 함께 밑에 크럼블도 있고 특이하게도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를 뿌려서 먹는 디저트였는데,


여자친구나 나나 의견이 똑같게 이 디저트는 조금 별로였다.

내가 원래 올리브유에 빵 찍어먹는건 좋아하는데 여기서 올리브유 먹으니까 좀 부담스러웠달까?


그래도 사인 머스캣은 맛있더라..

맨날 먹어볼까 하다가 과일 치곤 비싸서 안 먹었는데 여기서 처음 먹어봤다.


그리고 그릇이 너무 예쁘다..

이것도 어떤 작가분에게 공수해온 그릇이라고 했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마지막으로는 다쿠아즈와 루이보스 차가 나왔다.

커피나 오늘의 차를 고를 수 있는데 오늘 나오는 차는 루이보스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차도 맛이 좋아서 자리를 뜨고 길을 걸으면서도 루이보스의 향기가 입안에 남아있었다.

이거까지 먹으면 오늘의 코스 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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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과 가격


예약은 네이버나 다음지도에 치면 나오는 핸드폰 번호로 문자를 넣어서 예약했다.

나는 3개월 전에 예약했는데 사람들이 대부분 1개월 정도 전에 예약한다고 하더라.


카운터 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예약이 차서 원하는 날짜에 못 갈 수도 있다는 점.


가격은 1인 25만원에 이 날 먹은 샴페인하고 콜라 한잔 마신거 까지 하면

둘이서 총 냈던 비용이 575,000원이었다.


 내가 평소 쓰는 예산으로 오기에는 터무니 없는 가격이고

 예전부터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 몇 달 동안 돈을 조금씩 모았다.


그래서 난 3개월 전에 예약을 해놓고 여기 올 때 까지 돈을 모았다는거.


그래서 만족스럽나?


난 일단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음식이 만족스러웠다는걸 떠나서 하나의 재밌는 경험을 했달까?


가격은 당연히 비싸고 둘이서 한끼에 60만원 가까운 돈을 썼다는건 미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일단 맛도 맛이었고,

여자친구는 플레이팅 된 음식이나 조합들이나 맛을 보면서 했던 말이..


세상하는 참 똑똑한 사람들이 많구나. 라고..


맛있다라는 말은 둘이 합쳐서 못해도 20번은 한거 같다.


맛있다는 말은 뭐 더 할 필요가 없고.


정말 친절했던 서비스


가격에 걸맞게(?) 서비스가 정말 친절했다.

일단 이런 제대로 된 코스를 먹으러 가면 가장 좋은게 음식이 나오고 먹기 전에 


이 음식의 재료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만들었고 어떤 컨셉으로 만들었고

만든 사람의 생각과 방식에 대해서 한 번 쭉 설명해주고 어떻게 먹는게 가장 맛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무슨 음식 하나 먹는데 그렇게 설명이 구구절절 필요해?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가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직원들이 우리를 대해주는 태도와 서비스는

지금까지 가본 식당 중에선 정말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다.


여담


옆 자리에서 논 알콜 음료를 시키면서 사이다를 시켜서 나도 콜라를 한 잔 시켰는데,

나 혼자 시켜서 마시려던 생각과 다르게 콜라 두 잔이 나왔다.


그냥 나온김에 마시자는 생각으로 냅뒀는데 앞에 계시던 직원분이 갑자기 물어보시는거다.

혹시 콜라 하나 시키신거였냐고. 저희가 잘못 알아들어서 잘못 나간게 아닌가 물어보셨다.


속으로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아셨지? 하니까 나는 콜라 한잔을 다 마시고 여자친구는 거의 안 마시니까 그걸 보고 물어보신거다.

그리고 콜라 한잔은 저희가 잘못 주문 받았으니 빼주신다 해서 조금 마셨으니 내겠다고 했지만 

그런건 신경쓰시지 말라면서 한 잔 가격은 빼고 결제 해주셨다.


우리가 냈던 50만원 넘는 돈에서 콜라 한잔 가격은 5,000원이었는데 우리가 느낀 감정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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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랑 얘기를 한게, 정말 가끔씩은 사치도 부려보자고 얘기를 했다.

이 날 50만원 넘는 저녁을 먹고 다음날은 여자친구랑 점심에 둘이 신전떡볶이를 시켜먹었다.


웃기게도 신전떡볶이 40번은 먹을 수 있는 돈을 한끼 식사에 냈지만 가끔씩 이런거 한번은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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