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바라나시역으로 덜컹거리며 달려가는 릭샤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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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진을 어떻게 찍었나, 그 날은 어떤 일이 있었을까,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면서 풀어보는 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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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바라나시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떠나기 싫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1개월, 길게는 몇 달 동안 머무시는 분들이 왠지 모르게 공감됐다.


떠나고 싶지 않은 곳. 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고 불리는 곳.

바라나시의 시간은 다른 곳 보다 더 느리게 가는 듯 했다.


왜 그랬는진 모르겠다.



바라나시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아그라로 가는 열차 티켓을 사야했다.

하지만 인도에서 핸드폰으로 열차 티켓을 구매할 수가 없었다. 참 불편했다.


바라나시 정션역으로 가야 했다.

기차역에 가면 있는 외국인 창구에서 직접 기차 티켓을 사야했다.

아침에 일찍 가려고 했지만 며칠 동안 일출 보트를 탄다고 일찍 일어나서일까?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다.


바라나시의 판데이 가트를 떠나 고돌리아 사거리 쪽으로 걸어간다.

갠지스강이 있는 쪽에 가트 쪽으로는 릭샤가 들어올 수 없기에 릭샤를 타려면 고돌리아 까지는 걸어가야 한다.


철수가 추천해줘서 이미 2번 먹어 본 버터빵과 짜이 한잔을 먹는다. 30루피. 한국돈으로 500원 돈이지만 한끼 식사로는 충분한 가격이다.

인도인들 사이에 앉아있는 동양인 나 한명. 조금은 어색한 기류가 흐르지만 그 마저도 신선했다.


바라나시 정션역으로 가는 릭샤를 타러 걸어갔다.

인도의 릭샤는 목적지까지 정해져 있는 금액이 없다.


한 마디로 부르는게 가격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을 속이는 릭샤 왈라들도 많다. 

나도 흥정을 하다가 한 가족들과 바라나시 정션역까지 같이 가게 되었다.


달리는 릭샤 위.

엄마와 아빠, 그리고 딸과 아들이 함께 탄 네명의 가족은 어디로 여행을 가는 듯 했다.


아빠 어깨에 기대어 잠을 자는 막내 아들. 딸은 엄마 품에 안겨 가고 있었다.


뒤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한국에서 사온 사탕을 꺼내어 딸에게 하나, 자고 있는 아들에게 나중에 주라면서 하나를 더 줬다.

근데 내 앞에 아빠 어깨에 기대어 잠을 자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이뻐보였다.


필름카메라를 꺼냈다.


혹시 내가 아빠와 아들의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까 찍어도 된단다.

그러니까 갑자기 엄마가 아들을 막 깨우려는거 아닌가?


'아니에요. 나는 자고 있는 모습을 찍고 싶었어요.'


덜컹거리며 달리는 릭샤 위.

릭샤의 흔들림을 보니 셔터스피드를 낮췄다간 초점이 안 맞고 완전 흔들린 사진을 보게 될 것이다.


1/2000 까지 셔터스피드를 올리고 조리개를 최대한 열었다. 



찰칵.


기분 탓인지 셔터스피드를 더 올려야 할 것 같았다.

내 필름카메라에서 올릴 수 있는 가장 빠른 스피드는 1/4000. 끝까지 올리고 다시 사진을 찍었다.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찰칵)


사실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이기에 바로 확인은 할 수 없었다.

인도에서 찍은 사진을 잘 보관해뒀다가 입국해서 바로 필름 스캔을 맡겼고, 그리고 나서 확인한 사진 중에 위에 있는 사진은 정말로 감동이었다.


덜컹거리는 릭샤 위에서 찍은 사진 하나.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아버지의 별 같은 눈동자에 살짝 담겨있는 나의 모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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