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구에 결혼식 갈 일이 있어서,
수원역에서 동대구역 가는 KTX를 예매했다.
근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만약에 내가 한국을 여행하는 입장이었다면, 과연 난 수원역에서 KTX에 잘 탈 수 있었을까?
외국인이라는 범위는 너무 넓으니,
일단 내 입장을 반영해서 영어를 조금은 할 줄 안다는 가정을 하고 생각해봤다.
수원역 지하철에서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니 Tracks와 함께 KTX가 크게 적혀있었다.
Mugungwha, Saemaeul, Nooriro까지.
근데 만약에 ITX 새마을을 탄다면 좀 당황하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새마을 보다는 ITX라는 글씨가 더 기억에 남을텐데,
KTX만 보이고 ITX는 안 보이니 당황할 수도 있겠다.
수원역 지하철 플랫폼을 나오니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일단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외국이라면 언제 소매치기 당할지 모르고 누가 나한테 이상한 짓을 할지 모르니까.
근데 한국은 그럴 일이 웬만해선 없다. 수원역도 다른 역들에 비하면 치안이 그렇게 좋다고 얘기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외국에 비하면 좋은 편이지.
만약 내가 표를 예매하지 않고 수원역에 와서 표를 사려고 하면 어땠을까?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오늘 부산 가는 KTX는 전 좌석이 매진 되었다.
인터넷 결제가 힘들어서 현장 와서 사려고 했다면 골치 아팠을 것이다.
그러면 동대구역 가려면 어떻게 해야돼요?
다른 열차는 뭐 있어요?
버스 타고 갈 수는 있어요?
그러면 버스터미널은 어디예요?
하면서 창구 직원한테 물어봐야한다.
열차 출발 안내를 보고 내가 잘 찾아왔는지 봐야지.
DongDaegu를 찾아야 하는데 KTX에 BUSAN 이라고 적혀있긴 하다.
여행하면서는 최종 목적지 보다는 열차 번호를 본다.
내가 탈 열차 번호는 KTX 231.
아, 그러면 BUSAN 가는 길에 DONGDAEGU 역이 있을까?
일단 여행객이여도 아침은 먹어야지.
공씨네 주먹밥에서 밥을 하나 구매했다.
KONG’S RICEBALL / 3500WON
KTX라고 적혀있는 화살표를 따라간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쪽으로 가니까 여기가 기차 타는 곳이겠지?
KTX 231의 플랫폼은 5번이었다. KTX라고 적혀있기도 하고.
근데 이 열차가 DONGDAEGU에는 가는 걸까?
찾아보니 SUWON - DAEJEON - DONGDAEGU - BUSAN 옆에 KTX라고 표시 되어있다.
BUSAN 가는 열차가 DONGDAEGU 역도 들리는구나!
(여행자였다면..? 모드로 들어간다. 써놓고 나중에 보니까 화법도 외국인 화법으로 써놨다..)
내가 타야하는 플랫폼은 5번 플랫폼.
사람들이 북적인다. 여기서 또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전광판을 보니 08:24 YEOSU-EXPO역으로 가는 ITX SAEMAEUL이 있었고, 08:31에 BUSAN으로 가는 KTX가 있다.
한국은 기차에서 냄새나는 음식을 먹는게 에티켓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열차 시간도 남았겠다 얼른 먹기로 했다.
(근데 여담이지만, 실제로 이거에 대해서 말이 많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도시락도 기차에서 파는데 먹어도 되는거 아니냐! 하는 의견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음식이나 전화는 아니지 않냐.. 둘 다 맞는 말이다.)
Do you know kimchi?
내가 타야 할 열차 번호는 18번인데 내가 있는 곳은 12번이었다. 열차가 들어오기 전에 얼른 18번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수원역 플랫폼에 도착하니 해는 이미 중천에 떠있었다.
하늘이 맑지 않은게 좀 아쉬웠다. 한국은 요즘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국인 입장으로 쓴 화법이지만, 실제로 이 날 외국 친구들과 미세먼지 이야기도 했었다.)
내가 탈 열차인 KTX가 플랫폼에 들어왔다. 플랫폼 끝에 있어서 열차가 멈춰 있을 때 찍을 기회가 있었다.
00231 이라고 적혀있는거 보니 231번 열차도 맞다. BUSAN까지 가는 열차니까 이걸 타면 되겠지.
열차 번호가 18번인 것도 한번 더 확인하고 탄다.
다행히 시간이 남아서 열차 타기 전에 편의점에 들려서 음료수도 샀다.
한국은 24시간 편의점이라는게 있어서 언제든 먹을거를 살 수 있고 웬만한 곳에서 카드 결제도 다 잘 된다.
SEOUL을 떠나 1박 여행으로 DONGDAEGU에 간다.
- 쓰다 보니까 진짜 여행기 쓰는 말투로 변해가는 것 같은 느낌이..
- 모바일 티스토리 에디터를 사용해서 글을 써봤는데 불편한 점이 꽤나 많다.
'한국에서의 여행, 그리고 일상 > Winnie의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여행의 마지막,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를 가다 (8) | 2019.04.01 |
---|---|
대구여행,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에서 그를 추억하다 (7) | 2019.03.27 |
수도권을 벗어나 오랜만에 드라이브,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을 가다 (14) | 2018.10.31 |
도시는 급변한다. 1년 반만에 찾은 해방촌은 조금 낯설었다. (6) | 2018.09.21 |
남자들끼리 먹기만 하고 온 1박 2일 전주 여행 (0) | 2018.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