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무심결에 다시 찾아온 프라하, 레트나 공원에서 일몰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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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51일차 (18. 6. 21)


폴란드 경기도 보고 나의 여행에서의 작은 목표가 끝이 났다. 크라쿠프를 떠날 시간이 왔다.


원래 내 계획대로라면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옆에 붙어있는 우크라이나로 가는거였다. 가족들과의 여행 계획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가기가 망설여졌다. 결국엔 크라쿠프에서 가까운 도시 중에 가장 만만한 프라하에 가기로 했다. 이 얘기는 따로 쓰도록 하겠다. 


정말 즉흥적으로 선택한 도시였다. 프라하는 이미 저번 여행에 와서 익숙한 도시기도 하다. 2년 만이었다.

파리 이후로 "2번 방문한" 2번째 도시가 되었다. 



프라하에 두번째로 들어와서 그럴까, 딱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날도 숙소에서 아침 먹고 자고 점심에 일어나서 또 저녁까지 노트북 만지고 있다가 7시 조금 넘어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거의 8시 다 돼서 나왔지. 일몰 사진 찍는다고 나왔었다.  



 체코의 굴뚝빵 뜨르들로. 빵을 돌돌 말아서 만드는 빵인데 예전에는 그냥 빵만 먹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아이스크림을 추가한다든가, 과일을 추가하는 등 점점 무언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아침 먹고 점심을 안 먹어서 일까, (이유 없음. 귀찮아서) 뜨르들로 파는 노점 앞에 사람들이 줄 서있는데 냄새를 맡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받자마자 허겁지겁 다 먹은듯 하다. 가격은 70코루나. 3500원.. 관광지 물가지만 배고파서 그냥 먹었다. 



 레트나 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일몰을 찍으려고 가는 길인데 날씨가 흐려도 너무 흐렸다. 아마 일몰을 못 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레트나 공원 계단 앞까지 갔다가 이건 아닌거 같아서 다시 구 시가지로 돌아가려했다.


 그냥 일찍 밥이나 먹어야지. 근데 밥 먹으러 가려고 하니까 또 아쉽더라. 다시 다리를 되돌아갔다. 이 날은 또 크록스를 신고 나와서 운동화보단 좀 불편하게 걸었다.  



결국 레트나 공원으로 올라가는 중. 귀찮고 컨디션은 안 좋은 것 같고 배는 고프고 그냥 밥 먹을까? 하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레트나 공원 올라가는 길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레트나 공원이 규모가 좀 큰 편인데 이 쪽은 프라하 메트로놈 밑 쪽이다. 레트나 비어가든은 동쪽으로 더 가야 나오는 곳이다. 



레트나 공원에 있는 프라하 메트로놈. 여기서 보는 경치도 꽤 괜찮다. 완전 밤에 와본 적은 없는데 구글 맵스 리뷰에는 밤에 오면 마약한 애들이 많다고.. 내가 가본건 아니라서 모르겠다. (근데 포스팅하는 오늘도 길거리에서 대마 냄새 맡음)



레트나 공원까지 왔지면 프라하 성을 배경으로는 노을이 질 기미가 전혀 없었다. 흐린 날씨에 비도 조금씩 오는 것 같고, 먹구름이 너무 짙게 끼어서 일몰 구경은 할 수 없었다. 근데 나무 사이로 살짝 노을이 보였다.



여기서부턴 레트나 공원은 아니다. 프라하 지리에 능통하지 않은 나라 정확히 어디라 설명은 못하겠다. 아마 Hradčanská역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몰의 햇빛이 나뭇잎을 적셨다. 흠뻑 적시긴 못하고 드문 드문 적신 모습이 이뻤다. 평소보다 다소 세게 불어오는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면서 나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하늘 구경, 구름 구경하는걸 좋아하면서도 평소에 잘 찍진 않았는데 인도여행 같이 갔던 하정이가 완전 하늘 덕후다. 하늘 덕질 한다고 만들어놓은 자기 인스타도 있는데 가끔씩 그런 생각이 나서 하늘 사진을 찍곤 한다.



 아까 프라하 성 앞 다리에서 봤을 땐 먹구름이 가득했는데 여기까지 오니 노을을 만날 수 있었다. 너무 반가웠다. 물론 프라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배경을 두고 찍진 못하겠지만 오늘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레트나 공원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올라온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또 아무 생각 없이 사진 찍을만한 곳이 있을까 걷기 시작했다.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는 어느 평범한 길. 딱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장소가 있었다. 거기에 발을 멈추고 삼각대를 폈다. 


사람들이 정말 없는 길이었는데 한국분으로 보이는 분이 카메라를 들고 내 옆에서 사진을 찍다 가셨다. 단순한 여행객 같아 보이진 않았다. 여기 사는 분이었을까, 말은 걸지 않았고 그 분은 갈길을 가셨다. 



물론 사진은 보정을 좀 했다. 사실 보정을 안하면 하늘을 제외하곤 다 까맣게 나온다. 보정 과정을 거쳐서 앞 부분을 좀 더 밝히는거지. 


이 날은 구름이 참 이쁘게 있었다. 아주 길쭉 길쭉 하게 나있는데 지평선 위에 살짝 거쳐서 사진 찍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 내가 좋아하는 트램. 프라하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사실 정말 아름다운 일몰은 엄청 맑은 날씨에 나오는게 아니라 흐린 날씨 속에서 나온다. 물론 흐린 날씨 속에서 일몰을 찍으려면 확률은 50 대 50. 정말 먹구름만 보다가 끝나든가 아니면 끝내주는 일몰을 감상하든가. 오늘은 후자였다.  



한 자리에 서서 한참 사진을 찍었다. 그만한 재미가 있는 날이었다. 하늘도 흐리고 비도 와서 그런가 날씨가 꽤 쌀쌀했다. 바람막이를 입고 있어도 조금 추운 기분이었다. 크라쿠프부터 참 눅눅한 기분이 이어진다.  



트램을 타고 바츨라프 광장까지 간다. 가고 싶은 음식점은 이미 마음 속에 정해놓고 있었다. 2년 전에 갔을 때 정말 맛있게 먹은 식당, 그래서 또 가고 싶었던 곳. Potrefená Husa Národni다.



Potrefená Husa 는 체인 음식점인데 프라하에 있는 지점 중에서 Potrefená Husa Národni 가 가장 낫다고 한다. 물론 나는 여기만 갔지만 분명 추천할만 하다. 내가 먹은건 Hanger Steak.



 드디어 나온 음식. 역시 스테이크는 미디움 레어로 시키는게 가장 맛있다. 여기서 먹어본 음식은 스테이크하고 굴라쉬를 먹었는데 둘 다 괜찮았다. 조만간 스비치코바도 여기서 먹어볼 예정.



 후사에서 먹어볼만한 맥주는 크게 3개가 있는데 언필터드, 호가든 화이트, 벨벳이다. 이 3개는 정말 추천한다. 벨벳은 프라하에 들어오고 한번 먹었는데 잘못된 곳에서 먹은건지 실망을 해서 이번에 시키진 않았다. 


 호가든 화이트는 정말 맛있다. 개인적으로 강력 추천하는 맥주.



 스테이크랑 같이 나온 가니쉬에서 감자를 제외하곤 좀 의문이 들었는데 그것 마저 맛있었다. 정말 소스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너무 행복했다. 오랜만에 먹었는데도 2년 전의 그 느낌이 남아있었다. 


스테이크랑 맥주 2잔을 마시니 492코루나가 나왔고 팁까지 해서 541코루나를 결제했다. 한국 돈으로 치면 대략 27000원 정도 되는 돈. 이 정도 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포스팅하고 있으니 또 먹고 싶다. 또 가야지.



Potrefená Husa Národni는 바츨라프 광장, Mustek 역 주변에 있다. 오전 11시 부터 자정까지 영업하고 외부 좌석도 있다. 날씨 좋다면 외부에서 먹는 것도 좋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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