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9일차 (18. 5. 20)
정현이가 헬싱키에서 탈린으로 당일치기를 온걸 보고 항구에 간 김에 헬싱키 다녀오는 배 가격을 확인해보니 33유로였다.
헬싱키와 탈린 노선을 운행하는 TallinK에서는 당일 왕복을 하는 경우 티켓 할인을 해준다.
결국 즉흥적으로 헬싱키 당일치기를 결정했고 오전 6시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했다. 헬싱키까지는 편도로 2시간이 걸린다.
헬싱키의 여객선 터미널은 2개가 있는데 탈린으로 가는 터미널은 터미널2이다. (T2)
배에 탔는데 지난 2일 동안 호스텔 같은 방을 쓰던 친구를 만났다. 대만 친구였는데 오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면서 오고 같이 낮잠을 자기도 했다. 목리라는 친구였는데 헬싱키에서는 1박만 한다고 했다.
북유럽 자체가 물가가 비싼편인데 교통비 역시 비쌌다. 트램 1일권이 9유로인데 1회권으로 탈 때도 3.2유로를 내야한다. 3번만 타면 본전을 뽑긴 하지만 애초에 한번에 4천원을 넘어가는게 너무 비싸게 느껴졌다.
헬싱키에 있는 Bad Bad Boy, 조각상인데 오줌을 싸고 있다. 앞에 앉아있던 외국인들이 엄청 웃자 옆에 있던 핀란드 아저씨가 저거에 대해선 미안하다고, 아니면 저기 가서 샤워라도 할 수 있겠다고 했는데 진짜 웃겨 죽는 줄 알았다.
트램을 타고 일단 헬싱키 안으로 들어왔다. 헬싱키를 여행하면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건축가 스티븐 홀이 설계한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이었다.
핀란드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만 네르 하임의 동상이 키아스마 앞에 있다. 스티븐홀은 설계할 때 전시실 내에서도 이 동상을 볼 수 있게 계획했다고 한다.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의 파사드 중에 가장 유명한 부분이다. 이 구도의 사진을 봤을 때 이런 세련된 곳이 있나 싶었는데, 핀란드 헬싱키는 내가 가기엔 너무 먼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오게 되었고 정말 짜릿했다.
키아스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달고 싶은데, 헬싱키 여행기에서 너무 길게 얘기하면 루즈해질 것 같고 따로 공부를 더 한 후에 건축이야기에 포스팅 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실제 답사했던 건축답사 중에 정말 세 손가락 안에 뽑을 만한 건물이다. 미술관의 공간을 둘러보다 보면 정말 미쳤단 생각이 든다.
2층 부분에서 한 컷. 셀카로 인증샷만 남기고 나왔다.
이곳은 Kampens Kapell 이란 곳이다. 침묵의 예배당으로도 불리는 곳이고 외부 재료는 핀란드의 자작나무를 사용해서 만들었다. 핀란드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나가다 잠시 들러볼만 하다.
내부는 침묵의 예배당이란 이름 답게 굉장히 조용하고 사람들도 별 다른 소리를 안 내고 침묵을 지키고 있기에 나도 조용히 기도를 드렸다. 사진은 사람들이 한 두명 남아있을 때 두 세장만 찍고 나왔다.
내부의 분위기도 꽤 괜찮다. 2012년에 완공된 건물로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곳이다.
핀란드는 건축가 알바 알토의 나라로도 유명한데 알바 알토가 설계한 핀란디아 홀을 보러 갔더니 앞에 공원과 이런 호수가 있었다. 헬싱키를 들렸을 때가 일요일이었고 그래서인지 더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호숫가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이런 광경이 너무 좋아서 건물의 관심은 뒷전으로 가고 사람들의 삶을 구경하고 있었다.
주변에 주거단지가 하나 있었고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꽤나 많았다.
알바 알토의 핀란디아 홀. 현재도 사용되고 있고 길게 늘어나있는 매스위에 육중한 매스들이 얹혀있다.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대리석이 반듯하게 붙어있는게 아니라 살짝 엇갈려있어서 건물의 외관이 더 살아나보인다.
국립 박물관 앞에 있던 곰돌이. 국립 박물관도 딱히 보고 싶은 생각이 안들었다.
이곳은 Temppeliaukion Church로 돌을 발파해서 그 내부에 성당을 만든 굉장히 특이한 곳인데 내가 갔을 때 딱 1시간 동안 입장이 불가능하다 해서 1시간을 기다릴까 하다가 너무 지겨워서 다시 시내로 돌아가기로 했다.
성당 앞에서 시내로 돌아가려고 뒤도는 순간 알록달록한 이 거리의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놓치지 않고 사진을 남겼다.
핀란드의 국민 캐릭터 무민. 먹을거부터 시작해서 기념품까지 무민으로 된 제품들이 굉장히 많다. 워낙 유명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무민의 고향 핀란드에선 여기저기 다 무민이다.
시내로 다시 돌아와서 아카데미아 서점에 갔다. 아카데미아 서점 역시 알바 알토의 작품인데 2층까지가 서점이다. 근대 건축 시기에 지어진 건물이라 그런지 굉장히 모더니즘한 느낌이다. (규칙적으로 나있는 창문이나 건물에 쓰인 재료)
서점도 굉장히 큰 편이고 구경할만한데 역시나 핀란드어로 써져있는 책은 못 읽기에 영어로 된 책을 좀 구경했다. 잡지 부분에서 사진 촬영에 관한 잡지를 봤는데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2층에 올라가면 대략 이런 느낌이다. 서점 분위기나 건물이나 구경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건물이다.
난 외국에서 한국의 흔적을 찾곤 하는데 서점에서 판매하는 지구본에서 사진 하나를 남겼다. 또 여행 서적에서 론리플래닛 가이드북을 읽는데 2018년 여행하기 좋은 나라로 한국이 선정된걸 찾아봤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제도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시간을 보내려니까 너무 피곤했다. 서점 바로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는데 내부 인테리어가 꽤 괜찮았다.
커피를 먹을까 하다가 이미 키아스마 현대미술관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마셨기에 망고 패션후르츠 프라푸치노를 시켰다. 시원한거라 그나마 잠은 깼다.
헬싱키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헬싱키 대성당. 위치는 대충 알고 있었는데 앞에 있는 계단이 생각보다 높은 편이라 놀랐다. 계단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개인적으로 헬싱키 대성당은 좀 실망한 편이었다. 내부 들어가는데 따로 입장료를 내진 않지만 외관도 그렇고 내부도 그렇고 썩 재밌진 않았다. 다만 오르간 파이프가 있는 부분이 그나마 마음에 들었다.
헬싱키 대성당 앞에 광장. 리뷰를 보니까 전통 시장도 열리고 공연도 할 때가 있다는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무것도 없었다. 헬싱키를 다니면서 정말 놀란게 대부분의 상점들이 일요일에 잘 열지도 않고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정말 다 닫는다.
가족들과의 삶을 중요시하기에 주말 역시 그들에겐 중요한 시간이다.
헬싱키에 머물고 있는 정현이를 만나서 저녁을 먹었다. 뭐 먹고 싶은거 있냐고 물어보니 점심 때 슈퍼에서 샐러드를 먹었는데 이상한 염소 고기 냄새가 많이 나서 반은 버렸다고 초밥 뷔페를 가자고 했다.
19.5유로에 초밥을 먹을 수 있는데 초밥 종류가 그렇게 많진 않다. 그래도 헬싱키 물가를 생각하면 괜찮은 편이라 생각했다.
Fuku 라는 가게다.
잠시 마트 구경을 하러 갔는데 역시나 이곳에도 무민 음료가 있었다. 무민에 낚여서 맛 없는 음료수를 먹는건 아닌가 고민이 됐었는데 그럭저럭 맛있었다.
좀 놀란게 플라스틱으로 된 음료수를 사면 플라스틱 병에 대한 요금이 붙어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리병을 가져오면 돈을 환급해주는 것과 비슷한 시스템인데 여기는 페트병에도 그게 있었다.
일요일 저녁에 헬싱키 도심에서 더 이상 할 것도 없고 갈 곳도 없어서 그냥 여객선 터미널에 가서 앉아있기로 했다.
한 2시간 정도를 앉아있다가 배에 탈 수 있었는데 터미널에선 와이파이가 돼서 그나마 지루하지 않았다. 배 탈 때 즈음 해서 노을이 지기 시작해서 터미널 내에서 사진을 좀 찍었다.
아침에는 7시 반 배를 타고 돌아올 땐 10시 반 배를 타서 정말 하루 종일 다녔던 날이었고 너무나도 피곤했다. 배에 들어가서 배가 출발하기도 전에 잠들었다가 정신을 차리니 이미 탈린에 도착해서 사람들은 배에서 내리고 있더라.
탈린 숙소에서 약간 해프닝이 있어서 방도 새로운 방으로 옮겼어야 했고 너무나도 피곤하지만 의미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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