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타지마할이 있는 땅, 아그라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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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나시에서 슬리핑 버스를 타고 아그라에 오게 되었다. 아그라에서의 일정은 하루만 간단히 둘러보고 가는거였다. 딱히 아그라에서 1박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아그라에 들렸을 뿐이다. 타지마할, 생각해보면 타지마할에 대한 이름과 모습은 알아도 인도 아그라에 있다는건 자세히 찾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사실이다. 건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여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들게 하는 건축물들이 있다. 예를 들면,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라든가, 프랑스 파리에 에펠탑 처럼 정말 상징적인 건물들이 있고 인도 아그라에 있는 타지마할도 그런 욕구를 자극하는 건축물 중 하나이다. 


 버스에서 약간 웅크린 채로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버스가 멈추더니 직원이 나를 깨웠다. 아그라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아그라에 도착할거란 생각을 안하고 자고 있어서 급하게 배낭을 챙겨서 버스 밖으로 내렸다. 정말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나를 내려줬다. 졸린 눈을 비비며 구글 맵스를 켜봤는데 타지마할 까지는 거리가 18km나 됐다. 걸어서는 족히 3시간이 넘어갈 거리라 걸어서 간다는 생각은 엄두도 안났다. 버스에서 내린 외국인들이 하나 둘 릭샤를 타고 가고 텅빈 길가에 나하고 릭샤 왈라 한명만 남았는데 타지마할 까지 가자니까 350루피를 부른다. 나는 너무 말이 안되는 것 같아서 200루피를 한번 불러봤는데 안 가겠다고 한다. 이 릭샤를 놓치면 주변에 지나가는 릭샤도 없고 나는 정처없이 이 길을 걸어야 될 것만 같아서 300루피에 타지마할까지 가기로 했다. 그렇게 릭샤를 타고 아그라에 들어가게 되었다. 



 릭샤를 타고 가는데 아그라 시내에 들어올 때 즈음에 해가 뜨고 있었다. 이 동영상에는 찍지 못했고 사진도 찍지 못했던 장면이 하나 있다. 해가 뜨면서 온 하늘이 빨갛게 물들고 있는데 내가 보는 시점에서 타지마할 뒤로 해가 올라오고 있어서 온통 붉은 하늘에 타지마할의 모습만 까만색의 실루엣으로 보였다. 정말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다. 이게 나의 타지마할의 첫 만남이었다. 타지마할 하면 흰색의 아름다운 건물을 생각하지만 내가 봤던 녀석은 이런식으로 날 반겨줬다. 달리는 릭샤 위에서 본거라 사진을 찍을 엄두가 안났는데 이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난다.  



 날 타지마할 까지 데려다준 릭샤 왈라 친구와 함께 사진을 하나 찍었다. 생각해보면 릭샤 왈라랑 사진 찍은 적은 없는데 이 때 타지마할을 보면서 왔떤게 너무 기분이 좋아서 내가 들떴던 것도 있었다. 


 타지마할 짐 보관소에 내 배낭을 맡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타지마할 짐 보관소에 짐을 맡기려면 40루피를 내야한다. 자고 일어나서 양치를 못한게 찝찝해서 생수를 가지고 양치를 하고 짐을 맡겼다. 타지마할은 오전 7시부터 개장을 하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는 7시를 좀 넘긴 시작이었다. 이런 이른 시간때부터 사람들은 꽤 많았다. 타지마할의 입장료는 인도 물가에 비하면 굉장히 비싼 편에 속하는데 자국민이 아니라 외국인의 경우에는 1000루피(약 17000원)을 내야한다. 500루피가 입장료고 500루피가 추가적으로 붙는 금액이라 총 1000루피를 내야하는데 큰 지출이긴 하다. 


 타지마할을 들어가는데도 보안검사를 한 명씩 금속탐지기 까지 써가면서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렸다. 그나마 사람이 없는 편이라 빨리 들어오긴 했는데 오후 시간대에 오면 보안검사를 기다리는 시간만 1시간이 족히 걸릴 것 같다. 타지마할은 무조건 일찍 와야한다.



 타지마할의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다. 넋을 놓고 보게 된다고 해야하나, 햇살이 타지마할에 드리우면서 생기는 저 음영이 정말 기가막힌다. 눈물까지 나올 정도는 아니였다만 정말 소름이 돋았던 순간이다. 짜릿하다. 정말 짜릿하다. 



 타지마할과 함께 찍은 사진 중에 제대로 나온게 이 사진 밖에 없다. 나머지는 셀카로 찍긴 했는데 그렇게 썩 마음에 들진 않고 다른 분에게 부탁해서 받은 사진 중에는 이게 그나마 제일 난 것 같다.



 나는 건축물의 계획이나 조경에 있어서 물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축물에서의 이런 물은 건축물을 아주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사실 건축물은 건축물 그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이렇게 그 주변을 꾸며주는 사소한 장치 하나 하나가 모여서 단 한개의 마스터 피스를 만들어낸다.  



 내가 갔을 때는 타지마할의 첨탑 하나가 보수 공사를 하고 있어서 타지마할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타지마할을 구경하려면 저 기단까지 올라가기 전에 신발에 덮개를 차고 올라가던지 신발을 벗고 올라가던지 해야한다. 인도인들은 신발을 벗고 양말까지 벗고 이곳에 올라가길래 나도 신발을 벗고 양말까지 벗고 맨발로 타지마할을 올라갔다. 발바닥은 좀 차가웠지만 그것 역시 건축물을 경험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타지마할은 동서남북으로 봐도 대칭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있는 건축물이다. 일단 타지마할이 어떤 용도의 건물이냐도 설명을 하고 시작해야할 것 같은데 타지마할은 인도 무굴제국의 샤 자한의 부인이었던 뭄타즈 마할이 죽고 나서 만든 그녀의 무덤이다. 타지마할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면 샤 자한이 더 이쁜 건축물을 짓지 못하기 위해 이 건축물을 계획한 사람들과 인부들의 손을 잘랐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무덤 얘기를 왜 먼저 했냐면 완벽하게 대칭인 타지마할에서 대칭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샤 자한의 무덤이다. 타지마할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가 되어있어 찍지 못했지만 이 무덤 내부에는 가운데에 무덤의 주인, 뭄타즈 마할의 무덤이 위치하고 있다. 무덤까지 완벽하게 대칭을 맞춰놨는데 그 옆에 작은 무덤이 하나가 더 있다. 그게 바로 샤 자한의 무덤이다.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샤 자한은 죽어서도 이곳에 묻히게 되는데 그의 무덤을 만들면서 유일하게 대칭을 깨는 곳이 샤 자한의 무덤이 되었다. 


 사실 타지마할의 내부는 외관이 아름다운 것에 비해 공간적으로 대단한 얘기가 나올 정도는 아니다. 로터스 템플을 다녀왔을 때도 느낀거지만 외관은 정말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내부는 별 거 없었었다. 


 타지마할을 짓는데 너무나도 많은 인력과 자원을 탕진해버린 샤 자한은 결국 그의 아들에 의해 왕권에서 물러나게 되어 말년에는 타지마할이 잘 보이는 무삼만 버즈에 갇혀있다가 숨을 거뒀다고 한다. 



 타지마할의 뒤 쪽으로는 아그라의 야무나 강이 흐르고 있는데, 석양이 지는 시간에 야무나 강에서 보트를 타면서 타지마할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야무나 강에서 보트를 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정말 감동이었던 시간이다. 타지마할에서 쉽게 나갈 수가 없어서 가만히 앉아서 계속 구경을 하고 있었다. 타지마할에 들어오고 한 2시간 정도를 이곳에서 보내다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타지마할 주변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하기로 했다. 밑에 사진에 보이는 JONEY'S PLACE 도 사람들이 꽤 찾아가는 곳 같았는데 그곳은 가지 않았고 내가 간 곳은 TREAT RESTAURANT 라는 곳이었다. 정말 인도는 여행하기에 좋은 나라였고 좋은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돌아온 나라였지만 음식은 그러지 못했다. 나는 오늘 점심도 인도식을 피하기로 했고 여기서 불고기 덮밥을 시켜 먹었다. 맛은 정말 좋았다. 타지마할을 보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을 생각이라면 한번 들려보길 바란다. 불고기 덮밥은 170루피를 냈다. 한국돈으로 3천원이 안되는 돈이다. 사장님도 매우 유쾌하시고 친절하신 분이여서 기분 좋게 한 끼 식사를 했다. 


TREAT RESTAURANT 위치 ▶ https://goo.gl/maps/arzYSsZCKWT2



 여기서 점심을 먹는데 레스토랑 안에 있던 손님 중에 외국인 여자 분이 한명 있어서 밥 먹다가 먼저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따로 앉아있다가 같이 앉아서 밥을 먹게 되었고 여행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꽤나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영국사람이고 무용수를 직업으로 한다고 했다. 인도 발리우드에는 3대 칸이 있는데 한 명은 세 얼간이에서 란초로 주인공 역할을 한 아미르 칸, 한 명은 살만 칸, 그리고 한 명이 샤루크 칸이다. 그녀는 인도에서 샤루크 칸과 함께 일을 한다고 했고 일하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나에게 구경시켜줬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일하면서 풀 메이크업을 한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너무 다르니까 신경 쓰지말라고 하더라. 


 여행하다 만난 친구들이랑 얘기하면 첫 만남 때는 정말 가벼운 주제로 얘기를 계속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다들 여행을 하다가 만났으니 여행 어디 가봤냐, 어디가 좋았냐, 각자의 나라의 얘기를 하거나 하면 밥 먹는 시간 동안에는 끊임 없이 얘기할 수 있다. 그녀는 밥을 먹고 다시 타지마할에 들어가서 그곳의 정원에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고 나는 타지마할 짐 보관소에 돌아가서 배낭을 찾고 아그라 포트로 가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계속 오토바이 릭샤를 타고 다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자전거 릭샤를 타보게 되었다. 타지마할 부터 아그라 포트 까지는 멀지 않은 곳인데 걸어가기도 귀찮아서 릭샤를 타기로 했고 아그라 포트까지 40루피에 가기로 했다.



아그라 포트는 아그라의 성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타지마할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타지마할을 들렸다 오면 입장료로 500루피만 내도 되고 타지마할을 들리지 않고 아그라 포트만 왔다면 입장하는데 역시 1000루피를 내야한다. 그래서 타지마할과 아그라 포트를 동시에 보려면 타지마할을 들어갈 때 받는 티켓을 꼭 챙겼다가 아그라 포트에서 보여줘야 한다. 



 아그라 포트의 입구에서 들어가는 진입로가 이렇게 경사로로 되어있었는데 경사로 옆에 높게 서있는 벽이 끝으로 갈 수록 점점 줄어들면서 만나게 되는데 확실히 내가 성을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그라 포트 안에 이렇게 우물 같은 것이 있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의 장소인지 알지 못했다. 근데 이 곳에 머리를 가깝게 대고 인도인들이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그라 포트는 야무나 강을 사이에 두고 타지마할과 마주하고 있다. 타지마할에서 야무나 강을 볼 때도 건너편에 아그라 포트가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타지마할이 워낙 상징적인 건물이다보니까 아그라 포트에서는 타지마할의 존재감이 눈에 띄었다.  



 아그라 포트 내부의 중정에는 이렇게 따로 정원도 꾸며져있는데 사실 너무 더워서 여기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행히도 인도의 날씨는 그늘 정도만 찾아가면 그나마 낫다. 



이 사진을 보니까 또 생각난다. 바라나시 갠지스 강가에서 팔찌를 하나 샀다. 아마 2개를 10루피를 주고 샀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유럽 여행을 갈 때 손목 시계 대신에 이 녀석들을 차고 가야겠다. 이 팔찌들은 아직도 내 책상 위에 잘 모셔두고 있다.



 아그라 포트에서도 시간을 2시간 정도 보내긴 했지만 건축물이 좋아서 오래 머문게 아니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그늘 같은 곳에 앉아서 한참을 쉬다가 움직이고 했다. 중간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 분들을 만나서 잠깐 얘기도 했는데 인도여행을 혼자 다니는 내가 참 대단하다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시고 가셨다. 어떤 여행지에서건 타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일단 반갑게 느껴진다. 아그라포트까지 구경을 한 뒤로는 난 딱히 아그라에서 더 관광을 하고 싶지 않았다. 우다이푸르로 가는 열차까지는 5시간 정도가 남았지만 출발역인 아그라 칸트역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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