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바라나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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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에 즐거움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왜 이렇게 여행다니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다는데 그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여행에서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잠깐 마주한 사이든, 함께 밥을 먹은 사이든, 얼굴만 마주하고 지나간 사이든 다양하지만 그 인연이 시작된다는건 참 즐거운 일이다. 내가 바라나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곳을 즐겁게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좋은 사람들은 만났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여행 중에 항상 하는 기도를 누군가 듣고 이뤄줬는지도 모른다. 



 부부가 되어서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며칠을 가도 싸우게 되는게 동반 여행인데 1년이 넘는 시간을 같이 하면 어떨지 감이 안왔다. 물론 나는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막상 하시는 분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잘 다니시겠지만. 이 때는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톡톡부부 분들을 바라나시에서 만날 수 있었다. 사실 난 잘 알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지나다니다가 만난 한국인 친구가 저 분들 세계여행 하시는 분들이라고 얘기해서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네이버에 톡톡부부라고 쳐보면 그 분들이 하시는 블로그도 나오니 구경해보셔도 좋을 듯 하다. 완전 선남선녀시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바라나시를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서 이 분들을 꽤나 많이 마주쳤다. 선재네 멍카페에서 비빔밥을 먹으러 들어갔을 때도 옆 자리에 그 분들이 먼저 와 계셨었다. 



 이 날도 아무 생각 없이 갠지스강을 따라 걷다가 쉬고 싶으면 잠시 앉아서 지나가는 배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바라나시의 가트들은 가트들마다의 특색이나 가지고 있는 스토리들이 달라서 걷기에 참 좋았다. 어떤 가트에서는 빨래를 말리고 있고 어떤 가트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애초에 하루를 늦게 시작하면서 점심도 늦게 먹었다. 아까 선재네에서 비빔밥을 먹으며 물도 하나 사면서 나왔고 딱히 뭐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물만 마시면서 갠지스강을 구경했다. 해가 질 즈음에 저녁을 뭘 먹을까 하다가 바라나시에 있는 일식당인 메구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식당이기도 하고 어젯 밤 배민호 작가님이 일식을 좋아해서 토요일에만 특식으로 먹으러 가신단 얘기를 해줬던게 기억나기도 했다. 메구 카페는 고돌리아 거리에서 좁은 시장 골목을 지나가다가 만날 수 있는데 처음 가는 길이라 좀 헷갈려서 그 주위에서 뱅뱅 돌았다. 


 메구카페에 들어가서 가츠동을 하나 시키고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혼자 온 한국인 여행객이 한명 있었다. 이 친구는 다른 친구랑 일정을 맞춰서 잠시 같이 여행하는 중인데 친구는 일식당이 끌리지 않다고 해서 혼자 오게 되었다. 한국에서 헬스를 계속 하다가 여행와서 하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 해서 특이하게도 바라나시에 있는 헬스장에 들려서 운동을 하고 메구카페를 왔다고 했다. 



같이 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후식으로 시원라씨를 먹으러 가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저께 라씨를 처음 먹어봤었는데 요거트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너무 좋은 음식이었다. 가게에 앉아 라씨 하나를 다 비우고 천천히 갠지스강가까지 걸어나왔다. 



 천천히 갠지스강가까지 걸어나오다 보니 화장터가 있는 가트까지 오게 되었다. 시체를 태우는 연기가 내 코를 찔렀다. 눈까지 매워지는 이 곳은 계속 있기에도 그렇게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화장을 하는 가트에선 고인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 


 화장터를 떠나 우리의 숙소가 있는 최종 목적지인 판데이 가트까지 갠지스강을 따라 걸어가는 중이었는데 가는 길에 아르띠 뿌자를 하는 시간에 맞춰서 다샤스와메드 가트를 지나게 되었다. 아르띠뿌자는 인도인들이 믿는 많은 신들 중에 우리들도 흔히 아는 신 중에 하나인 시바신에 대한 제사다. 철수의 일몰 보트를 타면서 멀리서 구경을 하다가 실제로 아르띠뿌자를 하는 시간에 온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잠시 아르띠뿌자를 구경하자고 하고 나도 동영상을 짧게나마 찍었다. 



 사실 계속 그 친구라고 호칭을 붙힌건 미안하게도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내가 어디다가 써놓은거 같긴 한데 안 적은건지 적은게 없어진건지 보이질 않는다. 날씨는 이미 어둑어둑해졌고 어딜 더 돌아다니기엔 인도의 치안도 좋지 않고 해서 그와 헤어지기로 했다. 이 때가 저녁 7시 반 정도 되었을 때 였는데 그냥 들어가기가 아쉬워서 버니카페에 들려서 짜이나 한잔 마시고 숙소로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엇다.  


 버니카페에 들어가서 짜이 한잔을 시키고 조용히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건너편에 있는 테이블에 미국인처럼 보이는 여행객 한명과 일본인처럼 보이는 남녀 여행객이 한 명씩 앉아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내가 같이 자리에 앉아도 되겠냐고 물어보고 함께 얘기를 하게 되었다. 



 일본인 남자분은 예전에 격투기 선수를 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재활 치료사를 하다가 여행을 한다고 했다. 그의 계획은 인도를 여행하다가 아프리카 종단까지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인인줄 알았던 안경 쓴 친구는 스페인 여행객이었고 다른 친구들과 같이 인도 여행을 왔다고 했다. 뒤에 보이는 외국인들이 그의 친구들이었다. 오른쪽에 있는 친구는 처음에는 일본인인줄 알았는데 한국인이었다! 미현이는 취미로 글을 쓴다고 하며 tumblr에 올려둔 글을 보여줬는데 느낌이 심오했다. 한국에선 인스타로 소식을 구경하고 있는데 곧 있으면 자기가 쓴 글들을 모은 책을 낸다고 한다. 


 짜이만 마시고 숙소에 들어가서 쉴 생각을 하고 들어왔지만 신나게 이런 저런 수다를 떨었다. 스페인 친구들은 숙소가 여기에서 거리가 좀 있어서 시간이 더 늦어지기 전에 먼저 숙소로 돌아가게 되었고, 일본인 형님과 미현이와 셋이 남아서 얘기를 더 하게 되었다.  얘기를 좀 하는데 일본인 형님이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얘기를 했다.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얘기를 했는데 바로 옆에 있는 레바 게스트하우스에선 한국음식을 만드니 같이 가서 먹어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다음 날 레바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저녁을 같이 먹자는 약속을 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참 많은 인연들을 만난 날이었다. 원래 이 날의 이야기와 다음 날의 이야기까지 같이 엮어서 쓰려고 했으나 글을 쓰다보니 벌써 자정을 넘겼다. 다음 날 이야기까지 쓰기엔 너무 늦어질꺼 같아서 여기까지 쓴 김에 먼저 올리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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