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한우가 있듯이 일본에도 와규라고 불리는 일본의 소고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횡성 한우를 얘기하는 것 처럼 일본에도 일본 삼대와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효고현에서 나는 고베규이다. 굉장히 비싼 소고기 중에 하나인데 고베규를 취급하는 레스토랑 중에서 가장 원조라고 불리는 곳이 바로 철판요리 전문점 미소노이다.
전 날에 텐노지 동물원에 갔을 때 전화로 미리 예약을 했다. 내가 영어로 예약을 하려고 했으나 영어로 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고 동생이 대신 받아서 일본어로 예약을 했다. 대부분의 고급레스토랑이 그렇지만 저녁에 가면 점심 가격에 비해 비용이 거의 배 이상으로 뛰어서 점심에 찾아가게 되었다.
고베 미소노는 산노미야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구글 맵스 상에서는 남쪽 출구 3번에 위치한 것으로 보이는데 막상 가서 찾으려고 하니까 산노미야역이 너무 커서 출구를 제대로 찾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원래 미소노가 있던 건물은 고베 대지진 때 무너져서 후에 이 자리로 다시 가게를 마련했다고 한다. 미소노는 이 건물의 7,8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가게 안에 들어서니 두 테이블 정도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동생과 나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가서 인지 우리 자리가 미리 마련이 되어있었고 기다리지 않고 들어갔다. 철판이 정말 깔끔하다.
동생과 나는 점심 특선으로 나온 메뉴 중에 가장 비싼 메뉴와 가장 싼 메뉴를 2개를 시켰다. 나눠서 먹기로 하고 하나 씩 시켜봤다. 가장 비싼 메뉴는 고베규 스테이크로 이 때 가격이 13000엔 이었다. 점심 한끼에 십삼만원이라니 한국이었다면 정말 심장이 떨릴법한 가격이었지만 이번 여행은 식도락 여행으로 와서 고민 없이 시켰다. 가장 싼 메뉴는 필렛 스테이크로 2500엔이었다. 포스팅을 하면서 미소노에 대해 찾아보니까 최근 메뉴판에는 고베규 스테이크 가격이 15000엔으로 인상되었다. 참고로 세금은 포함되어있지 않은 가격이니 10% 정도 더 붙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테이블 하나에 담당 쉐프분이 한 명씩 붙는다. 오로지 우리 테이블만을 위해 조리를 해주신다. 철판 같은 경우는 전체가 다 뜨겁게 달궈져있는게 아니라 조리를 하는 부분만 뜨겁게 달궈져있는 것이다. - 그렇다고 진짜 그런지 궁금해서 손을 대는 일은 없도록 하자. 뜨겁긴 뜨겁다. -
드디어 우리 눈 앞에 나온 고기. 이때는 아이폰도 옛날꺼를 가져가서 사진이 왜 이렇게 흐리게 나왔는지 아쉽긴 하지만 남아있는 사진이 이거 밖에 없다. 왼쪽이 그 유명한 고베규인데 정말 보기만 해도 마블링이 끝내준다. 소고기에 대해 잘 모르는 나지만 이건 모르는 사람이 봐도 대단하단걸 알 수 있었다. 굽기 전에 먼저 구경하라고 보여주셨던 쉐프님.
먼저 식욕을 돋굴만한 채소들이 노릇하게 구워져서 나왔다. 조금씩 집어먹으며 고기가 다 구워지길 기다리게 된다.
고기는 다 구워졌지만 레스팅(휴지) 하는 시간이 있었다. 고든 램지가 스테이크 굽는걸 보면 다 구워놓고 썰기 전에 레스팅 하라고 하던게 기억난다. 레스팅을 하면 고기의 육즙이 빠져나오는게 차단이 된다. 물론 아예 안나오진 않겠지만 레스팅을 한 것과 안한 것의 차이가 분명하다.
그 차이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씨즐님 유튜브 영상 ▶ https://youtu.be/FB2_IOaVwnA
스테이크를 레스팅 하는 동안 마늘도 구워져 나왔다. 난 고기 먹을 때는 항상 이렇게 노릇하게 누워진 마늘을 같이 먹는다. 미소노 홈페이지에 보니까 마늘향이 싫은 사람의 경우 미리 얘기하면 양을 줄이거나 하는 방법으로 조리 방법을 바꿔준다고 하니 얘기하는게 좋을 듯 하다.
레스팅이 끝난 스테이크를 한 점씩 썰어주셨다. 지금도 사진을 보니까 입안에 침이 고인다.
고베규 스테이크와 필레 스테이크를 반반씩 나눠 주셨다. 고기를 한 점 먹었는데 정말 말이 안되게 부드러웠다. 고기가 아니라 아이스크림 같은 식감이라고 해야하나 육즙이 팍 터지는데 이런 소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동생이 한 말은 자기가 지금까지 먹어왔던 소고기를 맛있다고 생각했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맛이었다나.
숙주도 구워 나와서 밥이랑 먹을 때 함께 먹었다. 고기를 제외하고도 채소나 샐러드도 전체적으로 맛이 좋다.
필레 스테이크 같은 경우는 후식으로 아이스 커피가 나온다. 고베규 세트를 먹을 때는 후식으로 케이크하고 메론하고 2가지 종류의 셔벗이 나오는데 저 빨간색의 셔벗이 맛있었다. 기억에는 딸기 종류의 셔벗이었는데 맛있는 점심을 먹고 마무리 까지 완벽했다.
고베 미소노 같은 경우에는 정말 맛은 있지만 결국엔 한 끼 식사로 부담스러운 가격이 가장 고민이 된다. 한 끼에 그것도 1인분으로 20만원이 가까운 돈을 내는건 정말 심장이 떨리는 일이지만 그만한 값을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먹었지만 지금 와서 또 가겠냐고 하면 다신 못 갈 것 같다. 안 가고 싶은게 아니라 못 가는 것이다.
'위니의 여행이야기 > 동생과 일본 간사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사카에서 아침 일찍 다녀온 히메지 여행 (2) | 2018.03.05 |
---|---|
[일본 고베] 안도 다다오의 효고현립미술관에 가다 (0) | 2018.03.04 |
안도 다다오의 물의절에서 고베로 돌아가는 길 (0) | 2018.03.02 |
교토 은각사 가기 전에 들린 국수집, 히노데우동 (0) | 2018.03.02 |
안도 다다오가 표현한 현세의 극락정토, 물의 절 (0) | 2018.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