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시베리아횡단열차 타기 전 2일간의 블라디보스토크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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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까지 가는 길에도 한국에선 비가 왔다. 이 날 아침 10시 10분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러 갔었고, 부모님이 데려다주셔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일찍 도착해서 온라인 환전을 신청해놓은 것을 수령했다. 하나은행에서 했는데 인천공항 2터미널 지하1층에 가서 찾으면 된다. (출발층은 3층이라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된다.)

 원래는 일찍 도착한 김에 공항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잠을 설쳐서 피곤하기도 하고 짐도 무거워서 다니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

한국에서도 비가 많이 내렸고 블라디보스토크도 도착할 때 부터 비가 꽤나 내리고 있었다.

러시아의 입국심사는 어려울 것이 없다. 여권만 내밀면 심사관이 서류도 알아서 작성해주기 때문에 잠깐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MTS 유심을 가장 먼저 사고 107번 버스에 탑승했다. 107번 버스는 블라디보스토크의 공항 버스인데 시내까지는 대략 40분 정도 걸린다.

블라디보스토크역 앞에 내려서도 비가 무척이나 많이 내렸고 호스텔도 오르막길에 있어서 처음에 찾아갈 땐 좀 힘들었다.

비가 많이 와서 둘러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들다가 너무 누워있기만 해도 그래서 우비를 뒤집어쓰고 나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와 아르바트 거리로 가는 길에 축구장이 하나 있었는데 이 날 경기를 하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축구팀이 있긴 할텐데 정확히 몇 부리그인지는 모르겠다.

숙소에서 아르바트 거리는 걸어서 10분이 안되는 위치에 있었다. 애초에 엄청 활발한 느낌도 아니거니와 비가 와서 분위기도 우중충했다.

비가 와서 어디까지 구경을 해야하나 하다가, 혁명광장까진 걸어왔는데 러시아 월드컵 관련 행사로 사람들이 많은 것 말곤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갈길을 갔다.

비도 계속 내려서 맞으면서 다녔는데 이렇게 다니다간 감기에 걸릴 것 같아 해적커피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운동화가 마를 즈음에야 저녁을 먹으러 갔다. 

혼자 뭐 먹을까 하다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명하다는 댑버거에 갔다.

블로그에 따로 리뷰를 해놓기도 했다. 그럭저럭 맛있긴 했는데 한국에서 먹는 수제버거가 훨씬 낫다. 한국이랑 가격도 비슷한 것 같고, 블라디 물가 치면 꽤 비싼 편이다. 맥주 500ml와 함께 650루블, 한국 돈으로 13000원 정도를 냈다.  

이 날은 그냥 댑버거만 먹고 숙소에 들어와서 쉬었다. 첫 날이기도 하고 많이 피곤했는데 호스텔 공용공간에서 러시아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하고 있다는데 아마 호스텔에서 지내는 듯 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선 Tiger Hostel에서 묵었는데 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편하게 묵을 수 있었다. 숙소를 오픈한지 얼마 안되었다고 해서 블로그에도 리뷰를 하나 올렸다.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줬던 호스트와 함께 사진을 한장 남겼다. 

이 날은 비바람이 어제보다 더 심해서 해적커피에서 몇시간을 죽치고 앉아있었다. 횡단열차 탈 때 까진 시간이 꽤나 남았는데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하나 고민이 됐다. 

횡단열차를 먼저 탔던 승환이가 버거킹 사거리에 있는 건물 지하에 가면 식료품 매장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 좀 이따 급하게 찾을 바에야 있는걸 내 눈으로 미리 확인하는게 마음이 편하다. 

여기 지하 1층에 꽤나 큰 마트가 하나 있는데 Fresh25다. 24시간 운영을 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듯 하다.

 마트가 있다는 것만 확인하고 비바람을 뚫으며 독수리 전망대까지 가기로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안 보고 가기엔 너무 아쉬울 것 같아 걸어왔는데 진짜 바람이 너무 심해서 우비가 계속 뒤집혔다. 이 정도 바람이면 우비가 찢어질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었다.

독수리 전망대 오는 길에 이걸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니 결국엔 도착하게 되었다. 내가 왔을 땐 정말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그렇게 도착하게 된 독수리 전망대. 비바람을 뚫고 오니까 기분이 참 묘했다. 내가 생각했던 모습을 봐서 좋기도 하고 볼만한게 이거 밖에 없나 싶어서 조금은 실망하기도 했다.

올라갔을 땐 혼자 있었는데 사실 이런 비바람에 누가 오나 싶었다. 근데 내려가는 길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 분들이 올라오시더라.

이 비바람을 뚫고 다시 시가지까지 걸어갈 생각이 안 들었다. 진짜 이 비를 맞으며 아르바트 거리까지 갔다간 감기에 걸릴듯 했다. 

독수리 전망대 앞에서 68번 버스가 아르바트 거리 주변까지 간단 정보를 보고 기다렸는데 구글맵스의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지나가는걸 보고 여기서 기다렸다.

내가 68번 버스가 지나가는걸 봤기에 한참을 기다렸다가 너무 안와서 걸어가야겠다 하고 뒤를 돈 순간에 버스가 왔고 급하게 달려가서 버스를 탔다. 버스에 타고 나서 한국어가 보여서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버스를 여기서 다시 쓰는것 같았다.

전혀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한국어를 보니까 신기했다. 좀 둘러보니 차만 가져와서 버스를 러시아식으로 바꾼 것 같다.

버스비는 얼만지도 몰랐는데 눈치껏 써져있는 숫자 23을 보고 23루블을 내니 1루블을 가져가라고 해서 22루블을 두고 내렸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버스는 탄 후에 내리면서 요금을 내는 방식이다. 

버스 종점은 아까 봤던 마트가 있는 건물 앞이었고 이번엔 마트 구경을 잠시 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한국 제품들이 많이 들어와있었다.

러시아에서 즐기는 수입맥주 카스와 하이트.

이 건물 끝까지 올라가면 푸드코트가 있을 것 같아 올라가봤는데 역시나 식당가가 있었다.

피자, 햄버거를 파는 곳도 있었는데 어제 버거를 먹었으니 끌리지가 않았고 한국 음식을 파는 곳에서 제육볶음을 시켜먹었는데 맛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저녁까지 먹어도 아직 열차 시간까지는 대략 6~7시간 정도가 남아있었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아이맥스 영화관이 있다기에 한번 구경가봤다. 

여행 중에 영화를 보는 재미는 친한 동생인 하정이를 보고 배웠다. 처음에는 알아 듣지도 못하는걸 왜 보나 싶었는데 한 두번 보니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넘친다.

OKEAH 라고 되어있는데 아마 오케안으로 읽을 듯 하다. 아이맥스관이 한 개 있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어벤져스 : 인피티니 워를 아이맥스로 상영하고 있었다.

영화는 뭘 볼까 하다가 포스터 보이는 것 중에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봤다.

영화표를 구매할 때 좌석을 선택해야하는데 숫자를 러시아어로 말할 수가 없어서 사진을 찍은 후에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좌석을 고를 수 있었다.

우리나라 보다 영화표가 굉장히 작게 나오고 입장할 때 윗부분을 뜯는다. 영화 한편 가격은 310루블로 한국돈으로 대략 6천원 정도다.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이럴 수가, 한국에서는 정말 틀어줘도 안 보는 공포영화였다. 공포라기보단 잔인한 영화였는데 한국에서 이 영화 예고편을 본 적이 있었다.
보면서 이런걸 도대체 누가 보냐고 했는데 내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돈 주고 보게 되었다. 

러시아 영화관의 분위기는 좀 신기했다. 사람들이 떠들면서 보기도 하고 잔인한 장면에서 어이가 없는지 웃기도 하더라.

영화를 보고 나오니 대략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열차 출발까지는 1시간 반 정도가 남아서 이제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마트를 구경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제품들이 많이 들어와있다. 초코파이 같은 경우는 정말 많이 팔리는 듯 하다. 

한국에서도 먹을걸 많이 들고왔는데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이것 저것 많이 구매해버렸다. 이 땐 부족할 줄 알았는데 글을 쓰는 지금은 오히려 넘쳐나서 문제다.

모스크바에 도착해서도 한동안은 이 식량을 해치워야겠다.

마트에서 장도 보고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다시 와서 짐을 찾고 열차 탈 준비를 했다.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후 6시 23분 열차니 블라디보스토크에선 새벽 1시 23분에 출발한다. 기차 시간은 무조건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표시된다.

열차 플랫폼까지 내려오니 횡단열차를 탄단 실감이 좀 났다. 다소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는 차장 누나들 때문에 타기 전부터 좀 쫄았다.

드디어 6일 17시간의 횡단열차 여행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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