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 했던 베니스의 가면축제가 끝나서 그런지 어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어제 본섬을 같이 여행했던 한희누나와 무라노섬과 부라노섬도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 9시 좀 넘어서 만나기로 했는데 누나가 제 시간에 보이지 않았다. 누나는 이 날 오후에 자그레브로 넘어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고 체크아웃을 마치고 오느냐고 좀 늦는다 했다.
기다리면서 정류장 앞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 가서 카푸치노와 연어 샌드위치를 하나 시켰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전혀 기대안했는데 꽤 괜찮은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샌드위치와 커피 한잔을 3.5유로 주고 먹었다.
무라노섬으로 들어가는 수상버스는 3번, 4.1번, 12번, 13번 4개 노선이 들어가는데 우리는 12번이나 13번을 타고 들어가기로 했다.
F.te Nove의 "D" 정류장에서 무라노섬으로 가는 수상버스가 있다. (구글맵스 위치)
베니스 로마 광장에서 출발할 생각이라면 P.le Roma "E" 정류장에서 3번 버스를 타면 된다.
무라노섬은 본섬에서 간다면 대략 10분 정도가 걸린다. 거리가 얼마 안돼서 수상버스에 탑승만 한다면 금방 갈 수 있지만 무라노섬과 부라노섬은 워낙 가는 사람들이 많기에 한번에 못탈 수도 있다.
무라노섬은 섬 자체가 유리공예로 특화되어있는 섬이다. 거리마다 유리로 만든 조각품들이 많고 유리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무라노섬이라는게 하나의 섬으로 다 붙어있는게 아니라 여러 개의 섬이 나뉘어져있지만 다리로 연결되어있다. 이처럼 무라노섬 한 가운데에는 바닷물이 흐르고 있다.
무라노섬에는 이렇게 유리 공예를 볼 수 있는 공방이 있다. 뜨겁게 달궈진 액체 상태의 유리를 불어서 모양을 잡는 과정들을 보여주는데 가이드 투어로 진행이 되고 간단한 영어로 설명을 해준다.
유리 공방 앞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한국인 가족을 만났는데 부라노섬 가는 방법을 물어보셨다. 이래저래 잘 답변해드렸는데 누나와 나를 보고 혹시 신혼여행 오셨냐고 하길래, "아뇨.. 베니스에서 처음 만난 사이인데요.." 하는 모두에게 민망한 해프닝도 있었다.
여기저기 사진 찍고 싶은 곳이 많다. 딱히 여기서 무엇을 사야겠단 생각은 없었는데 누나가 무라노섬에서 유리 공예로 만든 시계를 사고 싶단 얘기를 해서 상점 여러 군데를 들려봤다. 시계 가격은 대략 15유로에서 20유로 정도 선으로 기억한다.
무라노섬은 간단하게 둘러볼만 했다. 유리공예품은 아직 여행이 좀 남아있었기에 딱히 사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괜히 캐리어에 넣고 다니다가 깨지면 깨지는대로 스트레스 받고 돈도 날리기 때문이다. 열심히 눈으로만 담아왔다.
무라노섬에서도 마트 구경을 했다. 물건이 배를 타고 들어와야해서 그런지 물가는 본섬보다도 더 비싼편이었다. 여기서 누텔라 비 레디라는 페레로의 과자를 처음 만났는데 이거 진짜 너무 맛있어서 놀랄 정도였다. 누텔라 과자중에 이게 최고였는데 이탈리아에서 본게 마지막이었고 한국에선 볼 수 없었다.
무라노섬을 본 후에 부라노섬으로 이동했다. 무라노섬에서 부라노섬으로 이동하려면 12번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한다. 부라노섬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두근거리는 일이었는데 왜냐하면 아이유 하루끝 뮤직비디오에 나온 곳이 부라노섬이었기 때문이다.
부라노 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처음에는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지만 아이유 뮤직비디오에 나왔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약간 성지순례하는 기분이 들었다.
무라노 섬은 유리 공예품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는게 재밌었다면 부라노섬은 골목 골목 알록 달록한 집들을 보는게 재밌었다. 다만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피해를 끼치지 않게 다녀야한다.
부라노섬은 섬에서 어떤 재밌는걸 본다기 보다 걸어다니다가 멈춰서 사진 찍고 또 괜찮아 보이는 곳 있으면 사진찍고 하는게 이곳에서 하는 전부였다. 돌아다니기 재밌다는 느낌보다 신기한 기분이 더 컸다.
약간 이런건 컨셉 같기도 했다. 어쩜 저렇게 집 색깔에 맞춰서 빨래도 널어놓을 생각을 했는지 참 보는 사람이 기분 좋아지는 풍경이었다.
이래저래 사진을 찍고 재밌게 돌아다녔는데 막상 사족을 붙히려고 하면 특별한게 없는 동네다. 알록달록한 집들이 있다, 재밌다, 사진찍기 좋다 이런거 밖에 느껴지는게 없었다. 한번은 재밌었는데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은 안드는 곳이었다.
부라노섬에 들어갈 때가 1시 반 정도였는데 나오는 시간표를 보니 2시 반에 나가는 수상버스가 한 대 있었다. 딱 한시간 동안만 둘러보고 다시 버스를 타러 오기로 했었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서 부라노섬을 빠져나왔다.
수상버스를 타고 베니스 본섬에 도착하면서 누나와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베니스 본섬 구경을 더 할 생각이었고 누나는 네시 반이었나, 로마광장에서 자그레브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리 갔어야했다.
베니스가 수중 도시인것이 참 운치있고 좋아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생각보다 심한 악취가 느껴진다. 베니스는 이 도시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다 바다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이런 골목에서 곤돌라를 타는게 썩 유쾌하기만한 경험은 아니다.
다시 혼자하는 여행이 되었다. 일단 산 마르코 광장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미루고 미뤄두었던 산 마르코 대성당에 가기로 했다.
베니스는 중세 시대에 굉장히 잘 사는 나라 중에 하나였다. 베니스의 상인이란 말도 있듯이 무역국가로써 굉장한 부를 축적하고 있었는데, 4차 십자군 전쟁도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지원을 해서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게 되는데 이곳을 점령한 이유는 바로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하기아 소피아 성당이 있는 터키 이스탄불 지역이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엄청나게 부를 축적하고 있던 나라였고 산 마르코 대성당 역시 내부, 외부에 금장을 칠하면서 굉장히 호화롭게 성당을 꾸몄다. 금장에 그려진 그림들은 대부분 성경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건데, 스테인드글라스에도 성경의 이야기가 그려진 이유는 바로 문맹인 사람들에게도 성경의 내용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산 마르코 대성당의 돔 부분에 그려진 장식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역시 성당에 들어간 김에 잠시 기도를 드리고 나왔다.
베네치아 사육제(가면축제)는 끝났지만 산 마르코 광장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베네치아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샌드위치 피자 롤을 보고 하나 사먹어봤는데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나름대로 안에 채소나 치즈도 푸짐하게 들어가있었고, 가격은 4.5유로였다. 한국 물가 생각하면 터무니 없이 비싸긴 하지만 여기는 관광도시 베니스니 어쩔 수 없었다.
베니스 본섬도 역시 하나의 섬으로 이루어진게 아니라 여러 개의 섬이 서로 이어져있는건데 베네스의 지도를 보면 중간에 S자 모양으로 물길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이 물길이 베니스의 운하인 카날 그란데인데 이곳에 놓인 최초의 다리가 사진에 나오는 리알토 다리다.
리알토 다리 운하를 구경하고 있으면 곤돌라나 수상택시도 많이 지나가고 수상버스들도 많이 지나간다. 부모님이 유럽 여행 다녀오셨을 때 이 다리 밑에 있는 카페에서 맥주 한잔을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잠시 다리에서 구경만 하고 지나갔다.
리알토 다리에는 보행로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서있다. 다리가 보행로의 역할만 하는게 아니라 아케이드 형식의 상점 역할도 했다. 리알토 다리에 들어와있는 상점들은 대부분 고가 브랜드가 들어가있었다. 보석이나 향수, 유리공예 판매점 등 잠시만 구경하고 지나갈법한 상품들이 많았다.
베니스에 도착해서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맛있는 젤라또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젤라또 하나 때문에 이탈리아란 나라가 참 좋아지기 시작했다. 산딸기맛 젤라또였는데 정말 한 입 베어물면 진짜 산딸기를 먹는 듯한 상큼함이 입안에 가득해진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을 때 즈음 베니스 본섬에서 나오기로 했다. 내일은 피렌체로 넘어가는 날이었는데 메스트레 역에서 아침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기차를 타야했고 일찍 들어가서 쉴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베니스의 모습이었다.
메스트레 지역에 도착해서 Coop에 들렸다. Coop은 동네에 있는 조금 큰 마트인데 이탈리아 전역에서 많이 보였다. 한희누나 덕분에 여행다니면서 마트 구경을 가보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마트에서 군것질 거리와 저녁과 함께 먹을 와인을 하나 사서 숙소로 걸어갔다.
세비야에서 트램을 처음 봤었는데 베니스 지역이 아닌 메스트레 지역에는 노상 트램이 다닌다. 다음날 아침에도 여기서 트램을 타고 메스트레 역까지 갔다.
Camping Village Jolly 호스텔 주변에 Al calesse 라는 피자집이 있는데 종류도 엄청 다양하고 굉장히 맛있었다. 이 호스텔을 가는 사람이라면 한끼 식사로 한번 들려보길 추천한다. 첫 날에는 마르게리타 피자(8유로)를 시켜보고 오늘은 고르곤졸라 양파 피자(7유로)를 시켰는데 가격도 꽤 저렴하고 맛있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도시였고 또 좋은 사람과 여행을 하게 되어 즐거웠던 추억을 담게된 베니스에서의 일정도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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