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했던 과제 중에 무척이나 재밌게 했던 과제가 있어서 건축이야기에 올려본다. 평소 올리는 포스팅에 비하면 글이 좀 많을 예정이다.
(혹시나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 학교 후배들이 있다면 그냥 참고만..)
1960년에 나온 미국의 도시 이론가 케빈린치의 도시의 이미지 [Kevin Lynch - The Image of the city]는 보스턴, 뉴저지, LA를 5년 동안 관찰하면서 도시의 정보를 어떤 식으로 관측하고 그걸 Mental Map으로 만드는데 어떻게 쓰이는지 연구한 책이다.
여기서 Mental Map은 말 그대로 실제의 지도가 아닌 사람이 인식하는 머릿 속의 지도다.
Source :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shadow-boxing/201601/mental-maps-and-cognitive-gaps
거리, 위치와는 상관 없이 정말 머릿 속에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Mental Map을 만드는 주변환경 중에 5가지 기본 요소를 가지고 만든다는 것이 케빈 린치의 결론이었다.
5가지 기본 요소는 - Paths, Edges, Districts, Nodes, Landmarks
<남산에서 북쪽으로 - 북촌한옥마을까지 걸어다니고 만든 이미지맵>
학교에서의 과제는, 세 구역 중에 교수님이 학생마다 하나씩 지정해주고 돌아다닌 후에 Mental Map(이미지맵)을 만드는 과제였는데 나는 남산에서 북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남산에 올라가면 내려가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국립극장, 장충동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하나는 남산도서관, 안중근 의사 기념관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5가지 요소 중에 PATH는 말 그대로 길을 의미한다.
Path는 거리, 보도, 산책로, 철도 등등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길을 의미한다. 이런 길은 공간과 공간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EDGES는 경계를 의미한다. 근데 이 경계가 실제로 있는 경계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세운 경계일 수 있다.
벽이나 건물이나 해안선, 육교 등등 EDGE의 요소는 다양하다.
나는 서울의 EDGES는 남산길에 있는 성벽도 EDGE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청계천 역시 WATER EDGE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딱 이렇다! 하고 정해진 답은 없다.
DISTRICTS는 구역이다. 아주 작은 단위가 아니라 중간에서 큰 단위까지 2차원으로 형성된 구역을 이야기 하는데, 이 구역안에는 각각의 요소가 들어갈 수도 있고 나올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DISTRICTS는 그냥 구역으로 치는 것이 아니고 구성 요소간의 성격에 공통점이 존재해야한다.
내가 세운 DISTRICTS는 일단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존재만으로 그 구역이 DISTRICT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청계천 주변 상가들과 남대문시장. 시장 역시 시장에 모여있는 상점들이 하나의 DISTRICT였다.
삼청동과 북촌한옥마을, 창덕궁과 종묘가 모여있는 곳들이 역시 내가 느낀 DISTRICT였다.
NODES는 도시나 이웃, 구역 중에 중심이 되는 점, 초점이 가는 곳을 얘기한다. NODES는 사람들에게 다른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솔직히 난 NODES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서울이란 도시에서 NODES가 어떤 것인지 생각할 때 사람들이 많이 가는 지역, 차들이 많이 움직이는 곳이 NODES라고 생각했다.
장충체육관 앞, 흥인지문과 DDP와 청계천이 만나는 지점, 광화문 광장과 교보타워가 만나는 곳, 숭례문과 남대문시장 앞이 내가 생각하는 NODES였다.
LANDMARKS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은데, 말 그대로 랜드마크다.
서울에 있는 랜드마크 서울N타워를 제외하고 내가 생각했던 곳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광화문 광장, 종로타워, 쌈지길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종로타워는 랜드마크로 보기엔 좀 힘들듯 하다.
종로타워가 우리나라에 지어진 최악의 건축물 3위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종로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도시적 이미지와 너무 다른 건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했던 대학교 과제 중에 가장 재밌는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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