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피렌체 근교, 중세도시 시에나 당일치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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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를 들리면서 사람들은 근교도시 여행으로 피사를 가장 많이 간다. 피사의 사탑을 모르는 거의 없으니, 가서 피사의 사탑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오곤 하는데 피사는 왠지 끌리지가 않았다. 피사를 안가면 어디를 갈까 하다가 피렌체의 근교도시인 시에나를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제 저녁을 먹은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앞에 있는 맥도날드를 지나가는데 초코 크로아상을 판다는 포스터를 보게 되었고, 슈퍼에서 사온 다농 요거트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에 있는 무인 기계에서 시에나 가는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영어로 Siena를 찾으면 되니 어렵진 않았고 레지오날레 티켓의 편도 가격은 8.7유로였다.  



시에나까지는 대략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가 걸린다. 시에나의 첫 인상은 흐린 날씨 때문인지 굉장히 우중충했다. 



 시에나는 중세시대에 피렌체와 더불어 이탈리아에서 번성했던 도시 국가 중 하나였다. 시에나는 피렌체와 자웅을 겨룰 정도였으나 이곳을 강타한 흑사병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고 시에나 공화국의 쇠퇴도 시작되었다고 한다.  



 시에나역에 내리자마자 시에나의 중심인 캄포 광장으로 걸어왔다. 피렌체 보다 워낙 일찍 국가가 망해서 그런지 중세도시의 느낌이 잘 보존되어있는 피렌체보다 훨씬 더 옛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도시다. 



시에나 캄포 광장에 있는 가이아 분수이다. 가이아 분수에는 시에나의 상징인 늑대 조각상이 있는데, 로마 제국을 세웠다는 로물로스와 레무스 형제 중에 레무스의 아들 세니우스와 아스키우스가 시에나를 세우면서 늑대상을 가져왔고 이곳의 상징은 늑대가 되었다고 한다. 



 유럽에 광장이 굉장히 부럽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중세 도시에서 광장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도시 설계 자체가 광장으로 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도시 설계를 할 때 광장을 만들고 거기서부터 길이 뻗어 나가면서 건물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모든 길은 광장으로 통할 수 밖에 없고 사람들 역시 길을 따라가다보면 광장을 만나고 거기서 모이게 되는 것이다. 


시에나의 광장 캄포 광장은 좀 더 특별히 계획 되어있는 곳인데 광장이 평평하게 만들어져있는게 아니라 살짝 경사가 있어서 푸블리코 궁전을 향해 기울어져있다. 이렇게 기울어진 광장은 사람들이 머무르기도 편안한 느낌을 들게 하며 중심되는 건물 쪽으로 (궁전) 자연스럽게 집중이 되도록 한다. 이런 광장의 특징은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 앞에 있는 스트라빈스키 광장에서도 적용되었다.



 광장이 도시 계획의 중심이 되었으니 당연히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이 있고 현재에 와서 그 건물들의 1층은 대부분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식당에서 피자를 하나 시켜먹었는데 맛은 그냥 평범했다. 



 캄포 광장에 우뚝 서있는 이 곳은 만지아 종탑인데 10유로의 입장료가 있다. 좁은 통로에 계단도 많아서 올라가는데 꽤나 힘들어서 다 올라갔을 때 즈음엔 숨을 크게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만지아 종탑에 올라와서 이런 경치가 딱 보이는 순간 올라오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싹 사라졌다. 



시에나는 피렌체와 같은 중세도시라고 하지만 확실히 더 옛날 같은 느낌이 있다. 피렌체 건물들의 지붕은 브루넬레스키의 돔에 쓰인 벽돌처럼 약간 붉은 색을 띄고 있었는데 이곳은 벽부터 시작해서 지붕까지 흙의 느낌이 들어갔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느꼈던 기분이랑 비슷했다. 약간 세련되거나 깔끔한 느낌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 시에나에서 풍겨왔다. 그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흰색의 시에나 대성당은 크기든 외관이든 더 눈에 부각된다. 



 피렌체에 비하면 시에나는 관광객이 많이 없는 도시였고 만지아 종탑에 와서도 마주친 관광객은 대략 세 명 정도 됐다. 그 중 한명이 사진을 찍어줬다.



 캄포 광장에서 시작된 살짝 기울어져 있는 경사가 광장에서 이어진 길 까지 연결되었다. 수상도시 베니스, 중세도시 피렌체하고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시에나였다. 



 시에나 대성당은 외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흰색과 검정색 두 가지 색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했는데 이는 시에나 공화국의 상징색인 흰색과 검정색을 따온 것이다.  



 피렌체 대성당 같은 경우는 흰색, 붉은색, 초록색 대리석을 쓴 반면에 내부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시에나 대성당은 외관부터 시작해서 내부 공간까지 흰색과 검정색을 중심으로 통일되게 디자인이 되었다.



 기둥까지 완벽하게 외관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계획이 되었다. 성당 건축에 관한 얘기를 좀 하자면 성당에 들어오자마자 굉장히 높은 층고 때문에 새로운 공간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드는데 십자가가 있는 중심되는 공간은 더 높게 설계를 하였다. 성당에서 가장 중심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의 위계를 이런식으로 설정한 것이다.


 성당은 걸려있는 십자가만 있는게 아니라 성당 자체의 평면도 십자가 모양이다. 그 십자가가 교차하고 있는 부분이 성당에서 가장 큰 돔이 올라가는 공간이다. 



 이탈리아에 있는 도시들의 이름과 상징인 것 같은데 가운데에 있는 시에나에는 늑대 젖을 먹고 자랐다는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이런식으로 중심되는 공간의 층고가 가장 높게 만들어져서 더 숭고한 느낌을 들게 만든다. 



 시에나 대성당을 본 이후에는 다시 걸어서 시에나 역까지 갔다. 시에나 자체가 규모가 큰 도시가 아니라 역에서 시에나 역사지구까지 충분히 걸어갈 수 있다. 시에나 역사 지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있다.



흑사병으로 많은 인구가 죽게되어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시에나는 도시의 느낌도 다소 무거웠고 이 날 날씨 또한 우중충해서 그런 기분이 더 들었다.



 이탈리아 여행하면서 느낀건 길거리에 그래피티가 참 많이 그려져있단 거였는데 이렇게 기차에다가 해놓은건 처음 봤다. 기차에 해놓아도 지우질 않고 그대로 운행하고 있었다. 어차피 지워도 다시 그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건지..



아침 일찍 시에나로 출발했는데 편도로 두 시간이 걸리는 곳이라 그런지 피렌체에 돌아오니 해는 이미 다 넘어가고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피렌체에는 자자의 티본 스테이크가 유명한데 가보고 싶어도 혼자 가기 애매한 레스토랑이라 동행을 구할까 했는데 유로스타에서 만난 형주랑 피렌체에서 다시 만났다. 알고보니 형주는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가기로 했었고 그 자리에 내가 끼게 되어 저녁을 먹고 왔다. 오랜만에 많은 한국인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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