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파리 여행하면서 좋았던 곳만 다시 갔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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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 유로스타에서 만났던 형주가 다음 목적지로 기차를 타고 간다기에 진숙누나와 같이 만나기로 했다. 형주는 한시 정도에 파리 동역에서 유레일을 처음 개시한다고 했다. 그 전까지는 첫 날에 갔던 사크레쾨르 대성당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몽마르트 언덕의 사크레쾨르 대성당까지는 숙소에서 걸어서 금방이었다. 딱 여기까지가 사진 찍기 좋은 위치인데 그 이유는 여기서 계단 쪽으로만 가도 흑인들이 길목을 막고 팔찌를 강매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는 흑인들이 날 붙잡는다는거에 재미가 들려서 당당하게 그들 앞으로 걸어갔는데 역시나 한 명이 내 팔을 딱 잡으려고 했고 나는 그 사람을 밀치며 가려했는데 쉽게 놓질 않았다. 내가 계속 거부를 하자 다른 한명이 그에게 "Leave him."이라는 한마디를 하자 내 팔을 놨다. 



 사크레쾨르 성당은 낮에 와도 정말 좋았다. 오늘은 정말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성당 내에서 1유로를 주고 엽서를 하나 사서 성당 앞 계단에 앉아 파리의 경치를 보며 여자친구에게 엽서를 썼다. 사실 여행 시작할 땐 엽서 쓸 생각이 없었는데 현재형이 여자친구한테는 뭐 하고 있냐고 물어봐서 그 때부터 최소 하루에 하나씩은 쓰기 시작했다.  



사크레쾨르 대성당에서 내려와 Abbesses 역 방향으로 걸어가다보면 나름 유명한 곳인 사랑해 벽이 나온다. 말 그대로 전 세계의 언어로 "사랑해"가 써져있는 벽이다. 



나도 온 김에 인증샷을 찍으려고 찍었는데 이 때 꽤나 피곤했던 것 같다. 사진만 봐도 얼굴에 졸리다는 느낌이 든다.  



 아까 숙소에서 나와서 성당 가는 길에 있는 빵집을 하나 봐뒀는데, 정말 너무 맛있어 보여서 안 먹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딸기타르트를 3유로 주고 하나 사봤는데 진심 너무 맛있어서 까무러칠 정도였다. 프랑스가 제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나가다가 본 빵집이 이렇게 맛있을거란 생각은 못했다. 



파리 동역에서 형주를 보내고 진숙누나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진숙누나는 여행지를 가기 전에 그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본다고 했는데, 여기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나온 식당이고 헤밍웨이의 단골집이라는 얘기를 해줬다.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쉬, 디저트까지 나오는 3코스를 시켰다. 



점심 3코스 요리를 22유로에 먹을 수 있는데, 이 때 메인 디쉬로 뵈프 부르기뇽을 먹었지만 사진을 안 찍었다. 그리고 후식으로 고를 수 있는 레몬 타르트가 너무 맛있었다. 진짜 빵이나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프랑스에 온 순간 눈이 돌아갈 것이다. 맛있게 잘 먹었고 나오면서 1유로를 팁으로 두고 나왔다. 



 폴리도르에서 점심을 먹고 나선 진숙누나와 무엇을 할까 고민 하다가 누나는 뮤지엄 패스를 가지고 있기도 했고, 나도 건축학과 국제학생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르세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물론 나는 어제도 오르세 미술관에 왔지만 그 감동이 아직 가시질 않아서 한번 더 왔고 충분히 만족을 했다.



 오르세 미술관에 들어와서는 따로 관람을 하고 나중에 만나기로 했다. 미술관의 최상층에서 찍은 사진인데 멀리 몽마르트 언덕 위에 있는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보였다. 정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오르세 미술관을 천천히 관람하고 폐장 시간이 되기 전에 나오니 밖은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다. 콩코르트 광장 건너편에서 에펠탑을 바라보고 찍었는데 이 날 하늘이 너무 이뻤다. 이런 광경을 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동이었다. 



 오르세 미술관을 본 다음에는 개선문으로 야경을 보러 가기로 했다. 사실 개선문에서의 야경은 조금 밋밋한 느낌이 드는게 개선문 위에 있기 때문에 개선문이 안 보인다. 개선문의 전망대로 가기 위해선 여지 없이 한참 늘어나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했다.  



 점심에는 폴리도르를 먹고 저녁에는 맥도날드로 오게 되었다. 개선문 주변의 샹젤리제 거리에서 갈만한 식당이 딱히 안 보였는데 맥도날드가 너무 눈에 잘 띄어 있었다. 그리고 난 한국에서도 맥도날드를 워낙 사랑하는 사람이라 외국의 맥도날드는 어떤지 한번 구경 가보고 싶었다.



 맛은 프랜차이즈라 그런지 평범했다. 최소한 실패하지 않는다는게 맥도날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빅맥세트하고 파르페를 시켜봤는데 가격은 한국 물가에 비하면 비싼 편이었다. 이렇게 먹고 10.6유로가 나왔다. 



 처음에 프랑스에 들어오면서 10인실을 예약하고 3인실을 받았다고 했는데, 사람이 없는 방에서 혼자 자려니까 혼잣말도 하게 되고 꽤나 외로웠었다. 이 날 진숙누나와 헤어지고 숙소에 돌아와 방에 돌아왔는데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처음에 인사하고 Where are you from? 이라고 물었는데 한국 사람이었다. 이 친구는 유럽으로 맥주투어를 왔다면서 프랑스로 인 아웃을 하는 계획을 잡았고, 맥주로 유명한 벨기에랑 독일, 체코만 여행한 후에 이제 다시 한국으로 가기 위해 파리에 왔다고 했다.  


 방에 한국인 친구가 있는게 참 반가웠다. 호스텔에서 맥주나 마시자면서 주변 슈퍼에 갔고 나는 하늘색 호가든을 하나 집어왔다. 로비에서 그 친구와 맥주를 마셨는데 한 모금 마시고 내가 먹던 호가든 맛이 아님을 느낀 순간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 난다. "맛이 참 화사하죠?"


 이 날 로비에 있던 미국인 애들이랑 간단히 얘기하면서 좀 놀다가 걔네들이 우리랑 밖에 나가서 놀자고 해서 따라나갔는데 같이 따라나온 한국인 친구가 그냥 호스텔로 돌아가자고 해서 호스텔 방에서 둘이 얘기를 하다가 새벽 한시 정도에 잤다. 그 동안 자면서 조금 외로웠는데 오늘은 기분 좋게 잘 수 있었다. 연락처도 교환하지 않았고 그 흔한 셀카 하나 찍지 않아서 슬프지만 이 친구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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