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우다이푸르, 정말 인도 같지 않은 도시의 첫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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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다이푸르의 시티팰리스를 구경하고 맡겨뒀던 배낭을 찾으러 The Journey Hostel로 돌아가게 되었다. Booking.com을 찾아보니 그래도 가격대가 괜찮은 호스텔이 많이 보여서 한번 둘러보려고 했다. 바라나시에서는 핸드폰 앱도 키지 않고 여러 숙소를 들락날락 하면서 시설을 보고 가격을 물어봤는데 우다이푸르는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이 몰려있지도 않고 날씨가 더워서 핸드폰으로 해결 할 수 있으면 그냥 해결하고 싶었다. 



 뉴델리에서 봤던 인도의 느낌과 우다이푸르에서 봤던 인도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확실히 길거리가 깨끗한 느낌이 들고 어찌보면 관광지 느낌도 살짝 나곤한다. 관광지보다는 휴양지의 느낌이 더 강하다. 다시 저니 호스텔로 돌아오니 매우 기쁜 소식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숙소에 예약을 했던 사람 중에 한 명이 갑자기 취소를 하게 되어서 한 자리가 비게 되었고 그 자리에 내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하룻밤을 잔 후에는 방을 옮겨야하는데 괜찮냐고 물어봤고 그 정도는 당연히 괜찮다고 답했다. 그렇게 저니 호스텔에 묵을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한 건 샤워였다. 애초에 바라나시에서 떠났던 날 아침에 씻고 나온게 마지막인데 벌써 2일하고도 반나절 정도는 못 씻은 채로 다녔다. 딱히 샤워할 만한 곳도 없어서 씻질 못했는데 신경 쓰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 것 같고 나도 찝찝한거 말고는 크게 불편한게 없어서 그냥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선 저녁까지 숙소에서 가만히 쉬었다. 정말 그냥 쉬고 싶었다. 나는 인도여행 하는 동안 정보 공유도 할 겸 인도여행 오픈톡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거기서 한 분이 우다이푸르에서 저녁 먹으실 분 있냐고 얘기를 했다. 나도 마침 우다이푸르에 있었고 저녁을 먹기도 해야돼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은 채팅방에서 가장 핫하던 우다이푸르의 드림헤븐에 가기로 했다. 드림헤븐은 피촐라 호수의 다리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우다이푸르 드림헤븐의 위치(Udaipur Dream Heaven)

다리를 건너서 길을 따라오다가 오른쪽을 보면 살짝 올라가는 경사로가 보이는데 드림헤븐이라고 써져있는 건물 옥상까지 올라가야한다. 


 이 날 저녁을 같이 먹게된 준영형님은 원래는 친누나와 같이 여행을 오셨는데 누나분은 일이 생겨서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이 때가 혼자가 된 첫 번째 날이라고 하셨다.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이직을 하면서 남은 기간에 여행을 오셨다고 했다. 



 사실 이 때 치킨시즐러와 버터치킨을 시키려고 했는데 치킨시즐러가 생각이 안났다. 버터치킨 하나와 난을 주문 했고 역시 인도여행에서 킹피셔가 빠질 수 없다. 시원한 킹피셔도 하나 시켜서 나눠마셨다. 근데 이 버터치킨 너무 맛있다. 인도에서 먹었던 인도 음식 중에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바로 이 버터치킨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중간에도 군침이 돈다. 이렇게 먹고도 한국돈으로 만원이 채 안나온다. 



 드림헤븐이 너무 좋았던 이유는 루프탑에서 보는 뷰가 너무 아름다웠다. 이런 곳에서 저녁을 먹으면 정말 맛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저녁 해가 질 즈음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가장 좋은 시간에 왔다고 생각한다.  



옆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찍어드렸는데 고맙다면서 우리도 찍어주냐고 물어보셨다. 그 말을 듣곤 우리도 사진을 찍어달란 부탁을 했고 형님이 들고 다니던 카메라에 이 사진을 남겼다. 



 저녁 해가 완전히 지면 건물들에도 하나 둘 씩 불이 들어오고 시티팰리스에는 더 밝은 빛이 들어온다. 석양부터 시작해서 야경까지 너무나도 완벽했던 시간이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선 형님의 일정도 없었고 나 역시 별 다른 일정이 없었기에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우다이푸르를 구경해보기로 했다. 



 시티팰리스 가는 길에 있던 배스킨 라빈스에 들려봤다. 인도에서 배스킨라빈스를 만날거라곤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우리나라랑 시스템이 좀 달랐다. 일단 크키에 따라서 가격이 상이한건 똑같은데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Timeless, Favourite, Divine 이라는 그룹으로 나뉘어서 가격이 다르게 책정됐다. 나는 망고 아이스크림을 시켰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배스킨 라빈스에서 다른건 생각이 안나고 우리가 들어갔을 때 매우 뚱한 표정으로 우리를 마주하던 직원의 모습이 생각난다.



 배스킨 라빈스가 있는 오거리에는 꽤나 규모가 있는 힌두교 사원이 있는데 바로 사진에 보이는 잭디시 템플이다. 내부 구경하는건 무료로 가능한데 신발을 벗어놔야 하고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안된다. 형님과 나는 건물을 구경하면서 인도인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러 갔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기도랑 엄청 다른 느낌이었다. 악기 같은 걸 막 연주하면서 소리를 지르며 기도를 드리는데 우리가 그 주변까지 가니까 기도를 드리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갑자기 자리를 내어주면서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내가 먼저 대뜸 앉아서 그들과 같이 기도를 드리니까 형님도 무리에 같이 끼어서 같이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정말 신기하고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우리가 그 자리에 앉아있는걸 싫어하지도 않고 어색해하지도 않고 오히려 웃는 얼굴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여기서 기도를 드렸던 한 청년과 형님이 잠시 얘기를 하게 되었다. 청년은 하루 일을 끝내고 힌두교 사원에 와서 소리를 크게 내며 기도를 드리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사원밖으로 나와보니 거리가 꽤나 시끌벅적 했는데 바로 인도 결혼식의 퍼레이드가 있었다. 앞에 엄청 크게 노래를 틀며 가는 차 뒤로 사람들이 막 춤을 추면서 따라가고 그 뒤에 말을 탄 신랑이 따라가고 있었다. 


 

사원을 올라가는 계단에서 본 결혼식 행진의 모습이다.



 이 모습이 신기하고도 재밌어서 한참 동안 이 행렬을 따라 우리도 같이 걸었다. 대놓고 춤까지 추긴 그래서 적당히 몸을 흔들며 따라갔다. 그 뒤로 형님과 나는 목적지 없이 발길이 닿는대로 걸어다녔다. 쭉 길을 따라 걷다가 네팔 사람들의 전통 시장? 같은 곳을 발견해서 거기를 한 바퀴 둘러보는데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모와 닮아서 정말 깜짝 놀랐다. 나는 시장 안을 둘러보다가 양말을 하나 샀다.



 다시 우리 숙소 방향으로 걷고 있다가 나무 조각을 파는 공방을 발견했다. 다양한 나무 조각품들이 있었는데 난 거기서 부엉이 조각에 엄청 빠졌다. 살까 말까 고민을 엄청 하다가 결국 샀고 인도의 신 중에서 코끼리 머리를 가지고 있는 가네샤 조각도 하나 샀다. 가네샤는 인도에선 행운의 신으로 불린다. 가게에서 아저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한국인인 우리들이 방문한걸 굉장히 반가워하셨다. 나가기 전에 다 같이 사진도 하나 찍었다.



피촐라 호수 주변까지 다시 걸어와서 아까 드림헤븐에서 봤던 광장? 같은 곳으로 왔는데 아까는 시끌벅적 하더니 지금은 사람이 없었다. 거기에 남자 분이 한명 있었는데 준영형님은 한국인 같다며 자신이 말을 걸어보겠다 했고 역시 한국분이 맞았다. 한국인 남자분은 효준형님으로 부르게 되었는데 형님 역시 이직하는 기간 동안 인도에 여행을 오셨다고 했다.



 셋이 만나서 간단하게 얘기를 하다가 준영형님이 자기 숙소 위에 있는 루프탑 바에 가보자고 했다. 그래서 숙소가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내 호스텔 옆에 있는 호텔이었다. 많이 비싸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한국에서 묵는 가격 생각하면 이런 호텔도 묵을만 하다고 하셨다. 원래는 누나분과 같이 묵을 생각으로 예약을 했는데 형님 혼자 쓰게 되었다. 잠깐 방에 들려봤는데 확실히 시설이 좋긴 좋았다. 


 루프탑 바에 올라갔을 땐 조금은 날씨가 쌀쌀했다. 호숫가에 떡하니 자리 잡은 호텔이라 그런지 여기서 보는 야경이 너무 좋았다. 정말 분위기가 좋은 곳이라고 해야하나, 우다이푸르가 왜 휴양지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술하고 간단한 안주로 피자를 시켜놓고 형님들과 한참 수다를 떨었다. 사실 여행하면서 만난 인연들이라면 여행 얘기만 하는거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한국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어떤 주제로 말을 이어나갈지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여행에선 오히려 그런 걱정도 없기 때문에 더욱 쉽게 사람을 만나고 얘기하게 되는 것 같다. 나의 우다이푸르에서 첫 날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내 인도여행 자체가 짧긴 했지만 정말 인도 같지 않은 도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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