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동양인 관광객은 전혀 없었던 라트비아 마지막 도시 리예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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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6일차 (18. 5. 27)

제목에다가 "동양인 관광객은 전혀 없었던" 이름을 붙혀야만 했냐 물어보면 그게 내가 이 도시에 대해 느낀 감정이었다.

요즘이야 워낙 세계 어딜가도 한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동양인 친구들도 (물론 그들과 어울리며 노는 경우는 드물지만) 많이 만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는게 웃기긴 하지만 리예파야에서 느낀게 그랬다.

리예파야란 도시를 왜 갔냐면 유르말라 다음에 클라이페다를 가려고 했는데 내가 갈 날짜에 마땅한 숙소가 없었고, 비교적 클라이페다와 가까운 도시인 리예파야를 즉흥적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리가역에 돌아와서 리예파야 가는 기차를 찾아보니 하루에 한 대 오는데 저녁 6시 반에 왔다. 역에 갔을 때가 12시도 안됐을 때 인데 마냥 기다릴 순 없고 버스터미널로 가니 가는 버스가 있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예매를 해도 내 좌석 번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냥 있으면 있는대로 앉는다. 앞에 사람들 먼저 들어가게 하고 조금 여유있게 들어가려다가 하마터면 못 앉을뻔 했다.

리예파야에 도착하니 우중충한 날씨가 나를 반겼다. 관광객도 현지인도 발걸음이 얼마 없는 한적한 동네가 이곳의 첫 인상이었다. 그래도 여긴 발트해를 끼고 있는 도시라 현지인들 사이에선 휴양도시로 가는 곳이다. 

역시나 트램이 있었고 트램에는 리예파야 축구팀의 엠블럼이 그려져있었다. 숙소에 가서 TV를 틀어보고 느낀 점이지만 라트비아에선 축구도 꽤나 대중적인 스포츠 같았다. 

리예파야에 와서 짐을 풀고 도시를 둘러볼까 하는데 굉장히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이런 현대건축물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이곳은 콘서트홀로 지어진 건물인데 비교적 최근에 지어졌고 그것도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이었다. 꽤나 흥미로웠고 일요일(다음 날)에 가이드 투어를 한다는 직원의 얘기를 듣고 내일 오기로 했다. 

리예파야에 Darbnica Cafe 란 곳인데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평점이 좋아서 왔고, 안에도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버거 중에서 가장 비싼 버거를 시켰는데 꽤 맛있었다. 물론 가격도 싼 편이었고.

이 날 저녁엔 숙소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봤다. 사실 대한민국 국가대표 경기도 여행 중에 계속 챙겨보는 나였기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놓칠 수 없는 이벤트다. (응모 당첨됐으면 키예프가서 직관하는건데 유에파놈들..)

다음 날 오후 1시에 맞춰서 리예파야 콘서트 홀 가이드 투어를 왔다. 일요일 1시에만 투어를 하는데 일반인의 경우 2.5유로고 학생의 경우 1.5유로다.

투어는 기본적으로 라트비아어로 진행되고 궁금한 점이나 가이드 해주시는 분의 재량?에 따라 영어로도 말해주신다. 질문하는 거에 대해선 다 영어로 답변해주셨다. 이건 가이드 전에 미리 나눠주는 내용.

 리예파야의 콘서트 홀은 Great Amber 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직역하면 위대한 호박정도가 되려나.. 먹는 호박 말고 그 보석 호박이다. 그래서 건축물의 유리 색도 호박색으로 이루어져있다. 

정확히 창문이 호박색으로 이루어진건 아니고 이중 외피를 적용한 건물이다. 기본적으로 창문이 있고 하나 밖으로 호박색의 창문이 더 들어가게 된다. 

이곳은 콘서트 홀 중에서도 작은 규모의 콘서트홀인데 이렇게 피아노 연주회를 하거나 세미나나 발표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곳이라 했다. 사진을 유심히 보면 오른쪽 벽이 각져있는게 보이는데 콘서트 용도의 건물은 음향설계 때문에 저렇게 설계하곤 한다. 

Great Amber 에서 가장 보기 좋은 공간. Great Amber는 밤이 되면 더 아름다운데 내부에서 나오는 빛 덕분에 밖에서 보기엔 정말 호박처럼 빛나는 건물이 된다. 낮에는 위에 달려있는 반사판에 빛이 반사되어 내부를 밝혀준다. 

리예파야 Great Amber의 가장 주된 공간인 메인 콘서트홀. 대략 1000명 이상의 청중을 수용할 수 있다. 열심히 설명해주시고 있지만 라트비아어로 얘기하시니 알아들을 순 없고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내부는 대략 이런 느낌이 든다. 이렇게 호박색으로 한 이유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건축가의 디자인이란 얘기만 듣고 다른 얘기를 듣진 못했다. 발트 3국을 돌아다니면서 느낀거지만 Amber 호박 박물관도 있고 호박 파는 곳도 있는데 그래서 차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콘서트홀 위 쪽에서 바라본 모습. 이런 대규모 콘서트홀의 음향 설계는 음향설계 전문 회사에서 담당해서 진행한다.

Great Amber 에는 이렇게 경사로가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는 곳이다.

올라가면 이런 데크가 나오는데 경사로 뿐만 아니라 정문 쪽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와도 여기로 연결된다.

리예파야에선 평점 좋은 음식점만 갔었는데 이곳은 Red Sun Buffet다. 바쿠스란 술이 있어서 시켰는데 약간 스파클링 와인 느낌이 나는데 맛있었다.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사진을 보고 이 메뉴가 뭐냐고 물어보고 시켰는데 굉~장히 만족했다. 폭립을 시켰는데 옆에 같이 나온 감자튀김이나 야채까지 완벽했다. 일단 이 정도 플레이트가 나오는데도 물가가 싸서 먹을만 하다.

리예파야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져있는 곳에 있는 성 니콜라스 성당. 러시아 정교회 성당인데 러시아에서 봤던 성당들과 확실히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돔 부분은 금박으로 장식이 되어있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여기 들어오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말을 걸면서 일본에서 왔냐고 한국에서 왔냐고 말을 걸면서 막 친근하게 말을 걸더니 내가 성당을 보고 나왔을 땐 마지막에 조용히 2유로만 달라고 하는게 아닌가?

내가 돈이 얼마나 있다고.. 그것도 2유로나 달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이때부터 영어 못 알아듣는척 시전하고 무시하고 내 갈길을 갔다.  

꽤나 아름다운 성당이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러시아의 성당이 그러하듯 화려한 외관에 비해서 내부는 글쎄? 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있어 기도만 드리고 나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성당 주변엔 아파트 단지가 있다. 위치 자체가 굉장히 뜬금 없는 곳에 있다.

원래는 Northen Fort라는 곳 까지 걸어가볼 예정이었는데 버스도 없고 1시간 정도 걸어가야해서 그냥 안가고 주변 바닷가 구경을 하기로 했다.

바닷가엔 이렇게 방파제가 있는데 사람들 대부분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여기 무리 지어있던 꼬마애들 네 명 정도가 나한테 달라붙더니 돈을 달라고 하는게 아닌가?

여행하는 분들에게 정말 당부하는 얘기인데 어떤 경우에서라도 절대 아이들에게 돈을 줘선 안된다. 아이들이 구걸한거로 돈을 벌어오면 집에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계속 구걸을 시키기 때문에 그 아이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한다.  

하여튼 가볍게 무시하고 갈 길을 갔다. 못 알아 듣는척 하는게 그나마 제일 낫다. 얘네들도 못 알아들을테니 "무슨 소리 하는거야, 너네한테 줄 돈 없어" 하고 한국말로만 대답해줬다.  

방파제에서 낚시 하시는 분들. 옆에서 잠깐 구경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입질이 꽤나 오는 편이었다.

방파제 위에 걷고 있으니 해는 뜨거워도 바람이 너무 차게 느껴져서 바람막이를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이 때 바람 너무 많이 맞아서 약간 으슬으슬한 기분도 들기도 했다만..

결국에 생각하던 곳까지 걸어갈 생각은 없어졌고 너무 추워서 숙소에 돌아가기로 했다. 바닷가에서 추워서 나왔다만 바람 안 부니까 또 덥게 느껴지고..

리예파야란 도시는 외부 관광객들이 거의 없는 도시기 때문에 신기했던 곳이었다. 여행하면서 이곳 저곳에서 한국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여긴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도 안 보이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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