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라트비아 리가 근교도시 시굴다(Sigulda)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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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3일차 (2018. 5. 24) 


리가에서 4박을 지내면서 너무 느긋하게 보낸 것 같아 하루 정도는 근교 도시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리가 근교 여행을 갈만한 도시는 체시스, 유르말라, 시굴다 같은 도시가 있는데 하루를 빡빡하게 쓰면 체시스, 시굴다를 한번에 묶어서 볼 수도 있고 유르말라는 그냥 바닷가라 잠시 바람 쐰다는 생각으로 다녀올 만하다. 

이 때 리가에 있는 한국인 상원씨와 연락이 되어 간단하게 브런치라도 먹자는 얘기를 하고 만났다. 

Big Bad Bagels 라는 베이글 전문 서브웨이 스타일 처럼 메뉴를 고른 후에는 베이글 종류를 고르면 되더라. 난 고기류를 먹으면서 멕시칸 스타일로 살짝 매콤하다는 베이글을 시켰는데 맛있게 먹었다. 

상원씨가 생각보다 빨리 먹길래 나도 모르게 급하게 먹다가 조금은 체한 기분이 들긴 했다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원래는 체시스를 갈 생각이었는데 체시스까진 편도 2시간이라 4시간을 소모해야돼서 더 가까운 시굴다로 급 변경 했다. 시굴다는 리가에서 버스로 가는게 가장 좋은 선택이고 2.5유로에 갈 수 있었다.

리가에서 빌니우스로 넘어간 상원씨. 인스타로 소식을 접하고 있는데 이미 프라하까지 갔다가 또 다른 도시로 넘어갔다. 헤어지기 전에 사진 한장을 남겼다.

시굴다 가는 버스 티켓은 버스 기사님에게도 살 수 있다. 이 때 느낀건데 티켓에 나와있는 좌석은 의미가 없다. 그냥 아무 자리나 앉으면 된다.

대략 1시간 정도 가면 시굴다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한번 확인하고 정류장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니까 직원이 지도를 주면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시굴다에 왔으니 시굴다 성이 괜찮을 것 같아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시굴다 성의 모습. 사실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느낀건데 여기 완전 깡 시골이다. 명승지 같은 느낌이 전혀 안들고 무슨 공사를 해서 여기가 맞나 하는 생각으로 걸어들어왔다.

시굴다 성의 입장료는 학생 기준으로 1유로였다. 책자가 있냐고 물어보니까 책자는 따로 없고 규모가 작아서 길을 잃을 염려는 안해도 된단다. 시굴다 성이라기보다 정확히는 성터다. 왜냐하면..

음.. 이 정도가 여기서 볼 수 있는 전부다. 오는 길목에서도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성 내부도 공사를 하고 있었다. 좀 허탈하다고 해야하나, 여기까지 걸어온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기운이 빠졌다. 

성 자체가 보수를 해서 그런지 새로 지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딱히 느껴지는 감정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적당히 둘러보고 나왔다.

지나가다가 보이는 작은 성당에 들어가니 관리하시는 할머니가 나오셔서 둘러보라 하셨다. 기도만 드리고 나가려고 했는데 기부를 하고 위에 전망대에 올라갔다 가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이 주변에는 굳이 볼게 없단 생각이 들었고 너무 대놓고 기부를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서 1유로를 넣고 계단을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서 도대체 볼게 뭐가 있는지.. 아마 오늘 이 성당에 여기까지 올라온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성당 나오면서 사진 한장을 남기고 왔다. 대부분의 성당은 십자가를 모시는 곳을 (평면상으로 선이 교차 되는 곳) 가장 높게 계획하는데 여긴 앞에 종탑이 달려있는 형태였다.   

시굴다 성을 보고 나니 어딜 갈까 생각이 들다가 가우야 강쪽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넘어갈 수 있는데 왕복으로 12유로였고 시굴다 성에서 당한게 있어서 그냥 걸어서 강을 넘어가기로 했다. 

가우야 강가에 있는 다리. 시굴다 안내 책자에는 케이블카를 탔을 때 보이는 전경이 참 아름답게 보였지만 또 속긴 싫었다.

시굴다와 체시스는 가우야 국립공원에 속한 도시다. 가우야 국립공원은 가우야 강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국립공원인데 시굴다 보단 체시스 주변이 국립공원을 즐길만한 요소가 많다.

원래 케이블카 정류장 쪽으로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못 찾은건지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관광객은 당연히 없고 현지인들도 아무도 없었다.

지나가다가 길이 참 이뻐서 사진을 한장 남겼다. 삼각대를 두고 사진을 찍었는데 아직까지도 삼각대를 두고 내 사진을 찍는게 좀 민망하긴 하다.

결국에 어디까지 걸어갔냐면 라트비아에서 가장 큰 동굴이 있다기에 찾아갔다. 구트마니스 동굴인데 사랑의 동굴로도 불린다. 동굴에 연인들의 이름을 적었다는데 1600년대부터 이름을 적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곳에 글씨를 각인하는 것 자체가 금지 되어있다.

너무 기대가 컸을까, 라트비아에서 가장 큰 동굴이라길래 얼마나 클까 하면서 갔지만 내 생각보단 터무니 없이 작았다.

1961년, 1963년 등등 예전에 방문했던 사람들이 새겨놓은 글씨들이 많다. 당연히 어떤 명승지에 가도 글씨를 쓰거나 훼손을 하면 안되지만 여긴 애초에 그래서 유명해진 곳이다.

대충 이런 곳이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한명도 없다가 동굴 주변에 오니까 그나마 많아졌다.


동굴을 보고 나니 모든게 허무해졌다. 시굴다에 왜 왔나하는 근본적인 고민부터 하다가 돌아갈까 생각하며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었는데 애초에 버스도 안와서 투라이다 성까지만 걸어가보기로 했다. 

사랑의 동굴에서 투라이다 성까지 대략 20분 정도를 걸어야 갈 수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보니 투라이다 성 부분이 보였다. 여기서 올라가는 건 아니고 한참을 더 돌아가야한다.

사실 제대로 된 길이 아니라 쌩쌩 달리는 차 옆으로 걸어다녔다. 내가 걸어가는걸 보고 차들이 좀 더 왼쪽으로 달렸지만 이런 길에서 불안한건 어쩔 수 없다. 

투라이다 성에 들어오니 찝찝했던 기분이 뻥 뚫렸다. 리가로 돌아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야 좀 구경할 맛이 나기 시작했다.

투라이다성은 1214년에 지어져서 꽤나 오래된 성인데 이곳에 오기 가장 좋을 때는 단풍이 지는 가을이다. 40m의 망루에 올라가 가우야 강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화살 쏘는 체험도 있다면 역시나 돈을 받았다. 한발 쏘는데 0.5유로였나.. 여러 발 쏘면 더 싸게 해주는 것 같다만 이런 곳에 돈 쓰는건 내 취향은 아니다.

투라이다 성의 가장 메인 공간인 망루. 5개 층으로 대략 40m 정도 높이의 탑인데 여기서 보는 경치가 꽤 괜찮다. 확실히 단풍 드는 가을에 오면 기가막힐 듯 하다.

가우야 국립공원은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정말 갈까 말까 고민 하다가 투라이다 성까지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이거 안보고 갔으면 아마 시굴다 이야기는 쓸 의욕도 안나지 않았을까..

투라이다에서 시굴다로 가는 버스는 얼마 없다. 대로변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는데 지나가단 소년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시굴다 역으로 간다니까 정류장이 여기긴 한데 웬만해선 여기 안 서고 뒤쪽에 있는 정류장이라 해줬다.

정류장 주변에서 서성이니 또 버스를 타려면 아주머니들이 버스 정류장 여기 맞다고 다른 곳 가지 말라고 얘기를 해준다. 시굴다는 썩 재미 없는 곳이었지만 마지막에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투라이다에서 시굴다 역까지 가는 버스 요금은 0.5유로고 기사님에게 표를 사면 된다. 

시굴다는 리가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 오기 좋은 곳인데 개인적으로는 체시스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체시스를 가보진 않았지만 최소한 시굴다보단 좋다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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