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놀았던 후쿠오카 모모치 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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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라 같이 하는 여행이어서 즐거웠던 후쿠오카 여행이다. 원래는 4명이 1조로 움직이는거로 했는데 우리는 두 개조가 같이 다니기로 해서 8명이 이번 졸업여행 일정을 함께 하게 되었다. 후쿠오카 타워의 전망대를 올라갔을 때 모모치 해변이 보여서 해변가에 가서 좀 놀아보자고 했다. 이 날은 비는 안 왔지만 전날에 비가 꽤나 많이 와서 그런지 날씨도 흐렸고 바람이 무척 쌔게 불었다. 



후쿠오카 타워를 구경하고 나왔는데 밖에서 무슨 축제인지 공연을 하는지 사람들이 옷을 차려입고 공연을 하고 있었다. 파란 깃발에 써져 있는 한자를 알았으면 어떤걸 하는건지 알 수 있었겠지만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다. 꽤나 신나게 악기도 연주하면서 춤도 추고 있었다. 



무작정 모모치 해변공원으로 걸어갔다. 바다는 참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바다라고 하면 그 주변에 할만 한게 아무것도 없어도 즐겁게 놀 수 있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우리 말고 바닷가에 오는 사람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바다에 빠져 놀고 싶었는데 나는 옷 젖는게 싫어서 바다 구경만 하고 있었다. 



모모치 해변 공원에서 본 후쿠오카 타워와 넥서스월드 레지덴셜 타워의 모습. 후쿠오카 타워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꽤 깔끔하게 잘 지어진 건물이다.



 아까 후쿠오카 타워에서 나와서 공연을 보고 있는데 거기서 부채를 하나씩 나눠줬다. 뭐라고 써져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 일본풍스러운게 괜찮아 보여서 받아왔다. 아마 내 기억에는 한국까진 가져오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바보처럼 이 부채를 가지고 부채질을 하는게 아니라 얼굴에다가 대고 있었다. 이 날 날씨도 흐릿하고 바람이 쌔게 불어서 부채를 들고 있지 않아도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부채가 몸에 딱 달라 붙어있었다. 그래서 손 떼고 부채를 얼굴에 대도 안 떨어진다고 좋다고 다 같이 모여서 사진을 찍었다. 지금 보니까 진짜 바보 같다. 이렇게 바보 같이 놀아도 이 땐 참 재미 있었다. 여기 저기서 설정샷을 찍어보기도 하고 누워서 사진 찍어보기도 하고 정말 지나가는 사람들이 봤다면 단단히 미친놈들이라고 생각할만큼 놀았다. 



 전 포스팅에서 짤막하게 설명을 했었는데 이 곳은 모모치 단독 주택단지의 어떤 주택이다. 모모치 단독 주택단지의 모든 주택은 '녹지협정'이라는 것을 맺어서 시가의 녹화 일부를 보존해주면서 기존 녹지의 보존을 함과 동시에 새로운 녹화방안에 대해서도 합의하고 실천하고 있다. 울타리 대신에 생 울타리를 만든다던가, 화단설치, 벽면녹화, 길목녹화, 베란다 녹화 등이 녹화협정의 주 내용이고 도로에 인접한 길이 5m 이상의 공간에 블럭담 대신 생울타리나 화단을 5년 간 설치할 경우 일정부분 지원이 나온다고 한다.



 말 그대로 주택단지라 딱히 구경할만한 건 없었다. 그냥 주택단지 한 바퀴를 쭉 둘러보고 다시 도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저녁으로 텐진 호르몬을 먹자는 얘기가 나와서 버스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가기로 했다.



하카타 역에 도착했다. 하카타역은 후쿠오카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고 많은 식당과 상점들이 입점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카타 역에 처음 가면 사람들도 많고 전체적으로 넓기도 넓어서 길을 제대로 찾기도 힘들다.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것 중에 하나로 일 포르노 델 미뇽의 크로아상이 있다. 하카타 역 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일단 크로아상의 냄새 만으로도 주변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일 포르노 델 미뇽은 다양한 맛의 크로아상을 파는데 개수로 파는 것이 아니라 100g 당 160~190엔 정도의 가격을 내고 구매 할 수 있다. 기본 크로아상이 100g 당 160엔 정도 하고 맛이 들어간 크로아상이 190엔 정도 한다. 나는 이런 빵집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여자친구가 여기서 크로아상을 사먹어봐야 된다고 해서 찾아가게 되었다.



 크로아상인데 정말 맛있었다. 솔직히 많이 먹고 싶긴 했었는데 텐진 호르몬을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맛만 보기로 하고 한개인가 두개 정도만 먹었다.



 그리고 저녁으로 텐진 호르몬을 먹으러 왔다. 호르몬이라고 하면 우리 나라에서는 음, 남성호르몬인가 여성호르몬인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일본어로 곱창을 호르몬이라고 얘기한다. 말 그대로 여기는 텐진에 있는 곱창을 파는 가게다. 텐진호르몬은 하카타역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엘 포르노 델 미뇽 주변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식당가가 나오는데 거기서 줄 서고 있는 가게를 찾으면 된다. 

天神ホルモン 이라고 써져있다. 



 워낙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정말 제대로 된 한국어 메뉴가 있으니 시킬 때 걱정을 안해도 된다. 일본어를 못해도 우리는 바디랭귀지로 주문을 할 수 있다. 내 기억에는 양념 곱창과 숙주, 그리고 스테이크가 나오는 안창살 모듬 정식을 시켰고 8인분을 시켜서 나눠 먹었던거로 기억난다.



 제발 빨리 다 구워졌으면 좋겠다 하는 심정으로 가만히 구경하고 있었다.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하는데 정말 배고파 죽을뻔 했다.



 아마 이 정도가 내 양이었던 것 같다. 맛은 꽤 괜찮은 편이긴 한데 그렇게 막 엄청 맛있다! 이런 느낌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 사실 맛이야 주관적이니 직접 가서 먹기 전에는 누구 입맛에 맞을지는 모른다.- 항상 어떤 음식점에 대한 리뷰를 달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구글 맵스 리뷰를 살펴보게 되는데 텐진 호르몬은 호불호가 좀 심하게 갈리는 편이었다. 엄청나게 길게 웨이팅을 하고 들어가서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에는 나도 동의를 한다.  


 텐진 호르몬을 먹고 숙소에서 좀 쉬다가 이 날 밤에는 마지막 밤이기도 하니 나카스 강가의 포장마차에 가서 간단하게 술도 좀 마시자는 얘기가 나왔다. 첫 날에 봤던 여러 개의 포장마차 중에서 하나에 들려서 먹었는데 이게 웬걸, 다 먹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왔다. 운치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데 가격이 꽤나 쌨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반 음식점에서 먹는 비용보단 1.3~1.5배 정도는 나온 것 같다. 이 땐 놀고 먹느냐고 제대로 된 사진도 찍지 않아서 올릴게 없다. 나카스 강 포장마차에서 술도 마시고 숙소에 들어와서 한 두잔 더 기울이며 이렇게 졸업여행의 마지막 밤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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