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여행일기] 루마니아에서 뜬금 없이 영국 런던으로 넘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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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03일차, 헷갈린다. 2018년 8월 12일


사실 여행이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여행하는 분들, 세계일주를 하시는 분들은 3개월, 6개월, 9개월 3달 단위로 뭔가 지루함이 온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게 왔나보다.

누군 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넌 그렇게 여행 다니면서 배부른 소리를 하는구나. 뭐 그것도 맞는 소리다. 근데 내가 지루하단걸 안 지루하다고 연기할 순 없는 노릇이니.



이 날도 맥주 마시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맥주를 다 마셔도 잠이 안왔다. 날짜는 토요일로 넘어갔고 이 날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아스날과 맨시티의 첫 경기가 있는 날.


루마니아에서 어떻게 개막전을 볼까 고민하다가 동생한테 물어봤다.


지금 부쿠레슈티 가는 기차를 끊고 런던 가는 비행기를 끊고 가서 아스날 개막전을 본다. 어떰?



"아니 꼴리는대로 하는거지"



꼴리는대로 하란다. 맞다. 꼴리는대로 해야겠다.

그래서 새벽 4시에 호스텔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짐을 들고 나와서 주방에서 짐을 챙기고 거리로 나왔다. 

몸은 엄청 피곤했는데 웃음이 나왔다.



택시를 타고 일찍 출발하는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택시가 다 콜택시처럼 운영되는지 한 대도 서질 않았다. 결국 40분 거리를 걸어갔다. 

가면서 택시라도 보이면 타려고 했는데 다들 안 멈추더라.



내가 머물고 있던 루마니아 브라쇼브엔 공항이 없다. 수도인 부쿠레슈티로 가야한다.

우리나라 새마을호 급을 타면 2시간 반이면 가는데 그 기차 시간이 지나서 4시간 짜리 기차를 타고 가야했다.



오자마자 기차역에서 부쿠레슈티 가는 기차표를 끊으려 했는데 일처리가 너무 느리더라. 혹시라도 기차 시간이 촉박하면 일단 타고 보려 했는데 표를 끊고도 음료수 살 시간까지 있었다.



일출을 본게 얼마만인가 싶었다. 이 시간에 일어날 일도 거의 없지. 오랜만에 보는 일출은 너무 이뻤다. 맨날 기차나 버스 타고 움직일 때 이런 멋진 광경이 펼쳐지는지.



이 장면은 정말 놓칠 수가 없었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배낭을 열고 다급하게 카메라를 꺼냈다. 

꽤나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부쿠레슈티 가는 기차안에서 본 일출.



부쿠레슈티 가는 기차 안에서 마냥 잘 수가 없었다.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찾아야했다. 원래 위즈 에어를 타고 가려 했는데 위즈에어가 새벽까지만 해도 예매가 되더니 매진이 된게 아닌가?


결국 좀 더 비싼 항공권을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아스날 경기가 끝나고 도착하면 오늘의 다짐이 의미없을 것 같았다.



도착하기 전에 3시간을 버티다가 결국 50분 정도를 기절했다. 일어나니까 부쿠레슈티 역이었고 역무원은 나보고 왜 안 내리냐고 멀리서 부르고 있었다. 도착해서 화장실만 들린 이후에 바로 우버를 불렀다.



그렇게 도착한 부쿠레슈티 공항. 부쿠레슈티는 내리자마자 분위기도 브라쇼브에 비하면 뭔가 침울하고 냄새도 나니 빨리 떠나고 싶었다.



도착하니 곧 체크인 타임이었고 금방 짐을 맡길 수 있었다. 아무래도 급이 있는 항공사라 그런지 수하물은 따로 추가하지 않아도 됐고 체크인도 금방할 수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너무 배가 고파서 기내식을 안 먹을 생각으로 버거킹을 먹었다. 공항에서 사먹는거라 비싸긴 했다만. 엄청 졸리기도 하고.



결국 비행기 이륙함과 동시에 기절해서 착륙할 때 까지 거의 깨질 않았다. 중간에 기내식도 받아놓기만 하고 안 먹고 그대로 반납했다.

런던에 거의 도착했다는 방송과 함께 창 밖을 바라보니 탬즈 강 옆에 O2 아레나가 보였다. 정말 런던에 들어왔구나.



알다시피 런던 입국심사는 나가는 티켓 없이는 태클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걸 걱정하고 있었고 입국심사 하면서 간단한 질문 이후에 리턴 티켓을 보여달라 했는데, 난 리턴티켓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왜 없냐고 묻더라. 천천히 영어로, 나는 오늘 아침에 런던 오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고, 런던에는 단지 여행을 위해 방문했습니다. 2주 정도 머물다가 다른 도시로 나갈 예정입니다. 라고 하니까 별 말 없이 입국 도장을 찍어줬다.



언더그라운드를 탈 때 즈음엔 아스날 첫 경기의 킥오프가 거의 시작 될 즈음이었다.

경기는 직관하지 못하더라도 끝나기 전에 아스날 경기장에 간다는게 내 목표였다.


그리고 아스날의 레전드 티에리 앙리 동상 앞에서 아스날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런던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바로 샤워를 했다. 숙소는 씻고 바로 나가기 위해 아스날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주변에 구했고 그 주변에 아스날 매장이 있길래 가자마자 바로 유니폼을 샀다.



그렇게 도착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3년 반 만에 다시 만난 곳.

처음 방문 했을 땐 아스날 경기 직관을 했는데 이번엔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에 경기장을 맴돌았다.



그리고 인증샷 찍겠다고 얘기했던, 티에리 앙리 동상 앞에서 아스날 유니폼 입고 사진 찍기. 

완료했다.


정말 간단했다. 모든게 꼴리는대로 하면 되는거였다.



심판이 마지막 휘슬을 불면서 아스날의 첫 경기가 끝날 때 까지 경기장 주변에 있었다.

맨시티가 너무나도 잘하는 팀이기에 첫 경기는 0-2로 졌고, 다소 쳐진 분위기의 팬들과 함께 경기장을 나왔다.


원래 계획 같았으면 루마니아-불가리아-터키의 루트를 통해서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난 지금 영국 런던에 있다.


정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은 여행이 재밌냐고? 엄청 재밌게 다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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