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폴란드 자코파네 : 바다의 눈, 모르스키에 오코(Morskie O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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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47일차 (18. 6. 17)


자코파네에서 갈만한 곳 중에 모르스키에 오코 라는 곳이 있다. 타트라 국립공원에 있는 곳인데 자코파네 버스터미널에서 작은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야한다. 

오코호수를 가려고 마음 먹고 숙소를 나왔는데 무릎이 조금 쑤셨다. 가끔씩 이럴 때가 있다.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거라 갈지말지 고민이 됐는데 조금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 



오코호수 가는 버스는 자코파네 버스터미널에 가면 배차도 괜찮고 한번에 찾을 수 있다. Morskie Oko 가는 버스를 찾으면 되고 편도로 10즈워티다. 탈 때 말고 내릴 때 돈을 냈는데 기사님에게 10즈워티 현금을 내면 된다.

큰 돈을 내면 좀 난감해하시니 (정중한 표현으로 난감해 하는 거고 화내는 경우도 있다.) 웬만해선 돈을 맞춰가는게 좋다.



모르스키에 오코 호수 완전 앞까지 가진 않고 그 밑에까지 마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올라갈 땐 50즈워티, 내려올 땐 40즈워티에 마차를 탈 수 있다. 

참고로 1즈워티는 한국돈으로 300원이다. 고로 올라갈 때 15000원.



당연히 난 걸어서 올라갔다. 공원 입장료가 있다. 성인은 5즈워티, 학생은 2.5즈워티다. 일단 타트라 국립공원까지 12시 이전에 오는게 좋다.

 천천히 올라간다 가정했을 때 올라가는 시간이 약 3시간, 내려오는 시간 2시간, 둘러보는 시간 1시간 정도로 잡으면 총 6시간인데 자코파네로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가 오후 6시~7시 사이에 끊긴다. 



산길이 엄청 험한게 아니라 아이들도 올라갈만한 그냥 산책로 정도다. 가끔씩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오르막길을 올라가긴 하지만.. 유모차를 끌고 오는 가족들도 더럿 보인다. 그만큼 쉬운 코스다.



올라갈 때는 사진을 많이 안 찍었다. 그냥 올라가는 것도 에너지인데 또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기도 영 귀찮았다. 그래도 찍고 싶은게 있을 땐 꺼내서 찍고 올라가고 그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너무 빠르게 걸었나.. 혼자 걸어갔고 딱히 얘기하면서 걸을 일도 없어서 호수에 도착하니 2시간이 걸렸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그래도 배가 고파서 도착하자마자 산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격은 26즈워티였는데 그럭저럭. 소스가 없어서 후추 뿌려 먹었다.



밥 먹고 나서 호수를 둘러보기로 했다. 아까 산장 들어오기 전에 잠깐 호수 구경하고 들어왔다만 사진은 이때부터 찍었다. 흐린 날씨 속에서 잠시 해 뜨는 시간이 있었는데 호수가 잔잔해서 그런지 반영이 너무 잘 됐다. 



산에는 운치있게 구름도 끼어있었다. 모르스키에 호수까지가 가장 기본적인 코스고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트래킹 코스도 존재한다. 물론 나는 가지 않았다. 애초에 운동도 잘 안해서.. 내 의지로 산 온게 얼마만인지. 



모르스키에 오코 호수 앞에 있는 산장에서 좀 쉬다가 아래로 내려오면 이런 뷰가 보인다.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참 많다. 



정말 데칼코마니로 딱 찍어낸 것 마냥 호수에 반영이 그대로 돼서 위 아래가 똑같이 보였다. 호수 물이 맑고 색깔도 참 이뻤다. 감탄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곳.

바다의 눈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Morskie Oko 라는 뜻이 직역하면 바다의 눈이다. 내륙에 있는 폴란드 사람에겐 이 호수가 바다 같았으려나.



세로사진을 찍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핸드폰 배경화면을 위해서다. 16:9 사이즈로 세로 사진을 찍으면 핸드폰 배경화면에 딱 맞는다. 

한동안 내 핸드폰 배경 화면을 차지하던 사진. 물 색깔이 참 이뻤다.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고 산길을 올라와서 숙소에 삼각대를 두고 왔다. 어찌어찌 주변에 있는 바위에다가 올려놓고 사진을 남겼다. 퍽 마음에 들어서 아직까지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는데 한상이형이 프로필 사진 보더니 저 어색한 손 좀 어떻게 해보라고..



산장 바로 밑이 아니라 좀만 안으로 더 들어가도 이런 곳이 나온다. 엄청 힘든 곳도 아니니 걸어 들어올만 하다. 



저번 포스팅에 여행 스타일이 자연과 도시로 나뉜단 얘기를 했는데 난 지극히 도시를 선호하는 사람이다. 자연에 크게 흥미를 못 느끼는 타입이기도 하고. 근데 모르스키에 오코는 재밌었다. 사진 찍기도 좋고 공기도 좋고 오기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곳이다.



물 색깔이 정말 말도 안되게 이뻤다. 얼마 전에 모르스키에 오코 왔던 지수가 비오는 날씨에 와서 안개 잔뜩 낀 모습만 보고 내려왔다고 완전 실망했는데.. 나도 흐린날씨라 조금은 걱정했지만 날씨 운이 따랐다.



산장에서 내려와 오른쪽 길로 쭉 걸어가다보면 이런 작은 폭포 (?)가 보인다.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호수로 흘러들어간다. 



지나가다가 이뻐보여서 한 컷 남겼다. 괜히 찍고 가야할 것 같은 그런 것들..



대략 한시간 반 정도 둘러봤을 까, 버스 시간 때문에 슬슬 내려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구름이 더 끼면서 햇빛을 볼 수 없었다. 



참 운이 좋았던게 돌아가는 길에 호수는 아까처럼 반영이 되지 않았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둘러보게 되었다. 



내려가려고 하다가 왠지 아쉬워서 호숫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근데 부탁할 사람들이 마땅치 않았다. 근데 어떤 할아버지가 부인 분을 찍어주는데 꽤 한국 스타일(?) 로 사진을 찍으시길래 그 분에게 부탁했다. 배경 반 사람 반 이런 느낌이랄까.

감사하다고 하고 카메라를 확인했는데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왜 이렇게 얼굴을 확대해서 찍어주셨는지.. 나름대로 재밌는 추억이 되었다.

ㅡ 외국인들의 사진 스타일은 우리나라랑 너무 달라서 이해하기 힘들다.



 서둘러 내려가는 길. 내려가고 있는데 옆에 어떤 외국인 누님이 (정확히는 아줌마. 근데 아줌마란 단어를 잘 안쓴다. 그냥 나보다 나이 많은 여자분이면 누님.) 니혼진데스까? 하면서 말을 걸었다.  

농담 안하고 열에 아홉은 나를 일본인으로 본다. 그래서 아니라고 한국인이라고 하면서 말문을 텄는데 폴란드 그다인스크 사는 분으로 대학교에서 일한다고만 하셨다. 가족들 중에서 남편도 자연을 별로 안 좋아해서 자기 혼자 1주일 동안 자코파네에 놀러왔다고 한다. 일본에서 몇 달을 사는 동안 일본어를 조금 배웠다고 하셨다. 



- 쓰다보니 좀 텍스트가 많아졌다. - 


내려오면서 계속 수다를 떨면서 내려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얘기는 이거다.
최근 인터넷의 정보 중에 역사가 왜곡되는 일이 있는데 요즘 어린 아이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몰라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걸 그대로 믿는다는거다.

내가 얼마 전에 다녀왔던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독일 나치에 의해 벌어진 만행이고 수용소의 위치는 폴란드에 있다. 근데 요즘 어린 아이들 중에선 폴란드에 있다는 것만으로 폴란드 사람들이 저질렀단거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참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켠으로는 공감되는 얘기였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경우가 있곤 하니까.

요즘 페이스북에는 유사언론이라고 불러주기도 민망한 페이지들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기사를 올리는데 어린 학생들은 그게 사실인거마냥 믿고 친구들을 태그하고 그렇게 왜곡되는 경우들이 있다. (내 블로그에서 글을 불펌해가고 사과 한마디 없는 그런 쓰레기 같은 페이지가 있다. 인사이ㅌ라고..)



누님과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숙소로 들어갈까 하다가 너무 피곤하지만 저녁이라도 먹고 들어가려고 주변에 있는 가게에 들어왔다. 스테이크를 시키려고 했는데 자기네들은 햄버거가 맛있다고 햄버거를 시키라고.. 딱 봐도 양 많아 보였는데 계속 얘기하길래 그냥 시켰다. 결국 반은 남기고 나옴.

폴란드의 월드컵 첫 경기를 폴란드에서 본다고 계속 머무르고 있던 폴란드였는데, 자코파네는 꽤 괜찮은 선택이 되었다. 자코파네에 온다면 모르스키에 오코는 꼭 가시길.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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