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기 #2 그냥 열차가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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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기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전 날에 잠이 안 오기도 하고 일출이나 보고 자야겠단 생각으로 새벽 5시 정도까지 깨어있었다

새벽 5시 즈음 부터는 해가 언제 뜨나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사진을 찍었을 때가 다섯시 반을 좀 넘긴 시간이었다.

내 옆자리에 앉아 모스크바까지 함께 가는 나나. 원래 이름은 나타샤? 인데 내가 발음을 제대로 못하니 그냥 나나라고 부르라고 했다.

나나는 어제 저녁에 일찍 잤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일출을 같이 봤다. 내가 멀리서 보고 있으니까 자기 자리에 와서 같이 보자고 해서 나나 자리에 앉아 일출 구경을 했다. 

한국에서는 일출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지만 여행하면서는 일출이나 일몰을 보는게 큰 재미다.

아무 생각 없이 쭉 자려고 했는데 로짐이 치타역에서 날 깨웠다. 이 날은 로짐의 생일인데 밖에서 볶음밥과 보드카를 사와서 생일 축하 노래를 한번 불러주고 아침부터 생일 축하파티를 열었다. 

물론 열차 안에서 술 먹는건 엄연히 금지 되어있다. 차장님 몰래 몰래 마시는거다.

하바롭스크에서 한국인 두 명이 내리고 한국인 부부가 타셨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었는데 1년에 1달씩 여행을 다니신다 했다.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사진 찍히는걸 안 좋아한다 하셨다.
 '사진은 없어도 제 머리 속에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라고 했던..  

이건 선생님, 여사님과 얘기하러 갔을 때 앞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먹으라고 준 과자다.

열차에서 하는 것 중에 가장 많이 하는건 가만히 앉아 열차 밖을 구경하는 것이다.

가끔씩은 이렇게 부셔져 있는 건물도 보이는데 왜 이렇게 방치되어있는지 모르겠다. 워낙 땅 덩어리가 크다보니까 이런거 하나 쯤은 신경도 안 쓰이나보다.

올란우데역도 좀 큰 역 중에 하나인데 정차를 30분 정도 하는 역이라 정현이랑 역 구경을 하러 나갔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그렇고 열차 안에서도 날씨 운이 굉장히 없었는데 이 날은 꽤나 맑은 날이었고 이렇게 아름다운 일몰을 구경하게 되었다.

로짐의 생일이란걸 알고 있어서 생일 축하를 어떻게 해줄까 하다가 초코파이가 생각나서 올란우데에서 초코파이 12개 짜리를 사왔고 케이크를 만들어서 축하해줬다.

로짐의 생일 겸 여기 타 있는 러시아 아저씨들하고 보드카를 마시며 왁자지껄 하게 놀았는데, 이렇게 신나보이는 상황에도 안 좋은 일이 하나 있었다.

내 자리에서 계속 술을 마셔서 나는 옆에 정현이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자정을 넘어서 자려고 자리에 가보니 바람막이 주머니가 열려있었고, 내 세균맨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올란우데역에서 다시 타면서 흘렸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속단하긴 싫지만 누군가 가져갔단 생각이 들었다. 
이건 심증만 있는 일이라 또 누구를 의심할 수도 없고 결국엔 내가 아끼던 지갑 하나를 잃어버렸다.

(아무 일 없을거라 너무 방심했던 내 잘못이기도 하다.)

(다행히 지갑 안에는 카드 없이 300루블 정도만 있었다. 한국 돈으로 6천원 정도)

다음 날 열차 안의 모습. 러시아 친구들은 카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룰이 내가 하던 카드게임 하고는 완전 달라서 같이 끼진 못하고 구경만 했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바깥 구경 하는 중.

점심 즈음 되자 형님들도 점심을 먹으려는 것 같길래 나도 신라면을 하나 꺼내서 같이 먹었다.

내 자리 옆에 나나의 자리. 

분명히 5월인데 창 밖으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러시아 도시 전체가 그런건 아니고 이 때가 가장 추운 지방을 지나고 있을 때라고 생각된다.

올란우데역에서 운동하는 친구들이 무더기로 탔는데 러시아에서 무에타이를 하는 친구들이었고 대회에서 챔피언을 먹었다고 했다. 

다른 칸에 무에타이 선생님이 있는데 날 보더니 친구 왔냐고, 앉으라고 하며 위스키를 한잔 마시라고 해서 또 한잔 마시고 왔다. 

참 재밌게 얘기했던 애들. 처음에 자기들 나이를 얘기할 때 영어로 twenty three 이런 식으로 얘기해서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13살, 14살, 16살 정도 되는 애들이었다. 영어를 헷갈려서 그렇게 얘기한거였다.

저녁에 세르기가 준 빵을 하나 먹었는데 안에 야채가 들어가있는 거였다. 근데 내 입맛에는 좀 느끼했다.

밤에는 형님들과 영화를 봤다. 미국 영화여도 러시아에선 무조건 더빙을 하고 영어로 된 문구가 나오면 나레이션식으로 읽어주더라. 영화관에서 봤던 느낌과 똑같았다.

횡단열차에서의 4일차도 이렇게 지나갔다. 

전체 일정에서 이제 반을 조금 넘긴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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