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여행 96일차, 루마니아 넘어가는 길에 결국 버스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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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96일차 (18. 8. 5)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혼잣말하고, 가장 많이 욕하고, 가장 많이 짜증났고, 가장 많이 힘들었던 날이다. 

한국을 떠나 여행한지 96일차, 그동안 어찌저찌 버스는 안 놓치고 다녔지만 결국 처음으로 버스를 놓쳤던 날이었다. 



루마니아 브라소브에 숙소 예약도 완료했고, 가는 버스편도 예약을 해놨다. 키시나우에서 묵던 호스텔도 체크아웃하고 여유롭게 잡아놓은 버스시간은 오후 2시였다.


숙소 주변에 저번에 맛있게 먹었던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갈 생각이었다. 여기까진 모든게 완벽했다. 

밥 먹으려고 숙소에 맡겨놨던 짐도 찾고 택시도 불렀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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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택시를 불렀더니 러시아어로 문자가 온다.

자기가 안 가고 다른 차가 온다고, 무슨 파란색 BMW 차종이 온다고 하나.

어이가 없었다. 왜 자기가 안오고 딴 소리 하는거야. 매칭 해제하려고 하면 돈은 나가고, 그래서 기다렸는데 애초에 오질 않는다.



한마디로 망했다. 급하게 도로변으로 나가 택시를 잡아보려고 하니까 다들 지나가고 멈추질 않는다.

결국 급하게 택시를 잡았지만 시간은 오후 1시 45분. 버스 출발까진 15분 남았다.


결국 급하게 달려가봤지만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자, 이미 버스는 놓쳤고 다음 브라소브 가는 버스는 오후 7시에나 있었다. 오후 7시에 출발하면 8시간은 걸리니까 새벽에 도착하겠네?

나는 오늘 저녁 안에 브라소브에 가야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


머리를 굴렸다. 키시나우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이아시로 넘어가면 이아시에서 브라소브 가는 버스는 좀 있지 않을까?


결국 오후 3시에 키시나우에서 이아시로 가는 버스 티켓을 구매한다.



일단 버스 티켓도 끊었고 3시에 출발하는 버스도 기다리고.. 마음도 다스릴 겸 매점에서 코카콜라 하나를 샀다. 그렇게 썩 시원하지가 않았다.

코카콜라 사진 보니까 콜라 한잔 마시고 포스팅을 더 해야겠다..


<몰도바 오는 길 포스팅에 이어서 이 당시엔 진짜 완전히 맛 가버림>


진짜 현탐이라고 해야하나. 현자타임 온다는 건데 이 때는 아무 생각 없었다. 



참 무심하게도 날씨는 왜 이렇게 좋은지.



이게 이아시로 가는 버스였다. 나중에 알고보니까 이아시로 직행으로 가는게 아니라 무슨 마을버스 급으로 여기저기 다 들리면서 이아시에 들어가는 버스였다. 당연히 에어컨은 없다.



아~~~ 사진만 봐도 다시 더워진다. 후덥지근한 느낌이 몰려온다. 버스 안에 들어왔는데 너무 더워서 앉아있기도 싫었다.

오히려 나가서 앉아있는게 그나마 덜 더워서 잠깐 나가있었다. 



그래도 중간에 잠깐 서긴하더라.. 휴게소 같은 곳에서 쉬긴 했지만 내겐 남은 몰도바 돈이 없었다. 현금이 없어서 뭐 사먹을 수도 없고 그냥 화장실만 들렸다가 다시 버스를 탔다. 


휴게소 화장실에서도 돈 받는다고 써져있는데 안 받길래 그냥 나왔다.. 일단 낼 돈도 없었기에..



자, 몰도바 - 루마니아 국경에 도착했다. 몰도바와 루마니아 둘 다 비쉥겐 국가이기 때문에 국경에서 출입국심사를 한다.

몰도바 국경을 넘고 나선 면세점이 있었다. 덕분에 환타 하나를 카드로 사먹을 수 있었다. 아주 꿀같은 맛이었다.



한 3시간 반인가.. 걸려서 이아시에 도착했다. 아까 얘기했던 대로 내 계획은 이아시에 도착하고 바로 브라소브 가는 버스나 기차를 타는 것이었다.

근데 내가 내린 버스 정류장에선 브라소브로 가는 버스가 "단 한개"도 없었다.



심지어 핸드폰 인터넷도 안되는 상황. 이 때 까진 유심을 안 끼고 다녔다. 이아시 역으로 가봐도 브라소브 가는 버스는 없었다.

이아시역 앞에 맥도날드가 있어서 가서 주문은 하지 않고 와이파이만 잡았다.


찾아보니까 브라소브에서 이아시가는 연결편은 거의 없었다. 역시 마음처럼 되는게 없다.



결국 포기했다. 포기하고 이아시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찾아보니까 Bicycle Hostel이라고 괜찮은 호스텔이 있었다. 급하게 부킹닷컴으로 예약을 하고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다.


주변에 큰 마트가 있길래 가서 구경도 하고 장도 간단히 보고 이아시에서 저녁이나 먹을 생각이었다.



이아시의 나름 번화가라고 불릴 수 있는 곳. Hotel Unirea 앞 광장이 번화가의 시작인 듯 하다.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고, 슬슬 배도 고팠다. 광장에는 뛰어 다니는 아이들과 사람들이 있었다. 흔한 도시의 풍경이었다. 



innitalia 라고 광장 주변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었다. 오늘 저녁은 여기서 해결하기로 했다.



일단 루마니아에 왔으니 루마니아의 맥주를 하나 마셔봤다.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와 다르게 제대로 된 맥주를 맛볼 수 있었다.

Timisoreana.. 꽤 괜찮은 맥주였다.



그리고 먹었던 파스타. 정말 맛있었다. 

오늘의 힘들었던 기억들이 이 맛있는 파스타로 인해 좀 잊혀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짜증을 내고 자꾸 중얼중얼거리게 되던 하루였는데 맛있는 저녁으로 그런 생각이 잊혀지는걸 보니 나도 참 웃겼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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