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건축학도의 시선으로 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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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야기 카테고리를 만들어두고 써야지 써야지 생각만 하다가 얼마 전에 드디어 서울관에 대한 포스팅을 "시작하려고" 했다. 근데 건축이야기를 쓰는데 어떤 수준으로 써야하나를 고민하다가 '그래도 건축학과 학생들이 자료로 쓰기에도 괜찮게 작성을 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쓰기 시작했는데 학교 과제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글 쓰기가 너무 재미가 없더라. 그래서 결국엔 내가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정도로만 쓰자! 라는 생각을 했다.


 ※ 사진의 날짜는 3년 전 부터 최근까지의 사진이 섞여있습니다.


일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하 서울관)은 그 부지 자체에 굉장한 매력이 있다. 일단 바로 옆에는 경복궁이 있고 한국인은 물론이고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가는 북촌 한옥마을과 삼청동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이 미술관의 부지 자체도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건들이 있는 장소이다. 종친부 위치부터 국군병원, 그리고 예전 기무사까지 다양한 역사와 사건들이 있었다. (사건이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 당했던 궁정동 안가도 이 주변이다.) 


그리고 서울관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개의 입구 중에 안국역부터 대로변을 따라 걸어오면 만나는 이 입구가 바로 기무사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여 만든 입구이다.


 


기무사 건물을 다 헐어내지 않고 서울관의 일부로 사용한 모습이다. 아무래도 역사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 건축가의 의도라 생각되는데 외부는 그럴싸하나 내부에서는 이 건물이 기무사 건물이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올해의 작가상을 전시할 때 쓰는 서울관의 마당. 서울관은 외부로 부터 미술관으로 사람들을 유입시킬 때 한국의 마당이란 개념을 쓰게 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넓은 마당 뿐만 아니라 삼청동 길에서 들어올 때의 도서관 마당, 그리고 위 쪽에 있는 종친부의 건물을 일부 남겨둔 종친부 마당도 있다. 


일단 서울관의 미술관 컨셉은 무형의 미술관이다. 말 그대로 형채가 없는 미술관을 말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었는데 가장 좋은 건축은 건축물 같지 않는 건축물이라고 한다나. 꽤 괜찮은 말이다. 자기 자신을 숨기고 주변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이라는 말일텐데 뭐, 건축에 답은 없으니까. 아무래도 서울관은 주변에 경복궁이라는 굉장한 에너지를 가진 건물이 있기에 본인의 에너지를 엄청나게 표출하지 않고 은은히 발산해내는게 이 위치에 들어가는 미술관의 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정말 엄청! 나게 에너지를 표출해서 성공했지만. -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성공했다고 그냥 대단한 건물 지어보겠다고 따라했다가 망한 케이스도 참 많다. 짓는다고 다 생각처럼 되는건 아니다. - 



 그리고 서울관의 엄청난 매력이자 어찌보면 단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서울관은 한국에 흔치 않은 군도형 미술관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군도형 미술관은 전시실이 마치 섬처럼 나뉘어져 있는 미술관을 얘기한다. 대부분의 미술관이 '처음에는 여기서 부터 보는게 좋고요, 그 다음에는 이 전시실로 이어서 가보실래요? 그 다음에는 여기를 가고 ……' 하는 무언의 압박을 주는(?) 타입이라면 서울관은 정해진게 없다. 오히려 정해진게 없어서 관객들이 어떤 것 부터 봐야하는지 혼란을 겪기도 하는데 이런 형식이 서울관의 가장 큰 매력이자 단점이다.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SANAA의 21세기 미술관이 가장 대표적인 군도형 미술관이다. 서울관을 설계한 민현준 건축가는 군도형 미술관을 설계하기도 했고 이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기도 했는데, 더 심도 있게 알아보고 싶은 사람은 "현대미술관 전시장의 군도형 배열에 관한 연구(민현준, 2013)" 이라는 논문에 대해서 찾아보길 바란다. 



얘기했던 대로 단점은 관람객들이 동선을 헷갈린다는 것이다. 근데 이 군도형 미술관이라는것의 매력은 관람객들의 동선을 다양하게 만들어준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전시공간의 볼륨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생각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층고는 대부분 똑같다, 방으로만 나뉘어져있다, 대부분 비슷한 전시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라는 것은 만들어진 전시공간이 굉장히 규칙적이게 만들어졌다는 건데 서울관에서는 전시공간 자체가 독립적으로 작용하니 각각의 전시실 자체가 다르게 만들어져있고, 이곳에서 전시를 하게 될 예술가들의 전시방법도 굉장히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군도형 미술관의 최대 장점이다. 

 - 결국에 미술관은 "작가가 전시하고" "관객들이 감상하는" 공간이다. 



 덕분에 이렇게 2층 높이가 서로 연결된 보이드 공간에서도 이런 형식의 전시를 할 수 있고 굳이 벽면을 쓰지 않아도 높은 층고를 필요로 하는 전시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까 얘기했던 관람객들이 동선을 잃기 쉽다는 점을 감안하여 각기 다른 전시공간 사이에 중심되는 공간이 있는데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가장 먼저 만나고, 가장 넓은 공간인 서울 큐브다. 이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각각의 전시실로 이동할 수 있고 길을 찾기에 기준점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 공간도 좋은게 단순히 중심공간, 그리고 동선으로만 쓰이는게 아니라 갈 때 마다 정말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가장 사람들이 많이 지나치는 공간이라 그런지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는 형태의 전시를 할 때가 좋았다.



1층에 있는 전시실의 모습. 21세기 미술관의 전시관 사진을 보면 전시실 천장 부분에 불투명한 재질을 넣으면서 자연채광와 인공조명을 섞어서 전시실 전체에 은은한 빛을 내는데 서울관에서도 그런 생각을 한거 같은데 위에 있는 저 프레임 때문에 그림자가 생겼다. 사실 전시 공간에 전시품에 영향을 끼칠만한 그림자가 생긴다는건 엄청난 단점.  



기존 미술관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전시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는 꽤나 오래 전에 했던 전시다. 



참 이곳이 가지고 있는 장소의 장점은 무궁무진 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문화적 중심지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데 그 느낌이 거북하지 않고 꽤 잘 어우러진다. 단풍이 들던 즈음, 미술관에 있는 작품은 작가의 전시만이 아니라 건축가가 건축물에서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삼청동 길과 인접해있는 도서관 마당. 만약 서울관에 갈 때 여유가 있다면 도서관에 가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은데, 디자인쪽으로도 꽤나 괜찮은 서적들이 있다.



최근에 마지막으로 서울관에 간건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었는데 이 때는 딱히 보고 싶은 전시가 있어서 찾아간건 아니었는데 종이와 콘크리트라고 한국 근대건축에 대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크게 되있는건 아니었다만, 건축학과 학생들이라면 한번 가볼만한 전시다. 



여담으로 서울관에는 오설록 카페가 있다. 녹차 계열 음료나 디저트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서울관을 사랑하게 만드는 요소 중에 하나이다.


결론적으로 서울관은 한국에 있는 미술관 중에 꽤 잘 지은 미술관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많이 갔지만 나에게는 앞으로도 가장 많이 찾게 되는 서울에 있는 건축물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다양한 사진자료나 건축 도면에 있어서는 Archdaily에 자료가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Arch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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