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우크라이나를 떠나 몰도바로 가는 길, 근데 뭐 이렇게 힘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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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92일차 (18. 8. 1)


젠장할 우버, 또 우버에 당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악몽이 또 몰려온다. 나름 여유있게 숙소에서 짐 챙겨서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우버는 매칭이 안됐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간신히 잡은 우버를 타고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중이다.


버스 시간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버 기사는 초조한 내 마음을 알았는지 도로를 질주하듯이 달렸고 조금 빠듯하지만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데사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오데사 기차역하고도 떨어져있고 중심가하고도 좀 떨어져있다.

내가 갔던 버스터미널의 위치는 Kolontaivs'ka Street, 58이다. 터미널이 두 개 있기에 버스표에 있는 주소를 한번 더 확인하고 가야한다.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에 버스 놓칠까봐 달려서인지 티셔츠에 땀이 흥건했다. 더워 죽겠는데 이 버스 에어컨이 없다.

버스 위에 뚜껑을 열어서 그나마 바람이 조금 들어온다. 내 자리가 바람이 들어오는 위치에 있어서 조금은 살만했다. 그래도 더워..



몰도바 가는 길에 많이 본건데 아주 셀 수도 없을 만큼의 해바라기가 심어져있는 들판이 있었다. 아무래도 해바라기를 키우는 농장이겠지. 저기서 사진 찍으면 딱이겠지만 달리는 버스 안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몰도바는 비쉥겐 국가들간의 이동이기 때문에 당연히 출입국심사를 한다. 출입국 심사 포함해서 움직이는데 대략 5시간에서 6시간 정도 걸렸다.


출입국심사도 시간이 좀 걸린다. 1시간 좀 안되게 기다린 것 같다. 우크라이나 쪽 국경에 조그만한 상점이 있길래 쫄래쫄래 걸어가서 1리터짜리 코카콜라 하나를 샀다. 20흐리브냐. 한국 돈으로 800원이었다. 



몰도바 입국심사도 특별하게 물어보는 건 없었다. 간단한 영어로 대답했고 키시나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근데 내가 생각했던 버스 정류장이 아니었다. 나는 당연히 중앙 버스 터미널에 내릴줄 알았는데 여기가 종점이니 내리란다.


여기가 어딘데? 하고 돌아보니 북쪽 터미널이다.. 

한 마디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릴 줄 알았는데 남부터미널에 내린 격.



유심이 없었고, 중심가로 가는 버스 정보도 몰랐고 몰도바 돈도 없었다.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중간에 ATM이 보이긴 했는데 그냥 걸어가자 생각하고 걸었다. 한참을 걸어가다가 그래도 뽑아는 놔야지 하고 전자제품 매장에 들어가서 돈을 뽑았다.


이런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는데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는 도보가 제대로 있질 않았다. 거기에 울퉁불퉁한 도로까지.. 캐리어 끌고 가기도 짜증났다.



큰 도로를 벗어나서 내가 가려던 방향으로 넘어가려면 조그만한 개천가를 넘어가야했다.

근데 개천가를 넘어가는 다리가 하나도 없지 않겠는가? 크게 돌아가려면 걸어왔던 길을 또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그건 싫었다.



보니까 개천가 위로 기찻길이 나있었다. 기찻길을 건너가는게 넘어가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기찻길까지 올라가서 기차가 안 오는걸 확인하고 냅다다 뛰어서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몰도바 오는 버스 타기 전에도 땀이 줄줄 났는데, 배낭을 메고 있으니까 땀이 더 났다.

이런 고생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저 때의 감정이 온전히 담긴 사진을 남겨두고 싶었다.



한 40분 넘게 걸었나.. 걷고 또 걷다보니 드디어 번화가 같은 곳으로 들어왔다. 여기까지 걸어오니 곧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도착한 내 호스텔. City Center Hostel이란 곳이었는데 Sun City라는 쇼핑몰 안에 위치하고 있는 호스텔이었다. 위치가 어딘지 한참을 찾았는데 보니까 옆에 붙어있는 호텔 쪽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더라.



호스텔에 체크인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쉬다가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밖에 나왔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여서 그런지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호스텔 바로 옆에 Andy's Pizza라는 피자집이 있어서 바로 나왔다. 몰도바는 와인이 꽤나 유명한 지역인데, 일단 맥주라도 한잔 마셔보기로 했다.



직원한테 영어로 된 메뉴판이 있냐고 물어보니까 영어로 된 메뉴판은 없고 어차피 메뉴판에 사진도 다 나와있으니까 보고 고르란다. 맞는 말이지 뭐.

몰도바는 구 소련에 속해있던 지역이지만 친 루마니아계라 루마니아어가 국가의 공용어다.  



그리고 나온 맥주 한 잔. 몰도바의 맥주는 엄청 맛있진 않았다.  

(그래도 카스, 하이트보단..)



뭔가 고생 안해도 될 고생을 했던 하루. 혼자 피자에 맥주 한잔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몰도바 오는 길이 왜 이렇게 힘든거냐~!

(이 땐 몰랐다. 나중에 루마니아 가는 길이 더 힘들게 될 줄이야 : 이 이야기는 차차 올라 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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