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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봐야 할 이유

category 여행 정보 2018.10.09 04:59

<6일 17시간 동안의 즐거운 나의 집>


지난 동유럽 여행의 시작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서

모스크바까지 한번에 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다.


참 좋은 기억도 많았고 안 좋은 기억도 있었지만,

당신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봐야 할 이유 몇가지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1. 사람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그냥 열차가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다.

이곳에선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곳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진짜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함께 같은 공간에서 먹고 자며 같은 기차를 타고 간다는 것.

서로 조금만 마음을 열면 그 속에서 우리는 더욱 쉽게 친해질 수 있다.



나의 펜과 공책을 빌려주면 마트리는 내 공책에 맘껏 낙서를 했고,

나는 마트리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 있는 사자를 그려주며 놀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러시아어도 할 줄 모르고, 이 친구들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이렇게 서로 마음만 맞으면 어떻게든 대화할 수 있다.


로짐과 나는 말이 안 통해서 공책에 그림을 그려가며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도 박장대소까지 했다니깐?



횡단열차 꼬리칸의 삼총사였던 로짐과 세르기, 그리고 나

(구글 번역기를 다운 받아가면 그나마 대화하기 수월하다.)



바라빈스크역, 로짐이 떠나는 날.


로짐과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는 줄 알았더니 매점에 가서 엄청 큰 봉투에 먹을 것을 바리바리 사왔다.

그리고선 열차가 출발하기 직전까지 창 밖에서 떠나는 우리를 배웅해주고 있었다.

내 눈에 뜨거운 물방울이 살짝 흘러 볼을 타고 내려왔다.


2. 풍경


블라디보스토크부터 모스크바까지 가는 일정 속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어쩌면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다.


원래 이르쿠츠크에 도착하기 전에는 바이칼 호수를 지나가지만

나는 바이칼 호수를 지날 때 해가 진 이후라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셀 수 없이 수 많은 나무들.

폐허가 되어 버려진 건물들.

사람들이 사는 마을까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 동안엔 정말 여러 장면들을 보게 된다. 



아직 사람들이 잠 들어있는 시간.

해가 살짝 뜨면서 새벽의 서늘한 빛이 기차 속을 물들인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봤던 일몰은 모든 순간이 감동이었다.

일상 속에서 일출과 일몰을 진득하게 보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여기선 빼먹을 수 없는 하루의 일과다.



내 머리 속의 달력은 '지금은 5월이야'라고 얘기해주고 있었지만,

창 밖의 러시아는 나에게 '지금은 눈 내리는 겨울이야' 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곳엔 겨울이란 개념이 없을지도.


3.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는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면 된다.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과 햇반들이 있었지만,

결국엔 난 그걸 다 먹지 못하고 열차에서 내렸다.


기차 안에서 러시아 친구들과 친해지니 계속 나에게 이거 먹어봐라, 저거 먹어봐라 하면서

엄청 많이 줘서 다양한 러시아 음식들을 먹었었다.


이렇게 사람 냄새 난다는 것. 정이 넘치는 횡단열차라는 것.



횡단열차에선 창 밖을 구경하면서 멍 때리는 것과 자는 것이 일이다.

내가 자고 싶을 때 누워서 자면 된다. 


아,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부터 모스크바까지 7일 가까운 시간 동안

7시간의 시차를 천천히 넘어가기 때문에 시차 적응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러시아 친구들은 카드 게임을 엄청 자주 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카드게임이랑 룰이 달라서 결국엔 구경만 했다. 



내가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가져왔던 유일한 책.

<79만원으로 세계일주>

여행 시작하기 전에 샀지만 안 읽고 묵혀두다가 횡단열차에서 처음으로 개시했다.



이곳에선 그냥 아무 것도 안해도 좋았다. 


기차 역을 벗어나면 핸드폰 데이터도 안되고 답답할 수 있지만

복잡한 머리 속은 비운 채 

아무것도 안하면서 흘러가는 열차 속에 내 몸을 맡겼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탑승객, 다음 타자는 바로 당신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청결원 2018.10.09 08:24 신고

    오늘 한글날 휴일 잘 보내세요~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8.10.09 10:24 신고

    언젠가는 북한을 경유해 열차 타는게 가능해지면 좋겠네요.
    빨리 실현이 되면 좋겠습니다.
    보디랭귀지는 세계 공용어입니다.ㅋ

    • BlogIcon 떠도는 winnie.yun 2018.10.09 17:57 신고

      저도 다음에 타게 된다면 부산부터 시작해서 북한을 거쳐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루트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거 하나만 열려도 여행 갈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해질 듯 합니다.. ㅎㅎ

  3. BlogIcon 최 율 2018.10.09 14:26 신고

    우와..진짜 꼭 한번 타고 싶게 만드는 열차네요.

  4. BlogIcon 밥짓는사나이 2018.10.09 23:41 신고

    아주 매력적이네요ㅠ 일상같은 사람냄새나는 열차같아요ㅎ

    • BlogIcon 떠도는 winnie.yun 2018.10.10 00:49 신고

      아무래도 몇시간 타고 가는 기차와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고, 오랫동안 사람들과 같이 있어야 하니 다들 마음을 좀 연채 서로를 대하는 것 같아요. 간단한 눈인사라도 하면서 친해지죠 ㅋㅋ

  5. BlogIcon Chatterer 2018.10.09 23:55 신고

    즐거운 여행을 행복하게 보내신거 같아요
    멋지시네요 멋진 인생을 살고 계신거 같네요 ㅎㅎㅎㅎ

    열차를 7일 동안 타고 있다면 지루하고 엉덩이가 아플꺼 같은데
    이런사람 저런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보낸다면 열차의 7일이 결코 지루하지는 않았을꺼 같아요 행복했을거 같아요 ㅎㅎㅎ

    열차안에서 보이는 밖이 보이는 창이 인상적이네요 ㅎㅎㅎ
    해질녘 노을이 보이는 강가와 하얀 눈꽃이 펴있는 겨울의 눈과 따뜻해 보이는 봄의 들판은
    7일간의 경험이 신비 했을꺼 같아요 ㅎㅎㅎㅎ

    공감 꾹!! 광고 꾹!! 힘차게 누르고 다녀 갑니다 ㅎㅎㅎ

    • BlogIcon 떠도는 winnie.yun 2018.10.10 01:25 신고

      네, 6일 17시간 거의 1주일이나 되는 시간은 혼자 핸드폰이나 멍 때리고 왔다면 버티기 힘들었을거예요.
      사람들도 만나는 재미가 있어야 더 즐겁겠죠.
      저는 운이 좋았던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같이 가는 한국인 친구도 있었고,
      옆에 있던 러시아 여자애가 영어를 좀 할 줄 알아서 의사소통 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횡단열차 안에서는 창 밖을 보는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일 같아요. 사람의 손이 덜 묻은것 같은 대자연이 아름답기도 하고요. 방문 감사합니다.

  6. BlogIcon Deborah 2018.10.10 03:23 신고

    맞습니다. 구구절절 다 와닿네요. 경험은 해보는것이 안 해보는것 보다 좋네요. 이런 경험은 평생 한번 올까말까한 그런 사건들이 아닐까 생각되요. 여전히 옛 기억을 더듬으면서 적으신 내용들을 보면 그 추억의 분량은 평생 머리에 남을것 같은데요. 여행에서 큰 재산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엮어 가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멋진 밀집 모자도 있네요 하하하.

    • BlogIcon 떠도는 winnie.yun 2018.10.10 13:01 신고

      아직 쓰지 않은 여행기들이 많기에..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써두려고 합니다. 밀린걸 좀 쓰긴 해야할텐데.... ㅋㅋㅋㅋ
      맞아요. 여행에서 가장 재밌는 것 중 하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폭 넓게 만난다는 것 같아요. 밀짚모자도 봐주셨네요 ㅋㅋㅋㅋ 횡단열차에서 만난 친구들이 다 탐내더라고요.

  7. BlogIcon 차포 2018.10.10 05:03 신고

    저는 걍 벵기 타고 다닐랍니다.... 디스크환자 1인

  8. BlogIcon 슬_ 2018.10.10 15:33 신고

    마지막 문구가 마음에 들어요. 빨리 부산까지 대륙횡단열차가 이어졌으면 좋겠달까요ㅎㅎㅎ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는 사람들과 마음이 맞는다면 그것만큼 즐거운 여행이 있을까 싶습니다.
    모스크바까지는 아니더래도, 기차 탑승 해보고 싶네요.

    • BlogIcon 떠도는 winnie.yun 2018.10.10 18:07 신고

      다음번 여행은 한번 도전해보시는건 어떠세요? ㅎㅎ
      체험만 하려는 분들이 타는 코스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로 가신 이후에..
      하바롭스크에서 비행기 타고 인천으로 귀국하는 일정 많이 하시더라고요.
      블라디보스토크 참 괜찮은 여행지라 생각하는데 인기가 많아져서 그런지 비행기 값도 점점 올라가네요 ㅜ

    • BlogIcon 슬_ 2018.10.10 18:17 신고

      맞아요 그 루트로 여름에 여행갈까 생각했어요ㅎㅎㅎㅎ 청주공항 출발 비행기 가격이 상당해서 잠시 미뤄뒀지만요!

    • BlogIcon 떠도는 winnie.yun 2018.10.10 20:17 신고

      블라디보스토크가 볼게 엄청 많진 않아도..
      먹을거 위주로 잡아 가신다면 그래도 재밌을 거예요 ㅎㅎㅎㅎ
      저도 나중에 한번은 더 갈 것 같아요.
      제가 갔을 땐 날씨가 너무 안 좋았어서 ㅜ

  9. 최라면 2018.10.10 18:43 신고

    좋네용 꼭 타보고싶은 기차! 근데 기차안에 전기 쓸수있나요? (궁금)

    • BlogIcon 떠도는 winnie.yun 2018.10.10 20:18 신고

      기차 안에서 전기 쓰실 수 있어유~~ 요즘 1호차는 (가장 신식) 자리에 USB 충전포트도 달려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탔던 99번 열차는 열차 1량에 콘센트가 2군데인가.. 있어서 멀티탭 써서 다같이 충전하고 했네요 ㅋㅋ

  10. BlogIcon luvholic 2018.10.10 23:16 신고

    제 여행지 버킷리스트에 '시베리아 횡단열차' 적어둘게요~ㅎㅎ
    여행의 로망을 마구마구 일으키는 글이에요!!
    현실적이면서도, 참 좋아요.

    • BlogIcon 떠도는 winnie.yun 2018.10.11 06:15 신고

      시베리아 횡단열차 짧은 구간이라도,
      한번 타보시는 것도 좋을거 같아요.
      여행 버킷리스트에 적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ㅋㅋ
      저도 하고 싶은게 생기면 하나 둘 씩 적는 편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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