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스티븐 홀의 마스터피스, 핀란드 헬싱키의 키아스마 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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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배를 타고 헬싱키로 당일치기 여행을 왔다.

헬싱키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바로 키아스마 현대미술관.


키아스마 현대미술관은 건축가 스티븐 홀(STEVEN HOLL)의 작품이다. 

후쿠오카에 있는 스티븐 홀의 넥서스월드도 따로 포스팅을 작성하긴 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은 인연이 아닌지 수상하지 못했지만,

현대건축, 특히나 건축의 공간감에서 압도적인 연출을 해내는 건축가이다.


"공간감이 좋다."

라는 말은 사실 텍스트로 설명하기엔 참 애매한 문장이다. 

실제로 가봐야 그걸 온전히 느낄 수 있는데 스티븐 홀의 키아스마 현대미술관은

내가 지금까지 가본 현대 건축물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엔 들어갈만한 곳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건축적인 설명은 사진마다 조금씩 나눠서 하겠다.

사진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 건축적인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뤄서 읽기에 좀 무거울 수 있다. - 


Kiasma Site


키아스마에는 도시와 풍경의 기하학이 건물과 어우러진다는 콘셉트(Concept)가 담겨있다. 

키아스마 현대미술관이 있는 위치부터 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남쪽으로는 도시, 북쪽으로는 자연과 맞닿아 있는 대지에 위치하고 있고 그런 도시의 축이 건축물에도 적용되어 있다.


건축물에선 축(Axis)이란 것이 중요한데 키아스마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Context)에서 축을 가지고 왔고 넓게 퍼져있는 자연, 북쪽으로 향하는 것 같은 매스를 만들었다. 



키아스마에 전시되어있는 매스 모형.

보는 바와 같이 건축물의 남쪽 부분(사진에서 왼쪽) 조금 얇은 느낌이 든다면

북쪽으로는 자연을 향해 뻗어있는 역동적인 매스 형상을 띄고 있다.


kiasma


일단 핀란드 헬싱키는 백야가 있는 북구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건축물에 떨어지는 햇빛이 수직으로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키아스마 현대미술관의 입면 계획을 보면 천창도 있고 건물의 천장부분도 곡선으로 지어져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창문은 대부분 바닥에 수직으로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헬싱키의 위치, 기후 특성상 키아스마에는 조금 다르게 적용되어있다. 


kiasma ramp


일단 미술관하면 관람객의 동선 계획이 굉장히 중요한데,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은 경사로(Ramp)로 기본적인 동선계획이 되어있고

곡선으로 된 벽과 경사로로 인하여 미술관 내부로 들어왔을 때

저절로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키아스마 현대미술관 바로 옆에는 핀란드의 전쟁영웅 만네르하임 장군의 동상이 있는데,

이 동상은 애초에 키아스마가 지어지기 전부터 위치했다.


그래서 이 동상이 있는 곳에 건물을 짓는다는걸 반대하는 시민들의 서명이 있기도 했지만

스티븐 홀은 미술관의 전시실에서도 만네르하임 장군의 동상이 보이게 설계 하기도 했고,

키아스마의 건축적 가치나 위상을 보면 서로를 부각시켜주며 Win-Win 하게 된 셈이다. 



헬싱키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키아스마.

헬싱키역에서 나와서 걸어오면 보이는 파사드가 이쪽이고,

건축물의 주된 입구도 이쪽이다. 



<키아스마 현대미술관 입구>



키아스마에서 정말 기가 막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공간이 참 기분좋게 이어져있다는 것인데,

2,3,4층의 전시실로 가는 동선이 중앙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물리적으로도 연결되어있고, 시각적으로도 연결되어있다.



<로비로 들어와서 보이는 2층 부분, 저기서 보는 램프의 모습이 참 이쁘다.>



램프 올라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는 대리석.

여러 명의 사람들이 손을 대면서 남는 자국으로 관람객들의 흔적이 중첩된다. 



<2층 첫번째 전시실로 올라가는 부분>



<전시실2 입구>



<전시실 앞에서 본 경사로의 모습>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벽에 개구부를 만들어서 한번 정도 더 환기하고 전시실에 들어가게 된다.  



<2전시실 내부, 천창으로부터 내려온 자연광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윗층의 전시실과도 시각적으로 연결된다.>


kiasma


<위에서 바라본 모습>

같은 공간이지만 아래서 본 모습과 위에서 본 모습. 공간의 느낌이 달라진다.


길을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내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이런 모습이었나? 하는 것 처럼

건축 내부의 공간도 보는 시선에 따라서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까 얘기했던 대로 헬싱키의 채광은 수직으로도 떨어지기에 건축물의 천장 부분에 개구부를 만들어도

자연광이 건축물 내부로 들어온다. 



흰색 벽을 은은하게 그라데이션처럼 적시는 헬싱키의 자연광.

미술작품에게 직사광선은 독약과도 같은데 이런 장치들은 철저하게 전시품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작동하고 있다. 



미술관의 전시는 그저 전시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장소를 만들어준다면,

풍경 자체가 하나의 전시품이 된다.



진짜 이런 공간감은 기가 막히단 생각 밖에 안드는데,

실제로 가보면 각각의 전시 동선이 물리적, 시각적으로 아주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풍부한 공간감을 연출해낸다.


예를 들면, 그냥 네모난 바닥, 벽, 천장으로 층별로만 나뉘어져 있는 공간을 생각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무미건조한 구성인지 느낄 수 있다.

(물론 공간 효율적으로는 그런게 좋겠지만 여기는 예술작품을 담는 미술관이니까)  



이렇게만 보면 여러가지 요소가 엉켜있는 것 처럼 느낄 수 있지만,

전혀 과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런 구성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더 든다. 



<좀 더 가까이서 본 4전시실 가는 경사로의 모습>

2전시실의 끝과 로비 부분, 그리고 전시실 4의 모습이 한꺼번에 보인다. 



<전시실4 올라가는 경사로에서 보이는 외부 풍경>


쉽게 생각해서 그냥 복도만 쭉~ 걸어가는 것 보다

전시실을 이동하면서 이렇게 바깥 풍경도 한번 보여주는게 훨씬 더 기분 좋지 않을까? 



가장 위에 있는 전시실.

원래는 위에 창으로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구성인데,

전시작품의 보존을 위해서 현재는 가림막으로 막고 있다. 



<전시실 내부의 창>

바닥 부분에 창이 위치해서 역시 전시품에 해가 되지 않지만 빛이 들어오면서 공간의 느낌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이처럼 건축에서의 빛은 정말 없어서는 안될, 그리고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요소이다. 



경사로가 중심 동선이지만 건축물엔 항상 기본적인 수직 동선 계단이 존재한다.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바깥 풍경을 구경하면서 내려오게 된다.  



키아스마 2개의 매스가 결합되는 부분.

공간도 구분되어있지만 건물의 재질(Texture)도 다르다. 외관에서 재료로도 표현해주는 것.



내가 키아스마 현대미술관을 처음 봤을 때 이런 기가 막힌 건축물이 있나? 생각했던게 이 파사드(건축물의 입면)를 보고 나서였다.


kiasma facade


건축물 내부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있는지 저 입면에서 많은 것들이 보인다.

계단도 보이고 전시실도 보이고 테라스도 보이고.


여기서 보면 건축물의 형태가 이쪽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단 느낌이 든다. 


내부 공간이나 외부 입면 계획이나 진짜 기가 막히단 생각 밖엔 안들었다.

사실 이 파사드는 밤에 조명이 켜졌을 때가 이쁘던데, 키아스마를 떠날 땐 아직 대낮이었다. 



<만네르하임 장군의 동상>


kiasma restaurant


처음 얘기했던 대로 키아스마 현대미술관은 내가 지금까지 봤던 현대건축물 중에 못해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건축물이다.

헬싱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가 언제 저길 가보겠나 생각했지만..

어쩌다보니 오게 되었고 굉장히 만족했던 곳이다.


스티븐 홀 키아스마의 도면이나 더욱 많은 정보들은 아키데일리를 참고하시는 걸 추천한다. 


<혹시 모를 저작권 문제 때문에 도면은 직접적으로 올리지 않는 걸 이해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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