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여행일기] 이번엔 진짜 버스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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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진짜 버스를 놓쳤다.


근.. 12일 만의 블로그 포스팅.

블로그 포스팅이 여행 초반에는 대략 2주 정도 밀리다가 어느 순간 3주로 늘어나더니..

지금은 1달 하고 1주일이 밀렸다. 베를린 여행기를 써야하는데 그게 6월 30일이니 꽤 많이 밀려있다. 아마 여행 중에 다 쓰는건 무리인 것 같고.

한국에 들어가서 하루에 하나씩은 쓰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 한국가서 차곡차곡 쓰려고 묵혀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루마니아 브라쇼브라는 도시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포스팅한게 오스트리아, 베를린 얘기인데 루마니아까지..



2018년 8월 5일, 몰도바 키시나우


12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2시 버스 시간까지 기다리기 위해 점심을 먹고 1시 반 전에 택시를 잡았다. 근데 택시를 호출했는데 (카카오택시 같은거, 우버나) 이 양반이 오질 않고 무슨 다른 차가 온다고 메시지를 보내는거다.


그렇게 한 5분, 10분을 기다리다가 포기를 했다. 내 버스 시간은 2시에 출발하는데 벌써 1시 40분이 되었다. 이런 택시 호출앱에 뒷통수 맞은게 너무 많다. 이렇게 또 급할땐 정말 짜증난다.


결국 큰 길가에서 택시 하나 붙잡고 Sud-Vest 터미널로 가자니까 러시아어로 막 얘기하면서 러시아어 못하냐고 한다. 내가 어떻게 알어. 안녕 정도하고 숫자 정도 셀 줄은 알지. 스파시바 정도 할 줄 알고.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가는 중. 가다가 느꼈는데 버스를 놓칠거란 확신을 했다. 이미 오후 2시가 지났거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버스를 찾아보는데 역시나 보이질 않는다. 젠장 놓쳤구나. 



여기서부터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원래는 키시나우를 2시에 출발해서 오후 10시 즈음에 브라소브에 도착하는 버스였는데 버스를 이미 사라졌고. 그래서 난 일단 루마니아 국경을 넘고 생각을 하려고 이아시란 국경 도시로 가는 버스를 끊었다.



남은 몰도바 돈으로 콜라를 샀다. 에휴, 콜라라도 마시면서 땀이라도 식혀야지.



내가 이아시 가는 버스를 찾으려고 알짱 거리니 어떤 아저씨가 날 부른다. 이아시 가는 버스 여기있단다. 내가 이아시 가는건 도대체 어떻게 알고 부른건지. 나한테 써져있나봐. 화장실이 있는 버스를 원했지만 택도 없었다.



아이고, 에어컨도 더운 바람 나오는 버스. 더워 죽겠네. 그나마 천장에 달린 문을 열면 바람이 들어온다. 그거 하나 믿고 가야한다.



그래도 중간에 휴게소 같은 곳은 하나 들리더라. 이미 내 수중에 몰도바 돈은 다 없어졌고, 이런 곳에서 카드가 될일은 만무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근데 이 버스, 이아시까지 바로 가는 버스라 아니라 무슨 마을버스 마냥 여기저기 다 들려서 간다. 완전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였다. 



그렇게 도착한 루마니아 국경. 루마니아, 몰도바는 쉥겐조약에 포함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국경 간에 출입국심사를 한다. 루마니아 같은 경우는 EU에는 속해있는데 쉥겐조약이 발효된 국가는 아니다.  


국경에선 딱히 하는거 없다. 몰도바 나갈 땐 여권 걷어서 도장만 찍어주고 루마니아 입국할 땐 무슨 목적으로 왔냐, 얼마나 있을꺼냐, 어디어디 갈꺼냐 하는 형식적인 질문만 한다.



하여튼 이아시에 도착했다. 이아시아 도착해서 바로 브라쇼브 가는 기차나 버스가 있을까 했는데 내 오산이었다. 없어도 너무 없다. 같은 루마니아 내의 도시라고 하기엔 서울에서 남해 가는 거리니 버스가 많진 않았다.


맥도날드 와이파이 붙잡고 찾아보니 버스가 하루에 2대. 오전 7시, 오전 10시 반에 가더라. 브라쇼브에 숙소 예약해놨는데.. 오늘껀 날리게 생겼다. 결국 이아시에서 호스텔 하나를 잡고 1박을 하기로 했다.



왔으니까 저녁이라도 먹어야지. 이아시 중심가까지 나가서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 하나를 시켜먹었다. 그래도 꽤 맛있더라.


내일 브라쇼브 가는 버스를 언제 탈까 고민에 빠졌다. 오전7시? 오전 10시 반? 일찍 자려고 주변 슈퍼마켓에서 사온 맥주도 한잔 마셨는데 잠이 안온다. 결국 새벽 3시까지 핸드폰 보다가 어찌어찌 잠에 들었다. 내일 일어날 수 있을까. 



알람을 5시 45분에 맞춰놨었는데 5시 30분 즈음에 눈이 떠졌다. 2~3시간은 잤을까. 다른 사람들 깨지 않게 어제 미리 싸둔 짐을 챙겨서 밖에 나온다. 이게 얼마만에 본 일출이야. 이 시간에 일어날 일이 거의 없다.



내가 버스를 타야하는 곳 까진 대략 3정거장. 걸어가면 30분 정도 걸리는데 구글에서 찾아보니까 30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단다. 근데 다른 버스는 오는데 왜 이렇게 30번은 안오는거야. 또 아침 7시 버스 놓치는줄 알고 6시 30분까진 기다려보자 했는데 결국 왔다. 


버스에 타서 돈을 내야하는데 기사 아저씨한테 티켓 산다고 물어보니까 여기선 못 산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버스 내에서 살 수도 없고 얼떨결에 무임승차를 하고 3정거장을 갔다.



그렇게 도착한 위치. 분명 인터넷에선 여기가 버스 정류장이라고 써져있었는데 도저히 그런 기미가 안 보인다. 주변에 있는 치과에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니 여기 주소가 맞긴 한데 여긴 버스정류장이 아니란다.


저쪽으로 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다는데 걸어가보니 버스 정류장이 안 보인다. 결국 여기 다시 와서 알짱 거리니까 나보고 손짓을 한다.

여기 치과 원장님 오면 영어 하니까 물어보란다. 할머니 원장님이 와서 물어보니 주소는 여긴 맞다. 근데 여긴 버스 정류장이 아니다. 저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버스정류장이 있다고 한다.


그래, 한번 믿고 가보자.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 천천히 걸어갔다. 버스 놓치면 놓치는거지 뭐.



도착해보니까 버스 정류장이 진짜 있었다. 근데 브라소브 가는 버스는 또 안 보이더라. 

인포 같은 곳에 알짱거리니 어디 가냐고 물어본다. 브라소브 간다니까 이 버스를 타라고 한다. 맞긴 맞구나!



출발하는데 한 아줌마가 바구니에 자두를 담고 버스에 탄다. 난 돈 내고 사는건줄 알고 안 먹을라 했는데 앞에 사람들이 그냥 받아먹더라. 보니까 그냥 주는거였다. 오랜만에 과일을 먹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정말 찍고 싶은 구도들이 많은데 버스 안이라 찍질 못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버스 창문이 더럽기도 하고, 그저 눈으로 담고 지나간다.



이 버스도 이아시까지 직행하는 버스는 아니고 루마니아 지역의 데바라는 곳까지 가는데 그 중간에 브라소브에서 내리는 버스였다. 나중에 보니까 대부분 브라소브에서 내리긴 했다만. 


인터넷에서 봤을 땐 화장실이 있는 버스라 해서 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대신 와이파이하고 에어컨은 잘 되더라. 그건 좋았다. 

사실 난 장이 안 좋은 편이라 장거리 버스가 정말 정말 정말 부담스럽다. 갑자기 배 아프면 곤란해지니까.



하, 버스를 놓치고 대략 23시간 만에 브라소브 땅을 밟았다. 오후 1시에 브라쇼브에 도착했다. 

시간 날리고, 돈 날리고 여행 다니면서 설레임이란게 조금은 사그라들었을 때 이런 일도 겪으니 참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  



브라쇼브에서 예약 했던 숙소에 버스 놓쳐서 브라쇼브에 못 간다고 하니 숙소에서 취소를 해줬다. 내가 취소했으면 수수료를 냈어야했다.

예약 변경 한다고 써놨는데 그냥 취소해줘서 숙소를 찾아보는데 호스텔 리뷰가 아예 없는 곳이 있더라.


사진 보니까 무난해서 와봤는데 어제 문 열은 호스텔이란다. 1층은 다 된거 같은데 2층은 아직 청소하고 있더라. 

근데 여기 호스텔 내가 4박 한다고 예약하고 왔는데 내 숙박비 결제를 안한다. 내일은 한번 물어봐야지.


그렇게 난 지금 루마니아 브라쇼브에 있다. 한국 가는 날짜도 정했다. 9월 8일.

이제 딱 한달 남은 기간. 남은 기간 여행을 아쉬움 없이 (?) 마무리하는게 내 목표다. 물론 아쉬움 없는 여행이 어딨겠다만, 다짐이 그렇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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