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건축이야기] 안토니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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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포스팅 보다 분량이 많습니다. 답사내용도 있지만 건축적인 내용의 비중을 더 두었습니다.


 첫 번째 유럽여행을 갔을 땐 한국에서 건축 공부를 하면서 조사했던 건축물을 실제로 가보자는 계획을 세웠고,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2학년 1학기 수업 때 발표를 위해 조사했던 경험이 있었다. 


 일단 사진만 봐도 사람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단지 예술작품으로만 봐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까지도 공사가 진행중이라는 건물이란 사실이 참 재밌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답사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하겠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스페인 카탈루냐 주의 바르셀로나에 위치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주변에는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천사들이 방문하였다고 하는 몬세라트 산이 있는데 이곳은 후에 마을 사제들이 성모마리아의 이미지를 발견하였고 몬세라트 수도원을 세워서 종교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곳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Antoni_Gaud%C3%AD


 안토니 가우디는 카탈루냐 주의 레우스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 가우디는 수공업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세부장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후에 가우디의 건축물에 조형적인 요소를 추가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실 안토니 가우디가 세계적인 건축가라고 보긴 힘든게 그가 죽기 전까지 계획한 총 75개의 작품 중에서 카탈루냐 지방이 아닌 작품은 단 3개에 불과할 정도로 지극히 지역적인 건축가였다. 물론 위대한 건축가라곤 생각한다.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Art_Nouveau


 그의 건축적인 성향은 당시 유럽에 예술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은 아르누보의 영향을 받았다. 아르누보는 단어 뜻에도 그대로 나오듯이 Art(예술) + Nouveau(새로운) 새로운 예술을 뜻한다. 이런 아르누보의 움직임은 스페인에서는 모데르니스모라는 이름으로 형성이 되었고, 그 중심에는 카탈루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가우디는 자신의 건축물에 주변에서 본 자연을 표현하는걸 좋아했다. 구엘 공원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입구부터 있는 도마뱀이나 뱀의 형태를 취한 의자나 파도를 형상화 한 산책로의 모습은 자연적인 구조미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건축과 종교를 연관 지은 그의 표현들은 교회의 크기로 위대성을 표출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수난의 파사드를 건설할 때 예수가 겪은 고난의 이미지를 표출할 수 있다면 건물의 전체를 망친다해도 상관없다는 말도 하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탄생의 파사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9세기 말, 산업혁명 이후의 영향으로 유럽이 급격한 변동과 발전을 하였을 때 카탈루냐 지방 역시 이런 여파로 사회주의의 물결이 흘렀다. 이 때 사람들은 하나님을 대적하고 교회를 파괴했는데, 독실한 신자인 가우디가 이런 현상을 속죄하기 위한 성당을 계획하게 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입면상으로 봤을 때 크게 3개의 파사드로 구분을 하게 되는데 탄생, 영광, 수난의 파사드로 구성이 된다이는 예수의 삶을 순차적으로 표현한건데 가우디가 생전에 완성시킨 파사드가 수난의 파사드이다각각의 사람형상을 한 조각들의 표정들이 다양한데, 이는 가우디가 직접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몇 년 동안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석고를 떠서 건축물을 조각 할 때 적용하였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이름에서 말하듯 성스러운 가족을 뜻하는데 이는 예수의 열 두 제자와 네 명의 복음성인, 성모 마리아 그리고 예수가 조화되어 성스러운 가족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건축물의 내부를 보자면 내부 공간은 모든 벽이나 기둥이 흰색이다. 그러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건물 내부에 색을 부여하게 되고 높은 기둥들은 마치 나무와 같아서 숲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공간은 무언가에 둘러 쌓인 느낌을 주면서 오직 신만을 느끼게 해주는 분위기를 강화시킨다



자연을 자신의 건축물에 표현하던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에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이미지를 넣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있는 첩탑의 모양은 옥수수 같이 생겼다고 해서 Corn으로 불리기도 한다. 의도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에서도 자연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파사드에 있는 장면들은 그냥 조각이 아니라 대부분 성경의 내용을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첨탑에서 내려가는 계단도 마치 암모나이트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올라갈 때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내려올 때는 계단을 통해 내려왔다. 



 그리고 건물 일부분에는 꼭 조형적인 요소가 아니라 ‘santus’, ‘Hosanna’처럼 텍스트로도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처럼 가우디가 종교적으로 표현한 외관은 그 자체가 성경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는 이렇게 숫자가 써져있는 판이 있는데 이곳의 숨겨진 이스터 에그 중 하나이다. 저 숫자들은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더해도 "33"이 나오는데 이는 예수가 죽은 나이인 33살을 뜻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완공 예상도>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현재도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계획에 참가하는 건축가들은 다 카탈루냐 지방의 건축가로만 구성되어있다. 건축물 건설 비용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헌금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현재 버는 입장료 수입만으로도 완공할 때 까지 비용을 충족시켰다고 한다. 


건축이야기는 여기까지고 아래부터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여행기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서 한 컷을 찍었는데 이제 그만 찍어줘도 된다면서 찍어준 분에게 다가가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 이런 사진을 찍었다. 무척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들어가면 처음으로 이런 모습이 보이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건축물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뚝뚝 흘렀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 때문이었을까, 당시에는 복잡한 생각 없이 그저 감동을 받았을 뿐이었다.   



내부에는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있는데 거기선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있다. 성당에 들어간김에 기도를 잠깐 드리고 나왔다.



 지금까지 다녔던 성당하고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사람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건축이라고 해야하나, 정말 대단한 건축물이었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서 성당 내부에 그라데이션이 들은것 처럼 물들게 되는데 넋을 놓고 보게 되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국제학생증으로 할인 받는 조건이 없었고 나는 인터넷으로 티켓을 예약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 까지 추가했고 금액은 17.5유로였다.



 정말 말이 안나오는 공간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체험했던 공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일단 건축물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게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 이 땐 정말 순수하게 건축에 대한 열정이 있을 때였나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장면을 묘사하는 수난의 파사드이다. 수난의 파사드는 탄생의 파사드에 비해 굉장히 직선적이고 딱딱한 느낌이 들고 조각상에 표현된 사람들의 표정도 우울하다.



 탄생의 파사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인데, 예수의 탄생과 죽음을 표현하다보니 내용 자체도 반대일 수 밖에 없고 현실적으로 사람이 느끼는 감정도 축하, 슬픔으로 나뉠 수 밖에 없다. 건축물의 표현에서도 이런 점을 담아내었다.



 건축물 내부는 다른 색을 쓰지 않고 백색 계열의 마감을 사용했는데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 덕분에 백색 기둥이란 사실을 잊게 된다. 우리 눈에는 그저 형형색색 빛나는 기둥으로 보일 뿐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에는 역사에 대한 전시가 있는데 여기에는 가우디 스튜디오가 있다. 앞서 카탈루냐 출신의 건축가들로만 이루어져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계획을 진행한단 얘기를 했는데 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하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계획하면서 디자인적으로도 구조적으로 어떤 실험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도 전시하고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첨탑에 올라가서 본 바르셀로나 도시의 모습이다. 보는 것 처럼 바르셀로나의 도시계획은 굉장히 철저하게 그려진 그리드 위에 블록 계획으로 이루어져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지도를 보면 정말 규칙적인 그리드 패턴을 바탕으로 도시 계획이 이루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래서 고층 빌딩에서 바르셀로나의 도시 풍경을 바라보면 그 도시계획의 모습이 꽤나 재밌어보인다. 


 밑에서는 볼 수 없는 디테일들을 위에 올라와서 보게 되었다. 원래는 탄생의 파사드를 올라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예약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어서 수난의 파사드에 올라오게 되었다.



바르셀로나를 바라보고 있는 조각상의 뒷 모습을 찍었다. 아마 그는 앞으로도 이 자리를 영원히 지키고 있을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위대한 건축물이고 가우디 또한 위대한 건축가다. 워낙에 공사기간이 오래 걸리는 건축물이기도 하고 가우디의 계획이 화재 사고로 인해 날아가는 해프닝도 있어서 초기 계획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겠지만 일단 스페인 정부에서는 2026년에 완공한다는 목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말 택도 없는 소리라고 생각하는데 가우디 서거 100주년인 2026년에 맞출 생각을 하지 말고 최소한 서거 200주년인 2126년에 공사기간을 맞춘다면 제대로 된 마스터피스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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