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니의 여행이야기 :: 르 꼬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를 만나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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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현재형과 아침 일찍 만나서 빌라 사보아에 가기로 했다. 3인실에서 나는 혼자 잤는데 아침에 잠에서 일찍 깨어서 런던 여행 동안 쌓인 빨래를 들고 코인 빨래방에 가기로 했다. Vintage Hostel 앞에 빨래방이 있던걸 하나 봐뒀고 아침 8시부터 영업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아직 해가 덜 뜬 파리의 아침, 지나다니는 차는 많았지만 사람들은 아직 없었고 아침 공기도 차가웠다.



 빌라 사보아는 파리 5존에 있는 Poissy 프와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RER A 선을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되는데 현재형하고는 파리 북역에서 만나서 메트로를 타고 개선문이 있는 샤를 드골 에투알 Charles de Gaulle - Étoile 까지 간 후에 RER A 선으로 갈아탔다. RER A 선은 가다가 두 갈래로 나뉘어서 세흐쥐 Cergy 로 가는 열차와 Poissy 프와시로 가는 열차가 있으므로 종점을 잘 보고 타야한다.  



RER A 선은 메트로와 달리 좀 더 큰 열차였다. 구조가 희한하게도 열차를 탄 후에 위층과 아래층으로 나뉘어서 2개 층으로 이루어져있었다. 현재형은 나비고가 없어서 프와시까지 가는 티켓을 편도로 구매했고 나는 어제 샀던 나비고 - 프랑스 교통카드 - 를 사용해서 갔다. 



프와시는 RER A 선의 종점이기 때문에 대략 1시간 반 정도를 타고 갔던거로 기억한다. 파리를 벗어나니 보이는 풍경이 색달랐다. 도시가 아니라 약간 시골동네를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현재형하고 만나서 프와시까지 가니 또 기분이 색달랐다. 원래 한국에서 알던 사람을 여행 중에서 만난게 이 때가 처음이었다.



 한 시간 반 정도를 지나 열차는 프와시에 도착했다. 빌라 사보아에 가려면 프와시역에서 50번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걸어서는 20분 정도 거리라서 도보로 가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긴 하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에서 내려서 빌라 사보아는 바로 보이는게 아니라 이렇게 나무 사이 오솔길을 지나가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만난 빌라 사보아의 모습. 정말 기분이 좋았다. 빌라 사보아는 워낙 유명한 건축물이다.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스터디 해봤을 건물이고 르 꼬르뷔지에의 근대건축의 5원칙을 담아놓은 건축물이다.


 ■ 르 꼬르뷔지에의 근대건축 5원칙

 -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파사드(입면), 가로로 긴 창, 옥상정원, 필로티


 이 모든건 도미노(dom-ino) 시스템으로 기둥과 슬라브가 구조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은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것이었다. 



 빌라 사보아는 입장료가 있지만 나는 국제학생증 건축학과 카드를 가지고 있었고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국제학생증 카드가 없는 경우에는 8유로를 내야한다. 3D 모델링을 해보면서 이 계단의 밑 부분이 어떻게 되어있나 궁금했는데 아주 매끈하게 처리되어있었다.  



빌라사보아를 아주 기분 좋게 구경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바로 이 경사로다. 아무래도 계단보다는 경사로를 한번 밟아보고 싶었다. 



빌라 사보아는 건축물을 온전히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빌라 사보아의 역사에 대해서도 전시를 해놨는데 놀랍게도 빌라 사보아가 버려져있을 시기에는 프와시 지역의 디스코장으로도 사용이 됐다고 한다. 



이 날 빌라 사보아에 갔을 때는 단체로 온 학생들이 있었다. 아마 빌라 사보아까지 온 것이라면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일 것이다.



 빌라 사보아의 경사로를 따라서 쭉 올라오게 된다면 건물의 옥상까지 올라올 수 있다. 르 꼬르뷔지에가 생각했던 건축적 산책로가 (Architecture promenade) 이렇게 표현되어있다.



빌라 사보아에서 가장 햇볕에 잘 드는 곳에는 르 꼬르 뷔지에가 직접 디자인한 의자가 있었는데 세 개 다 많이 해져있었다. 



빌라 사보아는 건물 하나만 계획되어있는게 아니라 주변 조경까지 꽤나 괜찮은 위치에 들어서있다.



구경하다가 우리도 의자에 앉아서 햇빛을 맞으며 잠시 여유를 부려봤다.



 르 꼬르 뷔지에가 설계한 의자에 누워서 잠시 포즈를 취했는데 바깥에 있는 단체로 온 학생들의 선생님이 나에 대한 얘기를 했는지 학생들이 나를 보며 웃었다. 아마 그렇게 기분 나쁜 얘기는 아닐꺼라 생각했다.



르 꼬르 뷔지에가 이렇게 자유롭게 파사드를 계획 할 수 있는 이유도 이 건축물에서의 입면은 정말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껍데기란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 벽에 구조적으로 들어가는 힘이 없기 때문에 디자인의 다양성이 보장된다.



 빌라사보아를 스터디 했을 때 경사로 부분은 그냥 경사로와 벽 정도만 있을 줄 알았는데 외부에 나있는 경사로 부분은 꽤나 디테일하게 계획이 됐다. 실제로 와봐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빌라 사보아의 욕실에는 목욕을 하고 누워있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는데 아까 햇빛이 드는 곳에서 봤던 의자와 곡률이 비슷했다.



 내가 빌라사보아를 방문 했을 땐 한국인 여자분과 한국인 남자분이 답사를 와 있었다. 둘 다 혼자 답사를 온 분들이라 내가 빌라 사보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드렸던 기억이 난다. 



 마음 같아선 빌라 사보아에서 파는 레고를 사올까 했는데 가격도 너무 비싸고 남은 여행 동안 들고 다니기도 거추장 스러울 것 같아서 사지 않았다. 이번 여행 때는 마그네틱을 모으고 있어서 아쉬운대로 빌라 사보아의 마그네틱만 사왔다. 



 빌라 사보아는 건축학도 들에겐 정말 가슴이 뛸 만한 건축물이다. 파리에 여행 올 일이 있다면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어서 꼭 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빌라 사보아를 떠나고 다시 버스를 타고 프와시역으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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